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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쓰는 의사 정정만의 Sextory

‘총신(銃身)’ 보호용 스포츠웨어

  • 정정만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총신(銃身)’ 보호용 스포츠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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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銃身)’ 보호용 스포츠웨어
원초에 하느님이 움직이는 사람을 빚어내고 이르셨다.

“네 몸에 붙어 있는 부품들은 모두 쓸모가 있나니, 그 생김새와 쓰임새에 따라 네 마음대로 사용토록 하라.”

사람들이 그것을 제멋대로 놀려 보니 한 곳에 어울려 모인 이목구비는 물론 길쭉한 사지(四肢)까지 죄다 할 일을 해냈지만, 어찌된 일인지 황량한 하반신에 홀로 우뚝 솟은 곤봉 하나만은 자력으로 쾌유(快遊)치 못하는지라, 아둔한 남정네가 하느님께 물었다

“하느님! 이 부품은 도대체 무엇 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나의 전지전능한 신력(神力)을 응축시킨 사내의 정수(精髓)이며 네 육체의 으뜸이니라. 비록 생김새는 흉물스러운 뱀과 같지만 그 녀석의 성깔이나 변신의 매직은 너희들의 의지를 초월한 것이다. 자립 능력은 있지만 스스로 즐거울 수는 없을 터. 그래서 너희들에게 거푸집을 내려보내니 잘 다듬어서 어울려 사용토록 하라.”

거푸집! 살로 된 그 틀은 참으로 오묘한 물건이었다. 제멋대로 자라난 이름 없는 풀숲 안에 앙증맞은 꽃단추 하나, 터널, 터널 입구의 덮개 한 쌍, 그리고 갖가지 혐오시설까지 한데 어우러져 집락(集落)을 이뤘다. 거푸집 살틀을 마주한 문제의 곤봉은 달뜬 소리로 물었다

“하느님! 이 무슨 변고란 말입니까? 저 괴상한 물건이 저에게 자꾸 손짓하고 있습니다. 몸은 벌써 돌덩이로 변해 있고 온몸에 열이 나며 뻐근하기까지 합니다.”

하느님이 껄껄 웃으면서 답했다.

“주저하지 말고 생김새대로 즉시 조립(組立)하라! 그것이 바로 나의 뜻이니라.”

둘은 요철 맞춤을 시도한 후 자연의 쾌감에 따라 상부상조, 일진일퇴, 이전투구, 용호상박을 벌인다.

“하느님, 기쁨 같은 긴장이 온몸을 파고들다 금세라도 터져나와 숨통을 막아버릴 것 같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충만감이랄까, 아니 고통 같은 쾌감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군요.”

“주저하지 말고 격발하라.”

곤봉의 전신 쥐어짜기가 감행됐다. 수억의 생명이 터널의 어둠을 뚫고 분출되는 순간 천상 하느님의 얼굴이 뚜렷하게 다가왔다. 이래서 생긴 스포츠 종목이 사격술이다.

사격 경기!

천혜의 용구인 08구경(요도 직경 0.8cm) 소총 한 자루와 거푸집 살틀이라는 단일 표적만 구비되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전천후 레저 스포츠. 까다로운 이론이나 기술, 특별한 용구나 시설도 필요 없는 만인의 대중 스포츠. 어디 그뿐인가, 횟수 제한이나 경기시간 규정이 없고 일정한 격식도 없다. 관중의 환호나 심판의 판정도 없다. 선수가 탈진해 녹아떨어질 때까지 지속되는 무제한 녹다운 자유형 개인경기다.

운동종목 가운데 이것만큼 감격의 탄성을 쏟아내는 경기가 또 있을까. 사격 경기가 대중화한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열풍만큼 안전사고도 속출한다. 안전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총기의 결함도 문제지만 경기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오발, 남발 등이 안전사고의 주범이다. 아무 과녁에나 총부리를 겨냥한 무차별 오락 사격을 일삼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일찍이 각 사수의 독점 전용 표적을 지정한 후 ‘일사수 일표적’의 원칙을 강조했다. 일찌감치 사격술의 잡기화, 표적의 상품화를 경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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