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범죄의 재구성 ⑦

왜 그녀의 후손은 범죄자가 되었나

우생학·골상학의 시대

  • 이창무│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형사사법학 jbalanced@gmail.com

왜 그녀의 후손은 범죄자가 되었나

1/4
  • ● 주크 一 家 69%가 범법자…“범죄는 유전된다!”
  • ● ‘열성인자’ 소유자 강제 불임 요구 거세져
  • ● 최근 연구 “범죄자 키우는 건 유전보다 환경”
1874년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덕데일은 뉴욕 구치소에 수감된 재소자를 조사하다가 특이한 사실을 발견한다. 뉴욕의 한 구치소에 유달리 특정 성(姓)을 가진 재소자가 많았던 것이다. 한국, 중국과 같은 유교 문화권에선 김(金), 이(李), 박(朴), 장(張)처럼 비슷한 성을 가진 이가 많다. 그래서 서울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십중팔구 김, 이, 박 세 성씨 중 한 명이 맞을 공산이 크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래서 주로 이름(名)으로 사람을 구분한다.

반면 미국, 영국 등 서구에서는 비슷한 이름이 많다. 존, 로버트, 제임스를 비롯해 제인, 헬렌 등 이름(first name)이 비슷한 경우가 많지만 성(last name)이 비슷한 예는 흔치 않다. 그런 서구에서, 같은 성을 쓰는 사람이 다른 곳도 아니고 한 구치소에 몰려 있으니 사연이 궁금할 만도 하다. 게다가 이들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연구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덕데일은 이들의 가까운 친척부터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재소자들과 직접적 혈연관계가 있는 29명 가운데 무려 17명이 범죄 전과를 갖고 있었다.

‘범죄자의 어머니’ 애더 주크

덕데일은 한발 나아가 이들의 조상을 캐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모두 애더 주크라는 한 여자의 후손이었다. 주크는 18세기 미국의 유명한 범죄자였다. 원래 이름은 마거릿이었는데 프라이버시 문제를 우려한 덕데일이 ‘애더’라는 가명을 붙였다. 그는 ‘범죄자의 어머니’로 불릴 만큼 악명이 높았다.

주크의 후손은 100여 년에 걸쳐 뿔뿔이 흩어졌는데, 결국 만난 곳이 감옥이었다. 덕데일이 주크의 5대손까지 샅샅이 조사한 결과 모두 709명을 찾아냈다. 이들 중 걸인이 280명(당시 구걸행위는 범죄였고, 한국도 올해부터 경범죄로 처벌된다), 절도범이 60명, 살인범이 7명, 잡범이 140명이었다. 무려 69%가 범죄자였다. 덕데일은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온 범죄의 원인을 밝혀냈다고 확신했다. “범죄는 유전된다!”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발견을 한 셈이었다. 덕데일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범죄자 부모 아래서 태어나면 범죄자가 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고 생각했다. 물론 유전이 범죄 원인의 전부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가난과 질병을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 제시했다.

덕데일은 1875년 조사 보고서를 미국교도소협회에 제출하고 1877년엔 같은 내용을 책으로 출간했다. 보고서에서 덕데일이 특히 강조한 부분이 있다. 이들 주크가(家)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 130만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범인 검거와 구금에 들어간 비용에 빈민구제와 치료 등에 쓰인 돈을 덧붙인 결과다.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000만 달러(약 210억 원)가 넘는 어마어마한 비용이다.

덕데일의 연구 결과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광대한 현장조사 등 실증적 연구방법을 적용했기에 설득력도 갖췄다. 그러나 덕데일의 연구가 관심을 크게 끈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범죄자를 관리하는 데 성실한 납세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생각보다 많이 쓰인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주목한 것. 사람들은 일단 놀랐고 다음엔 화가 났다. 특히 세금으로 등이 휜다고 생각하는 중산층의 불만이 컸다. 범죄자에게 쓸 돈을 중산층 교육이나 의료 환경 개선 등에 사용하자는 주장이 호응을 얻었다.

덕데일의 조사결과를 보완한 아서 이스터브룩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 이스터브룩은 1915년 덕데일이 조사한 709명보다 훨씬 많은 2111명의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모두 2820명의 주크가 후손의 행적과 관련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는 1915년 현재 1258명의 후손이 살아 있으며 계속 아이를 낳고 있어 이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가치로 따지면 3500만 달러쯤 되는 돈이다.

싱가포르는 지금도 불임 강요

범죄학자 C. R. 헨더슨은 주크 일가(一家)야말로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가족의 대표적인 경우라면서 이들을 무조건 보살피는 게 상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어영부영 살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사회복지 차원에서 보살펴주다보면 자손 숫자만 늘려 사회가 더 큰 부담을 떠안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 헨더슨은 아주 센 해결책을 제시했다. 범죄자를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아이를 갖지 못하도록 강제로 불임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헨더슨은 1909년 발표한 한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출산을 막아 자손을 못 갖게 하는 것은 정부의 권리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불임 정책이 필요하다.”
1/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왜 그녀의 후손은 범죄자가 되었나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