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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열 살 민성이의 그림은 생명이 되고, 우주가 되고…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열 살 민성이의 그림은 생명이 되고, 우주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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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민성이의 그림은 생명이 되고, 우주가 되고…

민성이 그림 앞에서 자세를 취한 민성이네 식구들. 공영석, 서원정, 태현, 민성(왼쪽부터).

이웃 아이 민성(10)이가 그림전을 연단다. 그 소식에 우리 아이가 전시회를 여는 것처럼 설렌다. 나는 민성이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곁에서 이따금 보기는 했지만 그동안 모은 그림으로 전시회를 연다니 선뜻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집 가까이 어딘가에서 전시회를 조그맣게 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저 멀리 밀양에 있는 갤러리 ‘리사’에서 연다 한다. 밀양이 조금 멀기는 하지만 우리 식구를 끌고 그림을 보러갔다.

전시장에서 민성이네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아빠 공영석(47), 엄마 서원정(37), 민성, 그리고 동생 태현(2)이가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이야기는 천천히 나누기로 하고 그림을 둘러본다. 3년 여 동안 그린 100여 점의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들꽃그림에서 줄거리가 있는 그림까지. 아이가 그린 그림이니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 역시 그림을 즐겁게 본다.

연작 그림 가운데 ‘마운틴고릴라의 봄’이라는 그림이 있다. 민성이 엄마는 둘째 태현이를 집에서 낳았다. 산파도 부르지 않고 남편과 민성이의 도움을 받으며. 민성이네는 태어날 아이 맞을 준비를 차근차근 했고, 민성이는 그런 엄마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림을 그려 나갔다. 태현이가 지금 두 살이니 민성이가 여덟 살부터 아홉 살 때까지 그린 그림이다. 그림마다 제목을 달지 않았지만 아래 글로서 그림 전체를 안내하고 있다.

〈 마운틴고릴라의 봄 〉



엄마가 동생 태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동생이 태어날 때까지

함께 경험하고 이야기 나눈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동생을 기다리며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동안

그림은 한두 장씩 늘어났고,

어느새 방안의 벽면은 태현이 이야기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하여 삼월의 마지막 날,

태현이와 우리는 만날 수 있었습니다.

태현이가 태어난 다음날 아침,

집 앞에 심어둔 산수유 꽃이

활짝 핀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따스한 봄볕이

노오란 산수유 꽃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마운틴고릴라의 연작 그림이 벽에 걸려 있다. 마운틴고릴라는 자연의 야성을 되찾으려는 인간을 표현한 것이다. 산의 정기를 받아 스스로 아이를 낳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뜻에서. 엄마가 동생을 가진 걸 가족뿐만이 아니라 둘레에 새와 나무와 개와 토끼 그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고, 숲 속을 고요히 산책하는 엄마 그림이 있다. 엄마가 밥을 맛나게 먹는 모습은 밥상 전체가 엄마 배가 된 광경으로 그리고 있다. 아기옷 빨래를 아빠와 민성이 둘이서 다정하게 빨랫줄에 너는 모습도 있다.

여러 그림 가운데 내게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은 민성이가 뱃속 아기랑 입맞춤하는 장면. 아기는 어두운 곳에 웅크린 게 아니라 엄마 뱃속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라는 모습이다. 뱃속에서도 세상 밖에 소리를 다 들을 수 있고, 민성이가 입맞춤하자니까 동생도 기꺼이 입을 맞춘다.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에 동생과 즐겁게 소통하는 민성이가 부럽기도 하다.

사실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좋지만 집에서 아이를 낳은 엄마 얘기도 궁금하다. 두려움은 없었을까. 어떤 준비를 했을까. 출산 자체는 아무래도 엄마가 중심이지만 아버지는 어떤 일을 했을까. 임신에서 출산까지 이들이 겪은 소중한 체험을 듣고 싶다. 영석씨가 먼저 말문을 연다.

“저는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경험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람이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현대인은 이를 전문가에게 맡겨버림으로써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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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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