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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분변으로 얼룩진 관광도시

샌프란시스코 ‘대변 순찰대’ 창설한 까닭

  • |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노숙인 분변으로 얼룩진 관광도시

  • ● 7월 취임한 시장 ‘노상 대변과의 전쟁’ 돌입
    ● “변 치워달라” 민원 전화, 하루에 65통꼴
    ● 공중화장실 증설로 문제 풀릴까
샌프란시스코 공립도서관 앞 인도에서 직원들이 길 위의 오물을 치우고자 물청소를 하고 있다(왼쪽).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 지역으로 진입하는 길 모퉁이에서 대낮에 약에 취한 듯 쓰러져 있는 백인 청년. 청년 옆 길바닥엔 주사기가 놓여 있다.

샌프란시스코 공립도서관 앞 인도에서 직원들이 길 위의 오물을 치우고자 물청소를 하고 있다(왼쪽).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 지역으로 진입하는 길 모퉁이에서 대낮에 약에 취한 듯 쓰러져 있는 백인 청년. 청년 옆 길바닥엔 주사기가 놓여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청 옆 샌프란시스코 공립도서관(San Francisco Public Library). 이곳은 시 전체에 걸쳐 27개 분관을 둔 공립도서관의 본관 격이다. 한 해 방문 인원이 150만 명을 넘는다.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8월 28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바로 이 건물 옆 인도(人道)에서 직원 두 명이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세균을 없애는 약품을 곳곳에 뿌린 뒤 강력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호스로 길 위를 씻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물줄기를 피해 옆으로 지나가자 지린내가 섞인 묘한 악취가 풍겨왔다. 각종 쓰레기와 썩은 음식, 사람의 것인지 애완동물의 것인지 형체를 구분하기 힘든 배설물이 물줄기에 밀려 차도로 흘러 내려갔다. 

청소를 하는 직원들 유니폼 상의엔 이름과 소속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모두 도서관 소속 환경미화 담당 직원이었다. 도서관 정문으로 통하는 길 곳곳에선 홈리스 주민이 보였다. 도서관 안에 이불을 갖고 들어가거나 살림살이가 든 낡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경비를 서는 직원은 연신 “여행용 가방 들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라며 한눈에 봐도 홈리스임을 알 수 있는 주민 몇 명의 입장을 막았다. 출입구 바깥에선 날파리 수십 마리가 앵앵거리며 날아다녔다. 도서관 앞은 물청소를 해도 악취가 풍길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날파리들이 출입구 앞까지 날아든 건 당연한 노릇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신임 시장의 특별 프로젝트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새 시장이 취임했다. 이름은 런던 브리드(London Breed). 샌프란시스코 최초의 흑인 여성 시장으로, 샌프란시스코 빈민가에서 자수성가했다. 이 때문에 취임하면서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브리드 시장의 임기는 매우 짧다. 전임 시장이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남은 임기를 채울 시장을 뽑는 선거에서 당선했기 때문이다. 내년 11월, 4년 임기의 시장을 뽑는 정규 선거가 치러진다. 브리드 시장으로서는 이 선거 전에 성과를 내 재신임을 받는 게 급선무다. 

그렇게 갈 길 급한 브리드 시장이 취임 이후 야심만만하게 내놓은 프로젝트가 ‘대변순찰대(Poop Patrol)’다. 시청 환경미화 담당 직원 5명과 감독관 1명으로 구성된 ‘특공대’는 샌프란시스코 인도의 대변을 치우는 임무를 담당한다. 이들이 청소하는 분변 중에는 애완동물 것도 있지만 주된 타깃은 인간 것이다. 주로 홈리스 주민이 길바닥에 싸놓은 변이다. 기존에도 샌프란시스코 공무원들은 노상 대변을 청소해왔다. 그러나 주민이 불만 신고를 하기 전 미리 발견해 청소하고자 이번에 순찰대까지 만들었다. 

현지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8월 14일자 기사를 보면 브리드 시장이 환경미화 담당 부서 수장과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상배변 문제를 논의하던 중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사실 브리드 시장을 비롯해 6월 선거에 도전했던 후보들은 거의 하나같이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브리드 시장은 저소득층을 위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앞세우면서 동시에 홈리스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상배변 문제는 그중 하나였다.


“우리 집 앞 똥 좀 치워주세요”

샌프란시스코 도심 거리를 청소하는 전용 차량.

샌프란시스코 도심 거리를 청소하는 전용 차량.

노상배변이 샌프란시스코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17년 8월호에 ‘여전히 10억 명 가까운 사람이 야외에서 배변하는 이유’라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자료를 근거로 분석해보면 인도의 경우 5억6900만 명가량이 야외에서 배변한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비롯한 저개발 지역에서도 적잖은 사람이 건물 밖에서 배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특히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 주로 벌어지는 일이다. 한국 또한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그런 지역이 많았으니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서도 부자가 많이 살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상수도 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들판이나 재래식 간이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리 없다. 노상배변의 주역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다. 이들 때문에 고통을 겪는 주민들의 불만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바로 대변 신고 전화 건수다. 

샌프란시스코시는 2008년 11월 민원 전용 전화 ‘311’을 개통했다. 시내에서 311만 누르면 민원 상담 부서로 연결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전화로 집 앞 길바닥의 대변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밀려들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분석을 인용하면, 올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걸려온 대변 신고 전화만 1만4000건이 넘는다. 하루 65건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00건 이상 증가한 것이다. 

올 들어 동네 골목에서 홈리스 주민들이 사용하고 버린 ‘대변이 가득 찬 여행용 가방’이 발견된 적도 있다. 동네 아이들이 놀다가 발견한 것이다. 6월 말엔 홈리스 주민이 특히 많은 시내 텐더로인(Tenderloin) 지역 골목길에서 인분이 가득 담긴 대용량 비닐봉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주민 불만과 더불어 관광객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4월엔 샌프란시스코관광협회(San Francisco Travel Association)가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자’는 캠페인에 나섰을 정도다. 지금은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명성을 얻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관광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도시다. 골든게이트브리지, 바로 금문교의 도시 아닌가. 샌프란시스코관광협회에 따르면, 2017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사람은 2550만 명으로 이들이 쓴 돈은 한화로 환산하면 10조 원 수준이다. 그 도시가 지금 사람 분변으로 얼룩지고 있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대변 찾기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 지역의 봉사단체가 제공하는 무료 점심을 먹으려고 줄을 선 사람들.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 지역의 봉사단체가 제공하는 무료 점심을 먹으려고 줄을 선 사람들.

샌프란시스코의 노상배변 현황을 직접 확인하러 나섰다. 8월 28일 화요일, 시간은 점심때였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출발해 홈리스가 많은 텐더로인까지 걸었다. 10~15분 걸리는 거리였다. 시청을 지나 뮤지컬을 공연하는 극장 앞을 지나는데 건물 모퉁이에 한 홈리스 흑인 남성이 무엇에 취했는지 쓰러져 있었다. 바로 근처 홈리스 주민 30~40명이 모여 있는 곳에선 시 환경미화 담당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길을 지날 때마다 지린내와 캘리포니아주에서 합법화된 마리화나 냄새,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역한 냄새가 섞인 악취가 풍겨왔지만 대변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한차례 물청소를 했기 때문인지 ‘증거물’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사이 이날 최종 목적지 텐더로인 지역에 접어들었다. 영어로 소고기 안심 부위를 뜻하는 단어가 동네 이름인 곳이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매월 한 차례씩 발행된 동네 신문 ‘텐더로인타임스’ 1988년 2월호에 따르면, 이 지역 경찰들이 동네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으면 값비싼 소고기 안심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과거 성매매 업소가 밀집해 있던 이 지역은 지금도 마약 거래를 비롯한 범죄가 빈번히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관광 가이드나 현지 주민들이 ‘낮에도 가급적 가지 말라’고 조언하는 곳이다. 텐더로인으로 진입하는 길에 있는 건물 앞에선 홈리스 백인 청년이 정신을 잃은 듯 쪼그린 채 앉아 있었다. 그의 옆 바닥에 놓인 주사기가 보였다.

텐더로인 지역의 한 교차로 인도엔 한 무리의 사람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1950년부터 지금까지 한 봉사단체가 매일 제공해온 무료 점심을 타기 위한 줄이었다. 서 있는 사람 대다수는 홈리스로 보였다. 이따금 허름하지만 깨끗한 옷을 입은 노인들도 있었다. 새치기를 하려는 한 홈리스 남성을 봉사단체 활동가로 보이는 남성이 혼을 내기도 했다. 

바로 그 근처 한 쓰레기통 앞에서 어딜 쳐다보는지 알 수 없는 시선으로 혼잣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아시아계 할머니와 마주쳤다. 할머니를 지나쳐 몇 걸음 가자 ‘흔적들’이 나타났다. 공사장 옆 보행자 통로 한쪽에 누군가 남겨놓은 대변이 있었다. 길을 건너가자 다른 대변 덩어리가 보였다. 바로 옆에도 또 하나의 흔적이 있었다. 보행자를 배려하려는 목적인지 누군가 종이를 얹어놓았지만 크기가 작아서 전체를 감추진 못했다. 길 위엔 형체는 사라졌지만 최근까지 배설물이 있었던 자국 또한 곳곳에 얼룩으로 남아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냄새 때문에 괴로울 지경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홈리스는 몇 명이나 될까.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료는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가 매년 연말 연방의회에 제출하는 홈리스 현황 보고서다. 2017년 12월 자료를 보면 미국 전체 홈리스는 55만3742명이다. 그해 1월 중 하루 저녁 현장조사로 얻은 수치다. 그중에서 캘리포니아주 홈리스가 13만4278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미국내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수다.


공중화장실 늘리기 실험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 지역 거리에 있는 대변 흔적들.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 지역 거리에 있는 대변 흔적들.

캘리포니아주에선 인구가 400만 명 수준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로스앤젤레스의 홈리스 수가 5만5188명으로 가장 많았다. 샌프란시스코는 6858명에 불과했다. 두 도시를 비교하면 홈리스 수는 로스앤젤레스가 8배 많고 면적은 10배 넓다. 밀집도로 보면 샌프란시스코가 홈리스 비율이 더 높은 셈이다. 인구는 샌프란시스코가 로스앤젤레스의 5분의 1 수준이다. 로스앤젤레스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땅에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 샌프란시스코라고 하겠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에 부족한 것 중 하나가 화장실이다. 공중화장실을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홈리스 중에는 약물중독, 정신질환 환자가 많은데 이들은 화장실을 찾기 번거로우면 그냥 길 위에서 볼일을 본다. 샌프란시스코의 노상배변을 홈리스 주민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필자 또한 샌프란시스코 길에서 대낮에 대변, 소변을 보는 사람들을 목격한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공중화장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공중화장실.

그래서 2014년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 지역에서 공중화장실(Pit Stop)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시에서 환경미화 등을 담당하는 부서(Public Works) 웹사이트에 따르면 ‘텐더로인 지역의 중학생들이 학교를 오갈 때마다 홈리스 주민들이 싸놓은 대변을 피해 다녀야 한다며 불만을 거세게 제기하면서 이동식 화장실을 3곳 설치한 게 시작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옆에 있는 공중화장실 한 곳을 직접 가봤다. 중년의 흑인 남성 직원이 화장실을 관리하고 있었다. 화장실은 1인용.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변기 하나와 휴지, 물과 비누거품이 나와 손을 씻을 수 있는 시설, 거울 등이 갖춰져 있었다. 생각보다 안이 널찍해 두세 명이 들어와 잠을 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공중화장실 22곳을 운영하고 있다. 화장실마다 관리 직원이 한 명씩 상주하면서 청소도 하며 이용을 돕고 있다. 브리드 시장은 이 화장실 수를 늘리고 운영시간도 연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홈리스가 7000명에 가까운데 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달랑 22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중화장실은 밤 시간엔 운영하지 않는다. 

텐더로인 골목에서 대변을 발견하고 다시 돌아 나왔다. 시청 근처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아까 만났던 거리의 사람들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빠른 시일 내에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깨끗해질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시장의 계획대로 ‘대변 순찰대’ 활동과 공중화장실 증설로 거리가 깨끗해지고 홈리스의 화장실 이용이 편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길에서 사는 주민을 보살피는 게 결국 집에서 사는 주민을 보살피는 일이지 않을까.


신동아 2018년 10월 호

|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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