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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사건팀 여기자의 ‘나의 하루’

홀서빙 여직원 가장 카지노바 잠입, 차 안에서 48시간 ‘뻗치기’…“뭘 상상하든 그 이상”

  • 홍수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gaea@donga.com / 일러스트·박진영

사회부 사건팀 여기자의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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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처럼 쉬는 주말. 외출을 하려 겉옷을 걸치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경기도 공장에서 불났다, 뛰어가!” 외출길은 그길로 출근길이 됐다. 지난번 밸런타인데이. 아버지뻘 김 형사가 전화를 했다.
  • “홍 기자, 이따 들러서 초콜릿 가져가.”
  • 간만의 소개팅 자리. 헤어지며 그가 한마디 한다.
  • “안녕히 가십시오, 홍 기자님.”
  • 4년차 사회부 사건팀 여기자.
  • ‘출동 24시’에다가 경찰과 드잡이가 일상이다. 한때 ‘천사표’ 소리도 들었건만 성격도, 말투도, 피부도 까칠해졌다. 그러나 어쩌랴. 위험한 취재의 줄타기에만 서면 이리 흥분되는 것을. 나는, 사회부 여기자다.
사회부 사건팀 여기자의 ‘나의 하루’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를 발표한 5월29일 오후 7시.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이미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전화해 집회 참가자 수부터 확인했다. 경찰 추산 1만여 명,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이 촛불을 켜고 있단다.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던 오후 8시 반경. 둥그런 서울광장 한쪽에서 취재를 하다가 반대편 끝에서 참가자 일부가 거리로 나서는 순간을 놓쳤다. 앉아 있던 참가자들이 일어나 이들을 따라나설 채비를 하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시위대 선두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상황. 한 손에는 수첩을, 다른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냅다 뛰기 시작한다. 한국은행 사거리 방향이다. 빠르게 발을 놀리며 시경캡(사회부 사건팀의 수장,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입하는 ‘캡틴’의 줄임말)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캡, 오후 8시 반부터 시위대가 ‘고시 철회! 협상 무효!’를 외치며 한국은행 사거리 방향으로 행진 시작했습니다. 계속 따라가겠습니다.”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길에서 선두 행렬을 따라잡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소공동~명동~종로1가~종로2가~종로3가~종로4가~광장시장~을지로4가~을지로3가~종로2가~종각~세종로까지 3시간 넘게 쉼 없이 걸었다. 발목이 시큰거렸다.

괜히 힐을 신었나. 구두를 내려다보니 얼마 전에 간 뒷굽이 벌써 많이 닳아 있다. 이날 시위대는 이튿날인 30일 새벽에서야 경찰과 한 차례 심한 몸싸움을 벌인 뒤 해산했다.

24시간 불침번, 5분 대기조

때로는 시위대와 경찰의 밤샘 대치 현장을 지켜본다. 때로는 불길이 치솟고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화재 현장에서 씨름을 한다. 연쇄 살인범에 대한 단서를 건질 수 있을까 범행 장소 일대를 맴돌기도 하고,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장병의 사연을 취재하기 위해 두어 시간 그저 유가족의 곡소리만 들을 때도 있다. 아니 곡소리라도 들을 수 있으면 행운이다. 빈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는 일이 숱하다.

방송국 3년차 사회부 사건팀 기자 서우진(손예진 분)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가 방영되자 알고 지내던 취재원조차 새삼 묻는다.

“홍 기자, 생활이 정말 그렇게 험했어요?”

사회부 기자의 일상을 온전히 설명해낼 재간은 없다. 한 영화의 광고 카피처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란 말밖에는. 그렇다고 드라마에 나오듯 매 순간이 극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예고하고 터지는 사건사고는 없기에 일상 또한 ‘예측불허’라는 뜻이다.

여기자라고 다를 건 없다. 입사 후 햇수로 4년 동안 사회부에서 생활한 기자에겐, 오전에 정장차림으로 대학교수와 입시 정책에 관해 논하다가 오후에는 검은 파도가 넘실대는 태안반도에서 바지를 동동 걷고 서 있는 게 일상이다.

24시간 불침번, 5분 대기조. 사건팀을 지원했지만 정작 발령을 받았을 때 덜컥 두려운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사건팀 기자로서의 포부를 다지기에 앞서 ‘아무리 바빠도 선머슴 같은 모습으로 다니진 말자’는 다짐을 먼저 했을까.

하지만 백화점에 쇼핑을 간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옷장을 열면 예쁜 옷보다 편한 옷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잠이 부족해 일주일의 절반은 퀭한 눈과 푸석한 피부로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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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gaea@donga.com / 일러스트·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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