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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역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게 듣는다

“열심히 했지만 실패한 인수위원장 100大 과제 정부서 다 퇴짜 놓더라”

김대중 정부 이종찬 前 위원장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열심히 했지만 실패한 인수위원장 100大 과제 정부서 다 퇴짜 놓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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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인수위서 설익은 案 마구 흘러나와 국민은 혼란
  • ● 인수위 구성 서둘지 말고, 인수위원으로 組閣 필요
  • ● 대통령은 靜觀 하며 총리 인선 등 큰 그림 구상해야
“열심히 했지만 실패한 인수위원장 100大 과제 정부서 다 퇴짜 놓더라”

이종찬
1936년 중국 상하이 출생 / 경기고-육사 16기. 소령 예편 / 중앙정보부 해외공작부국장-총무국장, 국가보위입법위원 / 민정당 원내총무, 정무1장관, 11~14대 국회의원,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 15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국정원장 역임. 현재 우당장학회 이사장.

“대한민국 정부를 세울 때 최대 난제가 토지개혁이었다. 제헌의회에 입성한 의원의 절대 다수가 한민당원인데 그들은 대부분 지주 출신이라 토지개혁을 극력 반대했다. 그때 이승만 대통령이 어떻게 했나. 광복 후 조선공산당과 결별한다는 성명은 발표했지만 그 후 좌우합작운동에 참여하고, 대일항쟁기에는 내내 공산주의 활동을 한 죽산 조봉암을 초대 농림부장관에 임명해 토지개혁을 밀어붙였다. 덕분에 6·25전쟁 때 인민군이 내려왔어도 한국에서는 농민 봉기가 일어나지 않았다.

남침을 앞두고 김일성과 박헌영이 스탈린을 찾아갔다. 스탈린이 ‘너희가 내려가면 노동자 농민들이 깃발을 들고 호응할 것인가’라고 묻자, 박헌영은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남로당이 10·1 대구폭동과 제주도 4·3사건을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월북한 후 대한민국에서는 조봉암 장관이 토지개혁을 강력히 밀어붙여 소작인들이 땅을 갖게 했다. 이런 이유로 인민군이 내려왔어도 농민들이 계급투쟁을 벌이지 않았다. 이 일로 정전(停戰) 후 김일성은 박헌영에게 잉크병을 집어던지며 ‘당신이 우리가 내려가면 무산계급이 호응해 봉기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윽박지르고 그를 숙청했다.

조봉암은 유상몰수 유상분배를 원칙으로 토지개혁을 했기에, 땅을 뺏긴 지주에게는 ‘지가(地價)증권’을 주었다. 그리고 은행에 지가증권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게 해, 지주를 산업자본가로 유도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 이 증권이 휴지가 되면서 산업자본가 육성이 무산됐다. 토지개혁과 산업화 동시 추진은 무산됐지만 아무튼 토지개혁은 성공시켰다. 그때 이 대통령이 조봉암을 기용하지 않았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당선될 때 신세를 진 세력을 기용하지 말고, 국가 발전에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초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후 최초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했고, 이 법은 2003년 2월 국회를 통과해 법률로 확정됐다. 그를 만나 인수위 운영에 대한 교훈을 들으려고 한 것인데, 그는 인수위가 아닌 대통령 당선인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부터 쏟아냈다.

“함경도 출신 군인들은 대체로 용감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함경도 출신 군인들과 5·16을 성공시켰지만, 반(反)혁명 혐의 등을 이유로 ‘알래스카’로 불린 그들을 제거하고 경상도 세력이 중심이 된 4인 체제에 무게를 둬, 경제개발을 추진했다. 정권을 잡을 때 신세 진 사람을 내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결정한 생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사람을 뽑아 활용했다. 당선인은 이러한 것을 배워야 한다.

대통령과 CEO는 시간 여유를 갖고 상황을 바라보는 정관(靜觀)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얼리 버드(early bird·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처럼 새벽부터 수석회의를 주재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이 수석과 회의하면, 장관들은 수석으로부터 통보를 받으므로, 수석의 눈치를 보게 된다. 수석이 뭔가? 보좌진 아닌가? 보좌진은 대통령에게 좋은 보고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실정을 알지 못하고 골목대장 노릇만 하게 된다. 국가가 위기에 직면해도 바로 알지 못한다. 그리고 위기가 커지면 원인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장관만 자꾸 바꾸게 된다.

대통령은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 부문(部門) 사령관인 장관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 대통령은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을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 장관을 ‘우리 집 부엌에서 아침을 먹자’고 불러, 이것저것 물어보고 지시해야 장관들이 최선을 다하고 대통령도 현실을 제대로 알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임기와 함께 가는 장관을 만들어야 대통령은 계획한 대로 나라를 이끌 수 있다.”

▼ 최초의 인수위원장으로서 차기 정부 인수위 운영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미국에서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누가 인수위에 들어갔는가. 부통령으로 당선된 딕 체니가 위원장, 국방장관을 하게 되는 럼스펠드와 국무장관이 되는 콜린 파월이 인수위원이었다. 나는 당선인에게 ‘인수위 만드는 일은 절대 서두르지 말라’는 주문을 꼭 하고 싶다. 인수위는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둔 2013년 2월 초에 구성해도 된다. 그때까지는 총리를 맡길 사람과 외교 국방 경제 교육 같은 큰 국정을 다룰 사실상 부총리급 장관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다음 정부에서 일할 사람들을 정해놓고 그들로 인수위를 만들라는 것이다.

나는 최초의 인수위원장이었지만 실패한 인수위원장이다. 내가 이끈 인수위는 수많은 공무원을 만나 차기 정부가 해야 할 100대 과제를 정리해 넘겼지만, 전부 무시됐다. 차기 정부에서 하지도 않을 일을 하느라 괜히 공무원들만 들볶았다. 차기 정부는 이러한 낭비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인재 찾는 데 집중해야

▼ 인수위 자체보다는 인수위를 운영할 당선인의 자세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차기 정부에서 큰일을 할 사람으로 인수위를 구성한다고 해도 당선인은 그 인수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란 문제에 부딪히지 않는가.

“6·25전쟁 때 왜 많은 소위가 전사했는지 아는가. 사단장이 대대장 자리에 와 있으니 대대장은 중대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중대장은 소대장 자리로 뛰어갔다. 그러니 소대장들은 마음이 급해져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돌격하다 줄줄이 전사했다. 사단장이 할 일은 따로 있는데 대대장이 할 일을 간섭해버리니 바쁘기만 하고 실속이 없어진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은 절대로 바쁘게 지내지 않았다. 연말이 다가오면 도쿄(東京)로 날아가 온천을 하며, 식견 있는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새 일이 구상되면 돌아와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맡기고, 그에게서 어떻게 하겠다는 보고를 받으면 꼼꼼히 메모를 했다. 그러고는 분기가 지날 때 불러 진행된 상황을 보고 받고 기다려주었다. 어차피 연말이 되면 대차대조표가 정확히 나올 것이니까.

반면 나와 가깝게 지냈던 모 회장은 직접 챙겼다. 그 바쁜 사람이 안 되는 회사가 있으면 달려가 사장을 밀쳐놓고 직접 지시를 했다. 그러니 사장들은 시키는 것만 하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 회장이 아무리 유능해도 열 사람의 머리를 당하겠는가. 삼성이 번창하고 삼성만큼 거대했던 그의 그룹이 무너진 것은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 차이였다.

당선인은 급히 인수위를 만들어 신속히 권력을 넘겨받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조용한 산사에 들어가 5년 동안 할 일부터 구상하는 정관을 해야 한다. 모여드는 사람들을 끊고 조용한 곳에 들어가 있으면, 사람을 보는 지혜가 생겨난다. 당선인에게 필요한 것은 신속히 인수위를 만드는 것보다 그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그 일을 해낼 사람을 신중히 찾아내는 정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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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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