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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적응 현장을 가다④

케냐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

지구온난화 대응의 최전선에 선 ‘글로벌 사령부’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케냐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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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료주의에 빠진 맥없는 국제기구라는 비판도 들었다. 손에 잡히는 현장사업 대신 회의와 조율에만 열중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들어왔던 환경 분야의 국제적 이슈들이 모두 이 조직을 거쳐 공론화되었고, 여전히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 지구의 반대편 끝 아프리카의 한 자락에서 세계를 향해 ‘기후변화와의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를 찾았다.
케냐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

케냐 나이로비의 유엔 사무소 진입로에 내걸린 만국기.

세계 평균기온이 20세기 후반에 비해 1.5~2.5℃만 상승해도 지구상 모든 동식물종의 20~30%가 멸종할 우려가 있다. 3.5℃가 오르면 40~70%가 멸종 위험에 놓인다. 21세기 중반까지 지중해 연안과 미국 서부, 남아프리카와 브라질 북동부 등의 반건조기후 지역은 심각한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릴 것이 확실시된다.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녹고 있고, 가뭄과 장마, 혹서 등의 이상기후는 급증하고 있다.’ -2007년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4차 평가보고서 중에서-

어쩌면 이제는 식상한 이야기일까. 기후변화에 관한 갖가지 우려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주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변화 문제를 ‘현재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선언하고 각국 정부에 함께 대응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한마디로 지구온난화와의 전쟁은 세계가 공동으로 맞닥뜨린 가장 급박한 전선인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반응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사실. 9월22일 반기문 총장의 소집으로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변화정상회의에는 세계 주요국 지도자가 모두 참석했지만, 기후변화의 책임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견해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그 대표 격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기대와는 달리 자국 온실가스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치를 끝내 제시하지 않았다.

유엔 환경조직의 ‘어머니’

케냐에 입국한 이래 처음으로 만나보는 ‘제대로 된 도로’다. 차선도, 신호등도, 인도도 있다. 심지어는 가지런히 심어진 가로수까지. 수도답지 않게 도로 사정이 엉망인 나이로비에서는 흔치 않은 광경이다. 사람 좋아 보이는 택시기사에게 물었더니 “각국 대사관저가 자리한 길이라 그렇다”는 답이 돌아온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육중한 철문마다 국기가 휘날린다.

그 길의 끝, 기기리(Gigiri) 지역에 유엔 구역이 있다. 모두 50여 개의 유엔기구 현지사무소가 모여 있는 유엔 구역의 출입문은 흡사 군사시설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외부인을 철저히 통제하는 엄중한 보안절차를 거쳐 들어서자 유럽의 어느 공원처럼 잘 정돈된 숲과 쾌적하게 설계된 건물군이 나온다. 아마도 1960년대 언저리 서울 용산기지의 느낌이 이랬을까.

나이로비 유엔 구역의 사무소들은 주로 각 기구의 현지사무소지만, 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와 유엔거주프로그램(UNHABITAT)만큼은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UNEP의 경우 제네바와 뉴욕이 도리어 현지사무소라는 것. 출입문에서 다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복합건물의 S동에 오늘의 목적지인 UNEP 본부가 자리하고 있다.

1972년 환경문제에 관한 국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UNEP는 이후 환경 분야의 주요 이슈에 대해 인류 공동의 대응을 선도해왔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환경 이슈, 곧 온실가스 배출이나 오존층 파괴 문제, 사라지는 빙하와 해수면 상승 등의 사안이 모두 이 조직의 노력을 거쳐 국제적인 의제로 떠올랐다. 프레온가스 사용을 제한하는 1989년 몬트리올의정서나 온실가스 감축량에 관한 1997년 교토의정서 등 환경문제에 대한 세계 각국의 실행방안 합의를 주도해온 것도 바로 UNEP다.

그 결과 현재의 유엔은 UNEP 외에도 많은 환경 분야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주요 이슈에 대해 국제적인 합의가 만들어지면 이를 담당할 새로운 기구를 창설해왔기 때문. 기후변화의 경우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기구)와 IPCC가 그 대표적인 조직으로, 비유하자면 UNEP가 이들 조직의 어머니 격에 해당한다. UNEP는 또한 이들 조직간의 조정 임무를 수행하고, 환경문제에 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유엔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보이는 일과 보이지 않는 일

마침내 들어선 UNEP 본부 대외협력국은 한눈에 보기에도 분주하다. 기자가 방문한 9월 하순은 마침 유엔 총회에 맞춰 열린 기후변화정상회의가 한창이었다. 상당수 직원은 뉴욕의 유엔 본부로 날아갔고, 남은 직원들도 실시간으로 업무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울에서 e메일과 전화로 요청했던 인터뷰들이 몇 차례 혼선을 겪은 뒤에야 성사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니면 말로만 듣던 유엔기구 특유의 관료주의 탓일까.

“기후변화와 관련한 UNEP의 임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후변화의 폭과 심각성, 악영향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해 보고서 형태로 경고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의 폭을 줄이고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와 민간의 정책결정을 이끌어내는 작업이고요. 세 번째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정책적 대응방향을 각국 대중과 정책결정자들에게 전파, 홍보하는 일입니다.”

UNEP 본부 대외협력국의 언론팀장을 맡고 있는 셰린 조르바씨의 첫마디다. UNEP 실무부서의 조직체계 역시 이러한 임무별로 나누어져 있다는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조르바씨가 속한 대외협력국(DCPI)은 세 번째 임무를 담당하고 있고, 조기경보국(DEWA)은 첫 번째 임무를, 환경정책이행국(DEPI)과 법률·협약개발국(DELC) 등은 두 번째 임무를 맡고 있는 부서다. 여기에 세계 곳곳의 환경감시 설비 설치를 조율하고 관리하는 임무 등을 포함해 UNEP본부는 총 7개의 실무부서로 나뉘고, 대륙별로 6개의 지역사무소와 각종 환경관련 협약 사무국을 산하에 두고 있다.

공식자료에 따르면 2005년 연말 현재 UNEP에서는 400여 명의 일반직(general service)과 500여 명의 전문직(professional)이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점차 강조되면서 조직 확대가 이어져 현재는 10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각국 정부의 출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산은 2010~11년 2년 동안 5억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 이 가운데 1억5000만달러가량이 직원들의 인건비로 지급되고 3억5000만달러가 사업비에 해당한다.

UNEP의 다양한 임무 가운데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증거들을 수집해 국제사회에 경고하는 작업은 이제 IPCC 등 다른 유엔 조직이 주도하고 있다는 게 UNEP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비록 IPCC 자체가 UNEP와 국제기상기구(WMO)에 의해 설립된 기구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는 IPCC를 통해 작성, 공개되고 있는 것. 상대적으로 최근 UNEP의 활동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국제적인 홍보 캠페인이다. 세계 각국의 시민사회에 기후변화 대응 동참을 촉구하는 ‘Unite to Combat Climate Change’, 나무심기 프로젝트인 ‘Billion Tree Campaign’, 청소년을 위한 환경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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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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