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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가를 읽어야 돈 흐름을 꿴다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월 가를 읽어야 돈 흐름을 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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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가를 읽어야 돈 흐름을 꿴다

월가의 내밀한 속살을 파헤친 ‘라이어스 포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달러-유로 환율 변동…. 한국 신문의 경제면에도 자주 등장하는 국제 경제 뉴스다.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들이므로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떼이면 ‘세계 금융시장의 심장’이라는 월 스트리트가 얼어붙는다. 찬바람은 한국 증시에도 밀어닥친다.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한두 달치 봉급이 날아간다. 제법 큰 돈을 굴리는 투자자는 며칠 새 1년치 연봉을 날리기도 한다.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애그플레이션 탓에 라면, 피자, 과자 등 밀가루가 들어간 식품 값이 줄줄이 오른다. 캐나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캐나다로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은 학비 부담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세계화’가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지 않은가. 한국의 경제 상황을 잘 이해하려면 미국 월 가(街) 사정도 파악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마이클 루이스 지음, 정명수 옮김, 위즈덤하우스)는 월 가의 내밀한 속살을 파헤친 역작이다. 대학원을 갓 졸업한 젊은이가 미국 투자은행 살로만 브라더스에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 겪은 체험을 고백한 내용이기에 리얼리티가 돋보인다. 원저가 출판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오늘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단서가 그때 시작됐다는 점에서 책 내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 책은 요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여러 금융 기법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생생한 역사를 담고 있다.

1960년생인 저자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예술사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백수로 지내며 런던에 눌러앉은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영국 왕실 주최 파티장에 참석했다. 만찬장 옆 자리의 어느 귀부인에게 “투자은행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 말했다. 미국 최고의 채권 전문 투자은행인 살로만 브라더스에 다니는 간부를 남편으로 둔 그녀는 마치 채용 면접관이나 되는 듯이 꼬치꼬치 캐묻더니 “추천해주겠다”고 말했다. 마침내 저자는 살로만 브라더스에 채용돼 1985년에 월 가에 입성했다.

일확천금 노리는 월 가 젊은이들

월 가를 읽어야 돈 흐름을 꿴다

미국 금융가인 월 스트리트의 작은 움직임에도 한국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다.

당시 미국 금융시장은 격동기였다.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재정적자를 메웠고 월급쟁이들은 너도나도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아 집을 샀다. 저자는 이를 ‘레버리징 아메리카(Leveraging America)’라고 불렀다. 미국 전체가 빚을 얻는 형국이었고 그 빚을 표시한 채권을 전세계에 팔았다. 이 때문에 월 가에서도 음지였던 채권시장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양지로 바뀌었다. 살로만 모기지팀은 하루 이틀새 수천만달러씩 수익을 남기는 진기록을 세웠다.

1984년엔 월 가 전체의 수익 가운데 절반 이상을 살로만 모기지팀이 차지할 정도였다. 저축대출조합(S&L)이 모기지 대출을 해주고 받은 차용증서를 살로만 브라더스는 모기지담보부증권(CMO)으로 만들어 유통시키며 거액의 차익을 챙겼다. 담당자는 몇백만달러를 수당 또는 연봉으로 받았다. 이를 바라보는 주니어 사원들은 자신들도 그런 수입을 올리기를 기대하는 야망을 품는다.

이 과정에서 포커 게임과 같은 치열한 두뇌 싸움이 벌어진다. 살로만 브라더스 임직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도 소개된다. 저자가 1988년 퇴사할 때까지 목격한 숨막히는 머니게임 장면이 상세히 묘사됐다. 이 책에 대해 김기석 뱅크오브아메리카( BOA) 서울지점 본부장은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투자은행에 들어가 직접 트레이딩을 해보니 MBA 과정에서 읽은 이 책 내용 하나하나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정해근 대우증권 상무는 “트레이딩 룸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고백록이자 자화상”이라면서 “국제금융 및 자본시장의 총아인 투자은행에서 일하고자 하는 청년이나 자본 흐름을 한눈에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

돈벌이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살로만 브라더스를 떠난 이후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경제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에서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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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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