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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IMF 사태’ 10년

김우중과의 대화

“제국경영 비전은 오만 때문에 실패했다”

  • 김 윤 경제세계화포럼 대표 ky0213@yahoo.co.kr

김우중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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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나라의 국영 자동차공장도 조속히 자본을 유치해 생산설비를 현대화하고 신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했다. 그러나 세계의 자동차회사들과 경쟁할 만한 기술력이 없었다. 무엇보다 자금력이 전무했다. 서방의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밖에는 살길이 없었다.

폴란드 정부는 자동차공장을 매물로 내놓았고 미국 자동차회사 GM이 관심을 보였다. 폴란드 정부는 1991년부터 5년 동안 GM과 협상했지만 결렬됐다. GM이 폴란드 공장 종업원의 대규모 해고를 인수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EU(유럽연합)는 EU 회원국이 아닌 옛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구사했다. 그 중 하나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이 생산한 제품을 EU로 수출할 경우 그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면제해주는 것이었다. 이런 혜택을 부여하면서 EU는 해당 사회주의 국가가 부품의 60%를 자체 생산한 것이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폴란드 정부는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 부품 국산화 비율을 최대한 빨리 끌어올려줄 파트너가 필요했다.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도 사정은 같았다. 폴란드나 루마니아는 EU 회원국이 된 후의 상황도 고려했다. 자국의 자동차공장이 EU 가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유럽의 자동차업체와 경쟁해야 했다. 제품 디자인 능력과 생산 기술의 확보는 사활이 걸린 과제였다.

그러나 GM은 폴란드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부품 국산화를 신속하게 달성하려면 대대적인 투자와 파격적인 기술 이전이 필요한데 이는 GM의 의도와 배치됐다. GM이 원한 것은 폴란드의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해 값싸게 자동차를 생산, 폴란드 내수시장을 독차지하는 것이었다.



이는 메이저 업체가 자동차산업 후발국에서 흔히 구사하는 전형적인 ‘각개격파’ 전략이다. 먼저 신규시장에 들어가 현지 자동차공장을 인수한 뒤 자체 제품 개발능력을 거세한다. 이어 투자를 동결해 공장 운영비용을 대폭 줄인 후, 자사가 설계한 모델을 저렴한 비용으로 단순 조립하도록 전환한다. 자체 내수시장을 장악해 당분간 그런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공장이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손을 털고 나온다.

GM은 시간이 갈수록 폴란드 공장의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1991년에 시작된 GM과의 협상은 대우가 인수 의사를 표명한 1995년까지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1997년 우크라이나 정부와 현지 공장 인수 협상을 벌일 때도 GM은 종업원 대량 감축을 요구했다. 또 전체 공장 설비를 인수하지 않고 일부 GM 모델을 단순 조립할 수 있는 공장만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대우를 위한 특별법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내수시장 보호와 러시아시장 공략에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몰락해 관련 부품업체가 대거 도산할 것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폴란드 정부처럼 공장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파격적으로 기술을 이전해줄 파트너가 필요했다. 그러나 GM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체제전환국들은 노회한 세계 메이저 업체와 협상하면서 골탕만 먹었다. 이 때문에 투자 위험을 서로 나누어 부담하고 수익도 나누며 국가경제를 함께 성장시켜줄 파트너가 필요했다. 국가 재건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 진지하고 전략적인 동료가 절실했다. 그 답이 바로 한국의 대우였다. 대우는 1994년 루마니아 공장, 1995년 폴란드 공장, 1997년 우크라이나 공장을 잇달아 인수했다.

대우차는 1972년부터 1992년까지 GM과 합작관계였다. 그 20년 동안 대우차는 자동차를 해외에 내다팔지 못했다. GM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도 GM의 반대로 원활하지 못했다. GM은 대우차를 한국시장에 묶어두고 이미 개발한 GM의 모델을 들여와 값싸게 조립해서 팔고자 했다. 대우차가 적자를 기록하든 말든 무관심했다. 이미 대우차에 부품과 설비를 팔아 이익을 챙긴 상태였고, 대우차의 적자는 GM의 전체 손익에 영향을 줄 만한 규모도 아니었다.

대우차는 1992년 GM과 합작관계를 청산한 뒤에야 독자적인 자동차회사의 면모를 갖췄다. 후발주자의 약점을 보완하고, 독자적인 자동차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대우는 신제품 개발, 해외 수출시장 개척 및 해외 생산거점 확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해외로 나갔다.

대우의 과제는 동유럽 국가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다. 대우는 후발주자의 목줄을 쥐고 흔들며 이해관계를 따져 언제라도 손떼고 떠날 수 있는 메이저 업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동유럽 국가와 비슷한 처지의 업체라는 점이 매력이었다. 대우와 합작하면 상대적으로 첨단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줄겠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중급기술은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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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경제세계화포럼 대표 ky0213@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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