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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리포트│황우석 후폭풍

가수 강원래 주치의 윤도흠 박사의 분노

“환자 고통 못 덜어줄 망정 더는 눈물 흘리게 하지 말라”

  • 윤도흠 연세대 의대 교수·신경외과학 ydoheum@yumc.yonsei.ac.kr

가수 강원래 주치의 윤도흠 박사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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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사건에 대한 서울대 진상조사위 발표 다음날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를 지켜본 신경외과학 권위자 윤도흠 박사가 “반성보다는 책임회피와 또 다른 거짓말로 일관하는 것을 보며 울분이 터졌다”며 황 교수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 글을 보내왔다. 윤 박사는 황 교수가 걸을 수 있게 하겠다고 자신하던 가수 강원래의 주치의이기도 하다.
가수 강원래 주치의 윤도흠 박사의 분노

황우석 교수는 교통사고로 척수손상을 입어 걸을 수 없는 강원래에게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걸을 수 있게 하겠다고 자신했었다.

황우석 교수가 또 살아나는 듯하다. 비정상적인 부활이지만, 끈질긴 생명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1월12일, 황 교수가 전날 서울대 진상조사위 발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기자회견을 연 후 의외로 많은 네티즌이 황 교수를 지지하고 서울대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황 교수가 비록 논문조작과 같은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줄기세포 기술을 보유한 데다 난치병 치료의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에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보는 듯하다. 이들 무조건적인 황 교수 지지자 중에는 불치병 환자와 그 가족이 많다. 이들은 황 교수의 사기극이 한 꺼풀씩 벗겨질 때도 촛불시위를 하며 황 교수를 응원했다.

이들 가운데는 필자의 환자들도 있다. 인기 남성 듀오 ‘클론’의 멤버 강원래도 그중 한 사람이다. 필자는 비록 황 교수처럼 강원래의 손을 부여잡고 ‘장밋빛 희망’을 주지는 못해도, 그가 휠체어를 박차고 일어나 ‘쿵따리 샤바라’를 멋진 율동과 함께 부르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슬프게도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낮다. 줄기세포 치료법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수많은 환자가 신기루를 보고 있을 따름이다. 이렇게 된 데는 누구보다 황 교수의 책임이 크다. 그는 수많은 거짓말을 도미노식으로 만들어내며 환자들에게 허상을 심어줬고,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나는 순간에도 깊은 반성보다는 책임회피와 또 다른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필자는 황 교수의 기자회견을 보며 늘 환자들과 살을 부대끼며 살고 있는 의사로서, 그리고 교수로서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편 가르기, 책임 떠넘기기

첫째, 황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팀은 배반포 수립만 책임지고 줄기세포의 확립에 대해서는 애당초 배양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는 다른 쪽의 책임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으로 온 국민이 열광했을 때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은 사람이다. 그는 ‘줄기세포 연구의 대가’ ‘줄기세포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자 줄기세포 배양은 자신의 연구 분야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 그렇다면 줄기세포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른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같이 연구하던 연구원들을 소속에 따라 편 가르기를 하고, 한편으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차한 짓을 하고 있다. 국민은 이러한 편 가르기 과정에서 그들의 소속을 알게 됐지, 그 전에는 이들이 한솥밥을 먹으며 같이 연구를 진행한 식구들로만 알았다.

파견 나온 연구원이든, 자신의 제자든 이들 모두의 책임자는 황 교수였다. 진정한 보스는 일이 성공했을 때 동료나 부하직원의 업적을 치켜세워 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실패했을 때는 혼자 책임지고 가겠다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러나 황 교수는 이와 정반대로 행동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삼류 배신 스토리를 보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둘째, 황 교수는 무균돼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했다느니 특수 동물을 복제했다느니 하면서 논문 조작 사실을 흐리고 있다. 이 세기적인 사기 사건에 대해 사과한다며 시작한 인터뷰에서 그의 말과 내용은 사과에 걸맞은 것이 아니었다. 논문 조작은 사소한 것이고, 지금도 엄청난 연구를 하고 있고, 나를 사장(死藏)시키면 이러한 연구도 사장된다는 식으로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자로서 논문을 조작하는 것은 학문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다. 학문의 세계는 일반인이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한두 사람의 천재가 혁명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협력과 비판으로 오류를 제거해가는 영역이다. 한두 사람의 거짓말이 전체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논문 조작은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황 교수는 지금껏 실토한 내용만으로도 학자로서 생명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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