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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역자 김석희의 번역인생 20년

“성실한 추녀보다 불성실한 미녀를!”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로마인 이야기 역자 김석희의 번역인생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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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문과 나왔으니 영어는 기본, 일어는 독학”
  • ‘유신학번’ 제주 촌놈의 ‘오기와 치기 사이’
  • “번역은 아내가 더 많이… 최종 OK는 내가”
  • 한 달에 한 권 번역… 2년치 일감 쌓여 있어
  • 8시간 자고, 8시간 일하고, 8시간 논다
  • 버리지 않은 창작의 꿈, ‘귀향일기’로 이룰까
로마인 이야기 역자 김석희의 번역인생 20년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가 한국에서 250만부나 팔린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로마인 이야기’ 같은 어려운 책이 잘 팔린다는 것은 한국의 독자 수준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 누구나 쉽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니까요. 그만큼 지적 수준이 높은 독자가 많다는 얘기라고 봅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놓친 게 있다. ‘로마인 이야기’는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 한국 독자에게 왔다. 시오노 나나미는 어렵게 썼을지 모르나, ‘로마인 이야기’가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모은 이유로 많은 이가 ‘독자에게 이야기하듯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꼽는다.

소설가의 꿈과 번역의 숙명

‘로마인 이야기’를 번역한 김석희(金碩禧·55)씨는 편집자들 사이에 문장력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김씨는 서울대 불문과 졸업 후 프랑스어를 잊어버리지 말자는 생각에 18세기 프랑스 연애심리 소설 ‘아돌프’를 처음 번역한 이래 지금껏 영어, 불어, 일어를 넘나들며 200여 권의 번역서를 냈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됐으나 그 무렵 본격적인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으니, 신춘문예로 인정받은 글쓰기 실력을 번역에 녹여 일가를 이룬 셈이다. ‘프랑스 중위의 여자’ ‘화산도’ ‘털 없는 원숭이’ ‘르네상스의 여인들’ ‘힐러리 자서전-살아있는 역사’ 등이 대표작. 1997년 ‘로마인 이야기’로 제1회 한국번역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해 번역가로는 드물게 ‘역자후기’를 모아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 60’을 펴냈다.

그가 사는 인천으로 향했다. ‘번역공장’이자 살림집인 아파트에 들어서자 문득 누렇게 바랜 원서 이미지가 떠올랐다. 오래된 가구, 짙은 갈색 패브릭, 우리말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눈에 띄는 거실의 책들 때문일 것이다. 가는 뿔테 안경을 쓰고 기자를 맞는 그는 마치 헌책방 주인 같다.

막 소파에 앉는데 그의 아내가 들어왔다. 망고주스를 사오는 길이다. 그는 망고주스를 따라주면서 “리영희 선생이 망고주스를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반미주의자로 알려진 리영희 선생이 망고를 좋아하시니 재미있지 않냐”는 얘기다. 리영희 선생과는 ‘로마인 이야기’를 펴낸 한길사를 통해 알고 지낸다고 했다.

김씨는 본래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대학 2학년 때와 3학년 때 연달아 ‘대학신문사’ 주최 대학문학상에 소설과 시가 당선됐다. 제주도에서 ‘수재’ 소리 듣고 서울대에 들어갔으나 ‘천재’들에 치여 절망하고 있던 그에게 ‘글쓰는 재주’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자연스럽게 소설가를 꿈꿨고, 등단하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방편’으로 불문과 졸업 후 국문과에 학사 편입했다. 이후 대학원에도 진학했으나 공부가 목적이 아니었기에 1년 남짓 다니다 그만둔다.

1980년을 전후로 문학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다. 하지만 그는 ‘폼 나게’ 데뷔하고 싶어 신춘문예만 고집했다. 최종심까지 올랐다 떨어지기를 6번…. 그는 그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한다.

▼ 1988년 신춘문예에 당선됐는데, 그 뒤로 번역을 더 열심히 하셨더군요.

“불문학의 울울창창한 숲을 지나면서 문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글에 대한 존경심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소설가로 데뷔한 뒤에도 일필휘지(一筆揮之) 못했지요. 이런 글쟁이는 소설 써서 밥 먹고 살기 힘들어요. 번역은 그전부터 용돈벌이로 간간이 했는데 이제는 비즈니스이자 직업이 돼버렸죠. 사람들은 제가 문학을 접었다고 하지만, 뭘 보든 소설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트에 끼적이니 꿈을 버린 건 아니죠.”

김씨의 첫 번역서는 1979년 펴낸 ‘아돌프’지만, 그는 자신의 번역 경력의 기점을 1987년으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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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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