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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父子 공과 재평가하고 덩샤오핑 길로 가라”

카자흐스탄 개혁·개방 이끈 방찬영 총장의 김정은을 위한 고언

  • 방찬영│카자스흐탄 키멥대 총장

“김일성 父子 공과 재평가하고 덩샤오핑 길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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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北 경제 살리는 유일한 길은 사유화 인정
  • ● 카자흐스탄 모델 대안 될 수 있어
  • ● 정치개혁해야 경제개혁도 가능
“김일성 父子 공과 재평가하고 덩샤오핑 길로 가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8월 2일 평양에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개선해 인민들이 행복과 문명적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 조선 노동당이 분투하는 목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 때는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밝혔다. 4월 19일자 노동신문은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 문제 해결을 선결 과제”로 제시한 김정은의 담화를 실었다.

생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른바 ‘우리식’으로 경제 관리 방식을 개선하려고 했으나 성과는 작았다. 김정은은 과연 개혁·개방에 나설 것인가. 북한은 6월 ‘6·28 방침’(‘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을 통해 경제개혁 조치의 윤곽을 드러냈다. 2003년 당시 내각에서 경제개혁을 주도한 핵심 관료들이 김정은 체제에서 승진 또는 중용되고 있다. 8월부터 새로운 경제 관리 체제를 부분적, 시험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1월 16일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의회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들이 과거 수용·단행한 개혁·개방 모델을 다각적으로 연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관료들이 필자를 찾아와 이와 관련해 자문을 구한 적도 있다.

김정일 재임 당시 거론조차 금지됐던 ‘개혁’ ‘개방’이라는 말을 김정일이 사망(2011년 12월 17일)한 뒤 한 달 만에 언급한 배경은 뭘까?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회복과 현대화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세습에 의해 정권을 이어받은 김정은의 통치기반에 균열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북한의 행보와 관련해 일부 한국 언론은 북한이 개혁에 착수했거나 조만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경제현대화와 지속적 경제 발전을 위해 실효성 있는 개혁·개방을 단행하려면 어떤 구체적 조치를 이행해야 할까? 다시 말해 어떤 제약 요인을 극복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까? 이 두 질문은 북한의 통치자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수용해 시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라고 하겠다.

주체사상 변혁해야

“김일성 父子 공과 재평가하고 덩샤오핑 길로 가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첫째, 북한의 통치이념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지난 60여 년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본질을 정의했으며 또한 신성시해온 통치이념의 변화 없이는 실효성 있는 개혁·개방이 불가능하다. 통치이념과 경제체제 및 경제 관리 메커니즘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시장경제로 향하는 개혁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생산수단을 전 인민적(국가적) 소유에서 사기업 소유로 바꿔야 한다. 혁신, 경영 합리화, 생산성 확대 및 이윤 극대화 같은 동태적 요인이 사기업에서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치법칙(law of value)이 사회주의 계획경제하에서는 성립될 수 없다. 물론 시장도 존재할 수 없다. 인류 역사상 전통적(스탈린식)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지속적 경제 발전과 현대화를 이룩한 나라는 없다.

개혁·개방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이념의 변화는 정치개혁 없이 이뤄질 수 없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鄧小平)과 원자바오(溫家寶) 현 총리가 정치개혁 없이 경제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한 이유다. 덩샤오핑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모든 개혁의 최종적 성공 여부는 정치체제의 개혁에 달려 있으며 경제개혁이 잘 이뤄지지 못한 것은 이러한 장애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2010년 8월 선전(深)에서 원자바오가 “정치개혁의 보장이 없이는 현대화 건설 목표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한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경제개혁은 통치이념으로 신봉해온 주체사상의 변혁을 필수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생산수단의 전 인민적 소유,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체제, 김일성을 수령으로 모시고 충성을 다하며 수령의 명령에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집단주의로 요약되는 주체사상의 본질적 변화 없이는 개혁·개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정치개혁과 이념 변화를 이뤘다고 해서 경제현대화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 발전을 이뤄내려면 개혁 정책에 덧붙여 개방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개방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개혁은 전통적 사회주의 경제 체제 안에 내재한 모순과 결함을 제거하고 치유하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 개방은 사회 간접자본 축적을 위한 외화 획득, 선진 기술 확보, 합리적 경영지식의 습득, 외국의 투자 및 차관 도입 등을 주목적으로 한다. 개방이 실효를 거두려면 상호 호혜성에 기초를 둔 우호적 대외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르바초프가 개혁(perestroika) 개방(glasnost)을 추진하면서 언급한 것처럼 대외정책은 국내정책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평화와 우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내정책이 이뤄지지 않고는 평화를 위한 우호적 대외 친선 관계를 수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외부에 적대적인 북한의 대외정책은 계급투쟁과 전체주의에 기초한 국내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북한이 개방의 일환으로 추진한 나진·선봉(현 나선특별시)의 경제특구와 금강산 프로젝트가 실패한 까닭은 무엇일까? 1994년 필자가 나진·선봉을 방문했을 때 경제특구를 총괄하는 인민위원장으로부터 특구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자문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나는 개혁·개방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단행해야 하는 포괄적 정치개혁의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또한 외국 투자를 유치하려면 장기적 안전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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