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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HT INTERVIEW

다섯 번째 작가 이현미 H.M.Du Rhone

6인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시리즈

  • 글·김민경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어드바이저·안수연 (갤러리박영 기획&학예실장)

다섯 번째 작가 이현미 H.M.Du Rhone

다섯 번째 작가 이현미 H.M.Du Rhone

H.M.Du Rhone, ‘Dialogue’, acrylic on canvas, 120×90, 2009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호주로 유학 갔을 때,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 같았어요. 영어도 굉장히 빨리 늘었고요. 호주인인 남편을 만나 결혼도 했으니, 나는 한국보다는 호주가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호주에서 산 지 20년이 지나면서 문득문득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곤 하는 거예요.”

다섯 번째 작가 이현미 H.M.Du Rhone
이현미(42)씨는 호주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 작가다. 또 시드니에서 ‘갤러리hm’을 운영하며 전시를 기획한다. 그곳에서 그의 이름은 H.M.Du Rhone이다. 그는 한국보다 유럽의 현대미술을 더 가깝게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유럽에 가면 한국과 인연이 있는 작가들을 찾아냈다. 그들과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처음 기획한 ‘Cultural Competence-너+나=우리’(갤러리박영, 5월1~30일)는 그가 고국인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여정을 보여주는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호주의 갤러리hm과 한국의 갤러리박영이 함께 만들었지만, 호주의 미술을 한국에 소개하는 성격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참여 작가를 거주국으로 보면 독일과 프랑스가 각 2명, 스페인 1명, 호주가 1명인데, 호주작가가 바로 나다. 출신국으로 보면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프랑스가 각 1명씩이고 한국인이 2명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모두가 태어난 곳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 인연이 있고, 한국을 잘 알고 있으며,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고국을 떠난 작가들을 ‘디아스포라-이산’이란 주제로 묶는 전시는 종종 있었다. 어떻게 다른가.

“전시 참여 작가들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고, 그런 면에서 성공했다. 자신감, 능력이란 뜻을 가진 단어 ‘Competence’를 전시 제목에 쓴 이유다. ‘이산’과는 거의 반대편에 선 작가들이다.”

다섯 번째 작가 이현미 H.M.Du Rhone

Ariel Moscovici, ‘In Head Ⅵ’, stainless steel, 52X105X105, 2009(좌) 정용창, ‘SSAL’, 쌀과 모형배 설치, 2002(우)

-작가 자신도 20년 동안 호주에서 현대미술 작가로 성공적인 활동을 해왔다. ‘다시’ 한국을 찾게 된 이유는?

“호주 사람들과 작가들은 자연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땅은 광활하고, 인구는 적으니, 생활환경이 도시보다 자연에 가깝다. 땅의 ‘기’가 세다. 나도 호주의 땅에서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비평가들은 내 작품이 ‘한국적’이라고 한다. 내가 유칼립투스 나무를 그리면, 그게 소나무, 버드나무처럼 보이는 거다. 호주의 붉은 흙, 비온 뒤 나무의 주황이 내 캔버스에선 색동이 된다.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고국의 뭔가가 그들에게 남아 있고, 그 점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하는 밑바탕, 힘이 된다.”

-최근 작품에 그런 심리적 변화를 담았나?

다섯 번째 작가 이현미 H.M.Du Rhone

Tilmann Krieg, ‘Green robe’, printed on aluminium, 2008

“그렇다. 초기엔 텅 빈 책장에 죽어가는 동물들이 올려진 그림을 그렸다. 호주에서 반응이 아주 좋았다. 요즘은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젊을 땐 사회적 모순, 인간의 비도덕적 행위를 비판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요즘은 내가 먼저 잘살아야 한다는 반성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건 나이가 가져다준 미덕이다.”

-전시 작가들은 어떻게 선정했나?

“유럽의 아트마켓에서 찾았다. 예를 들면 참여 작가인 정용창 선생은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분이다. 외국에서 한국 작가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전시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전시 참여를 권유했다. 타버린 ‘쌀(SSAL)’을 통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인에게 호소하는 작품을 보여주는 대단한 내공을 가진 작가다.”

-호주의 현대미술에 대해 언급한다면?

“현대미술이 도시, 산업, 복잡한 현대사회, 소외된 인간의 감정을 먹고서 발달하는데, 호주는 자연환경이 워낙 좋아서 역설적으로 현대미술에는 ‘나쁜’ 환경이다. 내가 호주 밖에서 대형 기획전을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주에선 추상화한 원주민 미술이 각광을 받는다. 그래서 한국의 일반인이 전문가 못잖은 미술 상식을 갖고, 미술평을 하는 걸 보면 깜짝 놀란다.”

-한국에선 ‘문화’에 대해 아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간혹 속물적이라는 비판도 한다.

“문화적 속물이 되면서 문화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대단하다.”

-갤러리hm의 대표는 작가의 남편이고, 홈페이지에 Du Rhone씨의 사진작품도 있다. 남편도 작가인가?

“하하. 아니다. 미술과 관계없는 일을 한다. 2005년 갤러리를 낸 뒤 좀 도와주는 정도다. 사진은 취미다. 그는 자연을 보며 자족하는 사람이라, 호주에만 있으려 한다. 덕분에 이번에 나 혼자 실컷 여행을 즐기고 있다.”

다섯 번째 작가 이현미 H.M.Du Rhone
갤러리박영

갤러리박영(대표 유연옥)은 2008년 파주출판단지에 문을 연 갤러리 겸 작가 스튜디오다. 도서출판 박영사가 기업의 문화적 기여를 위해 설치했다. 5월1일부터 30일까지 호주 갤러리hm 기획자이자 현대작가인 이현미씨와 갤러리박영이 함께 기획한 전시 ‘Cultural Competence-너+나=우리’가 이곳에서 열린다. 참여 작가는 Ariel Moscovici, Tilmann Krieg, Ramon Roig, Silvie Rivillon,정용창, 이현미 등 6인이다.

031-955-4076. www.gallerypakyoung.com

신동아 2009년 5월 호

글·김민경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어드바이저·안수연 (갤러리박영 기획&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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