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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⑩

‘밀리언셀러’ 신경숙 영혼의 고백

“사랑은 불편한 현실에서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밀리언셀러’ 신경숙 영혼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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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노동하는 엄마에게 여성성이 부여될 때 참된 여성이 완성
  • ● 아버지의 외도,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죠?
  • ● 내 소설 주인공들이 나약하다고요? 천만에요
  • ● 아무리 불가능해도 사랑은 계속 해야
  • ● 글 쓰기 위해 새벽에 일어날 때마다 절망 느껴
  • ● 이 생에서 다 쏟아내고 다음 생에선 작가로 태어나지 않겠다
‘밀리언셀러’ 신경숙  영혼의 고백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는 여러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그중 1장과 3장의 화자는 큰딸과 아버지인데, 각각 주어가 ‘너’와 ‘당신’으로 시작되는 2인칭 시점의 화법이다.)

그대 신경숙(46)을 만나기로 한 날, 조성식 기자는 아침 출근길 승용차 안에서 ‘기차는 8시에 떠나네’라는 곡을 몇 번이고 들었다.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리메이크한 그리스 노래인데 이 곡에 번안가사를 붙인 사람이 바로 그대다.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

(‘기차는 8시에 떠나네’ 2절)

1999년에 나온 그대의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이 노래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야학과 노동운동을 하던 주인공 김하진(오선주) 패거리는 동네 다방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그들의 본거지에 모여 ‘해고노동자를 복직시켜라’는 구호문을 만들거나 야학에 걸어놓을 플래카드를 제작했다. 그런데 그들 중 이 노래를 다방 DJ에게 신청하는 사람은 매번 곡목을 ‘8시’에서 ‘7시’로’ 바꾼다. 일종의 암호였던 것이다.

이 노래가 조 기자의 가슴에 꽂힌 데는 그대의 소설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 바로 ‘기차는 7시에 떠나네’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사실 그대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몇 년 앞서 나온 ‘깊은 슬픔’과 ‘외딴방’이지만 그는 이 작품이 더 마음에 들었다. 제목부터 멋있지 않은가. 꽉 닫힌 명사형 제목으로 주제를 생경하게 드러낸 두 작품에 비해.

인터뷰는 그대를 덮친 감기 탓에 하마터면 깨질 뻔했다. 그대는 애초 인터뷰하기로 한 날 아침에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기사 마감이 임박한 10월13일 오후에야 두 사람은 얼굴을 맞댈 수 있었다. 장소는 서울 평창동의 한 미술관. 맑은 공기와 떨어지는 것이 두려운 그대는 북한산 자락인 구기동과 평창동 일대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

의자가 고작 서너 개인 미술관 찻집에서 기다리는 기자 앞에 아래위로 검은 옷을 입은 그대가 긴 머리채를 흩날리며 나타난다. 동화에 나오는 마법사처럼. 이제 인터뷰가 진행되면 알게 되겠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그대가 펴낸 장편소설들을 꾸준히 읽어온 기자는 그대의 모습에서 지헌(‘엄마를 부탁해’)과 리진(‘리진’), 산이(‘바이올렛’), 하진(‘기차는 7시에 떠나네’), 은서(‘깊은 슬픔’)의 흔적을 찾고 있다. 그들이 그대의 분신이라고, 상징적인 의미의 분신이 아니라 실제로 닮았다고 여기면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졌다”

기자는 그대의 인상이 9년 전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세련됐다고 느낀다. 어느덧 훌쩍 중년에 접어든 그대에게서 원숙한 아름다움을 느낀 건지도 모른다. 인터뷰 중간에 밖에 나가 사진을 찍을 때 그대는 “세련돼졌다”는 기자의 말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사라져서 그런지 부드러워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사람이 좋아졌다는 거지” 하며 쿡쿡 웃었다.

아픈 탓인지 그대는 오늘따라 얼굴 윤곽이 뚜렷하다. 누군가에게 그대가 ‘만년 소녀’라는 느낌을 준다면 검고 윤기 있는 머리카락에도 공을 돌려야 마땅하리라.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이야 그렇다 치고.

그대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오래 전 방송국에서 음악프로그램 구성작가를 할 때 알았다. 원어로 들어 가사 뜻도 몰랐지만, 처음 듣는 순간 얼음장에 짱 금이 가듯 가슴이 갈라지는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언젠가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쓰리라 마음먹었다.

자리에 앉은 그대는 가방에서 하드커버의 양장본 ‘엄마를 부탁해’ 두 권을 꺼내 조 기자와 사진기자에게 기념으로 준다. 맨 뒤 판권에 ‘초판 100쇄 발행/ 2009년 9월14일’이라고 적혀 있다. 언론은 이를 두고 “한국문학 사상 최단 기간 내 100만부 돌파 소설”이라고 요란을 떨었다. 전작들에 비해 대중성이 강하긴 하지만, 순수문학작품인 이 소설이 100만부를 돌파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그대라고 예상했겠는가.

그대는 가방에서 물통을 꺼냈다. 생강차에 감기약을 탄 것이다. 감기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아서다. 기자에게 “이렇게 가까이 앉아 얘기하면 감기 옮길지도 모른다”고 농을 건넨다. 자신도 남편에게서 옮은 것이라며.

이런 몸으로 그저께와 어제 1박2일에 걸쳐 강원도 양양에 다녀왔다. 조선일보사에서 주최하는 동인문학상 최종심사 때문이다. 양양에서 심사위원들은 합숙을 하며 장시간 토론 끝에 네 편의 후보작 중 한 편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아직 신문사에서 공식발표를 안 했기에 그대는 “누가 선정됐느냐”는 조 기자의 물음에 답변하지 않는다.

7명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인 그대는 지난해부터 이 상에 관여해왔다. 심사위원들은 매달 한 차례씩 모여 후보작품들에 대해 토론해 왔다. 오래전 황석영씨는 이 상에 대해 “거대 언론사의 문인들 줄 세우기”라고 강하게 비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기자가 황씨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대는 “내가 심사위원 하기 전의 일이라 그 사정을 잘 모른다”며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 상의 심사위원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평소 놓치는 작품이 많아요. 그런데 심사를 맡게 되면서부터 매달 새로 출간된 책들을 읽게 됐지요. 한창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세계와 문학계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좋아요. 예전에는 80년대 문학이니 70년대 문학이니 해서 어떤 특징으로 묶여 규정됐지만, 요즘은 4·19세대, 386세대, 88만원세대 등 여러 세대의 특징이 뒤섞인 느낌이 들어요. 지금 젊은 작가들은 매우 다양하게 써요. 제가 보기엔 진짜 문학의 본질을 다루는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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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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