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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클래식으로 세상읽기 ③

클래식 음악과 이름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너는 다만 하나의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 조윤범│현학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클래식 음악과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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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이 없어 유명해지지 못한 곡들. 우리는 베토벤 교향곡을 들을 때 4번, 7번, 8번은 나중에 듣거나 지나쳐버린다. ‘운명’ ‘전원’ ‘영웅’ ‘합창’과 달리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 무명의 곡들에 이름을 붙여주자. 클래식 음악용어가 이름으로 붙은 자동차처럼.
클래식 음악과 이름

자동차 이름 소나타는 음악용어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름이 있다. 이름은 어떤 인물이나 사물, 사건을 가리키기 위해 붙여지는데, 반대로 이름으로 말미암아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이미지가 바뀌기도 한다.

많은 기업이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은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이름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보통명사로 시작했겠지만,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고유명사를 붙이게 되고, 또 한 차원 높은 다른 이름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심지어 딱딱해 보이고 거친 느낌이 드는 상품에 부드러운 이름을 붙인다면 사람들에게 훨씬 좋은 이미지로 다가설 수 있다. 지극히 감성적인 음악용어를 붙이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고급스럽고, 전통 있고, 부드럽고, 아름답고, 강렬하며, 열정적이고, 재미있고, 재치 있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모든 단어가 음악용어에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사용범위는 무한하다. 나아가서 그런 음악용어를 사용하는 작품이름에서부터 작곡가의 이름, 그 작곡가가 활동한 장소, 수많은 작곡가가 사용해온 양식과 시대 이름까지 차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차용해왔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온 음악용어들을 새삼스럽게 꺼내어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음악에서 어떻게 사용되어왔는지를 알아보자. 어쩌면 이런 이름들은 아예 원래의 음악용어가 아닌, 새롭게 만들어진 고유명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음악용어를 상품에 사용한 것들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자동차 이름일 것이다. ‘소나타’는 두말할 것 없는 음악용어다.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말을 할 때도 기승전결과 같은 일정한 형식과 순서를 갖고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것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형식, 가장 자연스럽고 완성되어 보이는 형태, 그것이 고전파시대에 완성된 소나타 형식이다.

‘매우 빠르게 연주하라’는 뜻의 음악용어인 ‘프레스토’ 역시 자동차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그 음만 세게 연주하라’고 하는 ‘액센트’로 불리는 자동차는 실제로도 이름에 걸맞게 다른 차들보다 더 ‘튀는’ 색상을 채용했다.

소나타와 캐논

오래전에 개발된 차종에만 음악용어가 붙은 게 아니다. ‘강하게 연주하라’는 뜻의 ‘포르테’는 최근 나온 자동차 이름으로도 등장했다. 포르테는 특히 그 뜻이 지니는 강렬함 때문에 많은 제품에 사용되어왔다. ‘아진탈 포르테’라는 소화제를 기억할 것이다. 그 제품의 광고에는 지휘자 금난새가 출연하기도 했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이 흐르는 가운데 등장하는 “포르테는 강하다는 뜻입니다”라는 마지막 코멘트는 참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다.

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돌림노래, 즉 ‘캐논’은 파헬벨이 작곡한 ‘캐논 변주곡’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유명한 캐논은 카메라다. 철자도 똑같이 캐논(Canon)인데, 창업주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일본 회사인 캐논은 창업주의 이름이 한자로 관음(觀音), 즉 관음보살의 관음이다. 관음에서 콰논으로, 다시 콰닌으로 바뀌고, 결국 더 읽기 편한 캐논으로 결정된 것이다.

음악에서는 몇 마디 뒤에서 똑같은 멜로디를 부르는 돌림노래를 ‘캐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바로크 시대에는 ‘푸가’라는 작곡기법이 완성되었는데, 쉽게 말하면 여러 돌림노래를 합쳐놓은 것이다. ‘Fuga’는 ‘도망치다’라는 뜻인데 영화 ‘도망자(Fugitive)’의 제목도 이와 같은 어원의 말이다. 하나의 선율이 흐르면 비슷한 멜로디가 뒤에서 좇아가기 때문에 ‘도망가다’라는 뜻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돌림노래는 훨씬 복잡해서, 그냥 뒤에서 따라오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멜로디는 몇 음 위에서 좇아가기도 하고, 또는 몇 음 밑에서 좇아간다. 심지어 같은 멜로디를 거꾸로 부르면서 따라가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그래도 음악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기법이기 때문에 바로크시대 선생님들은 이런 것으로 시험문제를 냈다. 자신이 하나의 멜로디를 써주고 학생들에게 각자 다른 방식의 푸가를 적어오게 하는 것이다. 악보 위에 어떻게 써오라고 지시한 그 문장을 원래 캐논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이 말의 뜻이 변해서 그냥 단순하게 따라오는 푸가, 즉 돌림노래를 캐논이라고 부른다.

신혼부부들은 아마 유명한 이탈리아제 유모차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라스칼라’라는 유모차의 이름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오페라극장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 회사가 만든 다른 유모차의 이름을 보면 증명이 된다. ‘베르디’나 ‘푸치니’가 그것이다. 그들은 스칼라 극장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사람들이다. 베르디의 수많은 오페라가 그 극장무대에서 막이 올랐으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푸치니의 유명한 오페라 ‘나비부인’도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는데 이 공연은 실패했다. 너무 크게 실패했기 때문에 푸치니는 다시는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의 고집을 아무도 꺾지 못했는데, 그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의 스칼라 상연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을 때 그가 사망함으로써 결국 그의 결심은 지켜졌다.

요즘 어떤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창에 그 이름을 쳐보는 것이다. 문서가 많이 검색되는 만큼 유명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내 이름을 검색창에 쳐보는 것이 내 취미가 되었다. 많이 나올 때는 역시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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