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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근거는 무엇인가 AI는 ‘국가시민’인가

‘알파고 파란’이 던진 철학적 질문들

  • 백종현 |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포스트휴먼학회 회장 paekch@snu.ac.kr

인간의 근거는 무엇인가 AI는 ‘국가시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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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자연과학이 대세로 자리 잡고 진리로 찬양받는 것은 우리가 “자연과 인간을 완전히 지배하기 위해 자연[과 인간]을 이용하는 지식”(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즉 힘을 자연과학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자연, 즉 대상(객체)들을 지배할 힘을 증대해간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자칫 인간의 인간다움을 위협하거나 훼손할 수도 있다.

산업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그 유용성이 확인되는 마당에 로봇의 기능은 급속도로 향상될 것이다. 인간의 끝없는 생명 연장 욕구를 충족시키는 의료기술과 함께 생명공학은 진시황의 소망 성취를 향해 질주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 또한 개발될 것이다. 이른바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은 그러한 궤도를 달린다.

인간이 자연물이라면 자연물의 산출 또한 자연물인 만큼, 인간의 지능과 손을 거쳐 나온 인공지능과 온갖 인공적 조작 역시 실은 일종의 자연물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쯤 되면 ‘인공적(人工的, artficial)’이라는 말이 적용될 대상은 없다. 자연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다 ‘자연적(自然的, natural)’인 것이니까.

이로써 자연인과 인공인간의 본질적인 구별도 사라진다. 그러니까 자연인이 인격체라면 로봇도 사이보그도 인격체다. 자연인이 대체 불가능성을 근거로 ‘존엄성’을 주장하는 것은 근거를 상실한다. 자연인이든 로봇이든 사이보그든 모두 복제도 가능할 것이고, 동일한 것으로 대체도 가능할 것이다.



꼬리 무는 질문들

이제 포스트휴머니즘의 인간관이, 포스트휴먼의 사회가 우리에게 시급하게 던지는 물음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인간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물음이 있을 것이다.


-과연 ‘인간’은 무엇인가?

-도대체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적 삶’,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제까지 인간은 ‘지(知)·정(情)·의(意)의 마음 능력을 바탕에 갖는 이성적 동물’로 규정돼왔다. 동물적 특성으로는 생명성(기초욕구: 식욕[생존본능], 성욕[번식본능]), 자기운동성, 유한성(죽음, 피로)이, 이성적 특성으로는 자아의식 곧 자기의식(주체의식, 이기심, 자존심, 유한성의식, 죽음의식, 종적 연대의식[역사의식])과 타자의식(객체의식, 동정심, 공감, 이타심, 시기, 멸시, 경쟁심, 존경심), 횡적 연대의식([사회의식]), 그리고 이에 더해 인격성(자율성, 자기기획, 자기책임, 윤리의식, 양심)이 꼽혔다. 무릇 이러한 인간상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윤리적이고 법률적인 물음들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어느 지점까지 의료기술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가야 하는가?

의료기술이 할 수 있는 한 생명을 이어간다면, 자연인으로 태어난 인간도 종국에는 사이보그로 생존할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 변형·복제·성형 시술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이를 인간의 기술능력이 미치는 한 허용한다면 결국 우생학적 조치를 하는 셈이 될 것이다.

-‘동일인’ 개념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는가?




사이보그의 나라

인간의 근거는 무엇인가 AI는 ‘국가시민’인가

대테러 훈련에 동원된 정찰로봇(왼쪽 아래). 로봇은 이미 산업·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동아일보]

거듭되는 시술에 의해 자연인이 변형되어가면 어느 지점까지 ‘동일인’으로 간주해야 할까. 이에 대한 판정은 수많은 법률 문제를 수반한다.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물음도 뒤따른다.


 -노동 현장에서 로봇과 사이보그에게 일자리를 넘겨주고 인간은 단지 한가함을 즐길 수 있을까?


자연인 노동자가 퇴직 후에 로봇의 노동력에 의해 연금을 받는 것이 좋기만 할까. 로봇이 배치되면서 줄어드는 일자리를 사람에게 어떻게 분배해야 합리적일지의 논의는 급선무 중의 하나가 된다.


-전쟁터에서 자연인 부대와 로봇 부대가 전투를 벌이는 국면은 피할 수 있을까?


이미 이런 초기 국면을 우리는 맞고 있다.
그리고 끝내는 ‘포스트휴먼 사회’의 본질적 물음에 이를 것이다.


-자연인과 로봇 또는 사이보그의 사회적 관계는?

-로봇, 사이보그도 자연인과 똑같은 ‘국가시민’인가?

-자기산출 능력과 자치 능력을 갖춘 로봇, 사이보그들이 독자적 국가를 세운다면?



포스트휴먼 사회는 근대 문명의 총아인 과학기술의 진보와 그 덕분에 광범위한 찬동을 얻은 자연과학주의적 인간관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이런 사회가 야기하고 제기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성찰은 지금 우리가 당면한 철학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등이 인류에게 복(福)이 되려면, 인간이 창출한 과학기술 일반이 인간의 품격을 고양하는 데 쓰여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성과가 인간성을 지속적으로 고양할 수 있는 방안이 늘 함께 강구돼야 한다. 인간 문명의 성과가 인간 문명을 파괴할 위험을 방지하고, 인간이 애써 취득한 힘이 인간을 궁지로 내모는 폭력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지금, 바로 논의를 시작하자. 

백 종 현


인간의 근거는 무엇인가 AI는 ‘국가시민’인가


● 1950년 전북 부안 출생
● 독일 프라우부르크대 박사(철학)
● 서울대 철학과 교수, 인문학연구원장
● 저서 : ‘존재와 진리’ ‘윤리 개념의 형성’
   ‘사회운영원리’ ‘철학의 개념과 주요문제’ ‘칸트와 헤겔의 철학’ 등
● 現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철학회 회장·이사장, 한국포스트휴먼학회 회장



신동아 2016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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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 |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포스트휴먼학회 회장 paekc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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