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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리포트

전 세계 연안습지 육지화 ‘갯벌의 테러리스트’

비상! 갯끈풀 한반도 상륙

  • 홍재상 |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 jshong@inha.ac.kr

전 세계 연안습지 육지화 ‘갯벌의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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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갯끈풀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주목한 ‘가장 악성의 침략적 외래종 100’ 중 하나다.
  • 세계 곳곳의 갯벌 생태계를 파괴하는 염생식물인 갯끈풀이 우리 서해안 갯벌을 맹렬한 기세로 잠식하고 있다.
전 세계 연안습지 육지화 ‘갯벌의 테러리스트’

강화 남단 갯벌을 침략한 갯끈풀(2015년 8월 13일). [사진제공·홍재상]

많은 학자가 오늘날 전 세계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서식처 파괴와 외래종 침입을 든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외래종 침입으로 약 1조40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국민총생산(GNP)을 31조 달러 정도로 보면 세계경제의 약 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안긴다는 의미다.

손실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5만여 종의 외래종 문제로 인한 생물다양성 손실과 환경의 심미적 질 저하로 매년 1370억 달러, 중국에선 145억 달러에 상당하는 경제적 손실이 생긴다는 보고가 있다. 게다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절반가량이 외래종과의 경쟁과 그들의 포식에 따른 위협에 직면해 있다.  



‘1차 침입자’

갯끈풀(Spartina alterniflora)은 생물분류학적으로 볏과 식물이다. 끈을 만든다고 해서 끈풀(cordgrass)이다. 갯끈풀 속(屬)은 현재 17개 종이 알려졌는데, 미국 뉴펀들랜드에서 플로리다까지, 그리고 멕시코만 해안을 따라 북아메리카 대서양 연안 지역에 자생한다. 일부 종은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유럽, 북아프리카가 원산이다.

갯끈풀은 땅속줄기를 길게 뻗고 강하며 잔뿌리가 많아 복잡한 근계(根系)를 형성한다. 직립하며, 잎은 두껍고 납작 편평하다. 30~50㎝의 다소 넓은 긴 칼날 모양으로 끝은 뾰족하다. 잎 폭은 0.6~1.5㎝, 높이는 0.5~3m까지 자란다. 서로 촘촘히 붙어 군생한다.

갯끈풀은 하구역의 염생습지나 갯벌 등의 상부 후미진 곳에 군락을 형성한다. 새로운 지역에 대한 1차 침입자로 잘 알려졌고, 한 개체가 어느 곳에 자리를 잡으면 방사상으로 확장한다. 성장하면 주변의 다른 집단과 합쳐지는데, 이때 갯골의 형태 등 지형 변화에 따라 집단의 크기와 모양이 달라진다.

주로 평균 만조선과 평균 해수면 사이의 갯벌에서 자라며, 보통은 해안선과 평행하는 밀집 군락을 형성한다. 퇴적상은 실트(모래보다 작고 점토보다 큰 토양 입자)나 사니질(沙泥質)을 선호하나 자갈이 섞인 펄갯벌에서도 곧잘 생육한다. 내염성이 강하고 무산소 퇴적상에서도 잘 견디며, 기수역(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선호하지만 기수와 연결된 곳의 담수에도 서식한다.  

침략적 외래종으로서 갯끈풀은 기존 서식처를 변형, 파괴해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단일종으로서 매우 광활한, 그러면서도 연속적인 염습지 식생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들은 아주 강력한 ‘생태계 공학자’일 뿐 아니라 높은 번식력과 새로운 지역에 대한 뛰어난 적응력, 복잡한 근계로 인해 분포·확산이 매우 빠르다.



번식력, 적응력 뛰어나

또한 길이가 길며, 튼튼한 땅속 및 지상부 줄기로 인해 파랑에너지를 감소시키고 미세 퇴적물을 침적시키기 때문에 서식처의 육지화(陸地化)가 촉진된다. 이런 기능은 태풍이나 해일로부터 해안이 침식되는 것을 막아 해안선을 안정시키며, 조간대 갯벌의 육지화 기능을 도모하므로 영국, 중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선 의도적으로 식재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갯끈풀이 갯벌에 번성하면 갯벌 표면에 서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미경적 크기의 미세조류는 갯끈풀의 태양광 차단으로 인해 광합성을 할 수 없다. 펄 속 갯벌 생물들은 밀생하는 갯끈풀의 땅속 뿌리에 의해 완전히 제거된다. 갯끈풀은 물, 영양분, 서식 공간을 빼앗아 갯벌 고유의 자생종을 몰아낼 뿐 아니라 타화수분(他花受粉, 유전자 구성이 다른 꽃과 수분이 이뤄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 교잡종은 근연종(近緣種)의 서식처를 순식간에 접수한다.

197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만에 이식한 갯끈풀과 그 교잡종은 바로 이러한 방법으로 근연의 자생종을 만의 일부 지역에서 완전히 몰아냈다. 그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이동하는 수천 마리 철새의 먹이터인 맨갯벌과 여기저기 듬성듬성 보이던 자생 염생식물 군락은 2m까지 자라는 키 큰 갯끈풀과 교잡종의 초원으로 대체됐다.

침략적 외래종은 또 다른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트롱 교수 연구팀은 자생종인 동부산과 100여 년 전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해온 갯끈풀을 온실에서 키우면서 새로운 번식 전략을 발견했다. 이주종은 자생종에 비해 크기가 작으면서 훨씬 어린 나이에 번식 가능한 성(性) 성숙에 도달했고 꽃도 더 많이 피지만 수명은 더 짧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번식 전략으로 갯끈풀은 전 세계 연안습지를 파고들고 있다.

미국에서 갯끈풀의 태평양 연안 침략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앞에서 설명한 샌프란시스코 만의 사례도 심각하다. 1970년대 중반 미 육군 공병단이 갯끈풀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훼손돼가는 샌프란시스코 내만(內灣)의 연안습지를 살리고 침식을 막으려고 동부의 대서양 갯끈풀을 이식한 이래 지난 수십 년 사이 다른 4종의 외래종과 교잡종이 침입한 상태다.



세계 전역이 침략지

전 세계 연안습지 육지화 ‘갯벌의 테러리스트’

진도 남도석성 앞 갯벌을 뒤덮은 갯끈풀(2015년 10월 2일 드론 촬영). [사진제공·홍재상]

좋은 의도로 시작한 사업이 오늘날 하구역 전체 생태계의 균형을 뒤흔들어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샌프란시스코 만의 갯끈풀 분포 면적은 2000년에 2㎢에 불과하던 것이 2003년 8㎢, 2004년 280㎢로 급격히 확대됐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멸종 위기종을 살리고, 갯벌의 초원화를 막고, 철새의 먹이터 손실을 줄이기 위해 2000년 ‘침입 갯끈풀 프로젝트(Invasive Spartina Propject)’를 통해 모니터링과 방재 계획을 세웠다. 2015년 한 해에만 약 17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하지만 워싱턴 주에선 윌라파 만에서만 1989년부터 2005년까지 매해 약 70억 원의 갯끈풀 관련 예산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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