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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코드를 찾아서④

‘인강’최고 스타강사 ‘삽자루’

“수험생의‘수학포기증’치료로 한 해 90억 매출 올린다”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인강’최고 스타강사 ‘삽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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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를 찾아 나선 것은 대입수험생 학부모인 지인으로부터 ‘수포자의 구세주’로 유명한 ‘인강’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난 뒤였다. 참고로 ‘인강’은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 강의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수포자’는 ‘수학을 포기한 자’의 약자라고 했다. 그는 학생 사이엔 ‘삽자루’로 통한다고 했다. 삽자루가 수포자의 구세주라고? 궁금했다. 그를 찾아 나섰다.
‘인강’최고 스타강사 ‘삽자루’
10월9일 노량진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가보는 노량진 풍경은 여전히 분주했고 정겨웠다. ○○학원, 경찰시험 전문학원 등 각종 학원 간판이 거리를 덮었다. 학원생을 상대로 하는 포장마차, 식당 등이 골목마다 꽉 차 있었다. 비타에듀 단과학원 208호실. 삽자루가 강의를 하고 있는 곳이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150명 정도의 학생을 앞에 두고 안경을 낀 사내가 강의를 하고 있었다.

이날 강의는 ‘수리 나형’ 파이널 모의고사 풀이시간이었다. 이 강의는 EBS 방송용으로 제작되고 있어 방송 카메라가 그의 일거수일투족,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녹화하고 있었다.

기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도한 과외금지조치 세대여서 중고교에 다니는 동안 학원을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다. 재수한 적도 없어 학원에 다닐 기회가 없었다. 사실 이날 처음 단과학원에 가봤다. 커다란 강의실에, 프로젝터가 모의고사 문제를 칠판에 비추면 그 위에 문제를 풀면서 강의하는 방식이었다.

삽자루가 행렬 문제를 풀고 있었다. ‘수리 나형’은 문과생이 보는 수리영역 시험이다. 필자도 문과 출신이지만 이날 나온 문제를 풀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삽자루가 문제풀이를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기자는 고교 재학 시절 수학을 썩 못한 편은 아니었지만 칠판 위의 숫자는 이미 내게는 ‘암호’였다. 갑자기 ‘수포자’의 심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수포자. 과거에도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많다. 따라서 대입이 수리영역에서 결판이 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삽자루 강의는 뭐가 다른 것일까.

문제를 풀다가 삽자루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잔머리만 졸라게 굴지 말구. 언더스탠드?”

강의실에 갑자기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 문제는 4a의 역행렬을 구하라는 문제야. 이해가 되냐. a찌글이.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게 뭐야. 2차가 나왔어. 역행렬 곱하기 찌그리, 칙칙칙….”

필자는 이해를 하지 못하는데 학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강의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제는 삽자루가 고음의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때는 무조건 표를 만들어 문제를 푸는 게 장땡이야.”

확률에서 대학입학 방법으로 수시와 정시를 예로 들어 설명한 문제가 나오자 그는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요즘 수시로 대학 가는 애들이 많아. 올해도 가고 내년에도 가고 도중에 학교 때려치우고, 군대 제대한 뒤 4년 만에 나타나서 뒤늦게 서울대학 가겠다고 하는 놈들도 있어.”

강의실에 폭소가 터졌다. 통상적인, 그래서 따분한 수학 강의가 아니라 세밀한 콘티를 갖고 연출한 한 편의 잘 만든 영화, 혹은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KBS TV의 ‘개그콘서트’를 시청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 사내가 어떤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본명보다 더 유명한 ‘삽자루 샘’

이런 의문점을 안고 그가 강의하는 노량진 비타에듀 단과학원 208호 강의실에서 그를 따로 만났다.

우형철. 삽자루의 본명이란다. 나이는 46세. 그에게 ‘삽자루’라는 별명을 쓰는 이유를 물었다.

“학원강사는 학생들의 성적을 높여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합격하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그런데 과거 나에게 찾아온 학생들은 고교입시(당시에는 고교입시가 있었다)에 떨어진 재수생이었어요. 진짜로 말썽꾼이었어요. 달래서는 안 돼요. 그래서 실제로 아이들을 많이 때렸어요. 체벌이라기보다는 사랑의 매입니다. 나는 경마장 이야기를 자주 예로 듭니다. 과천경마장에서 15마리의 말이 뛰고 있는데 항상 꼴등을 하는 말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나는 꼴등 말 위에 탄 기수예요. 올라타니깐 허벅지도 튼튼하고 충분히 잘 뛸 수 있는 말이야. 그런데 자신감이 없는 말인 거야. 그래서 일단 채찍을 때렸더니 15마리 중 13등을 했네. 그래서 더 때렸더니 11등까지 갔어. 그런데 그 뒤로는 때려도 안 뛰어. 이제 필요한 것은 당근이야. 9등 정도 하면 입에 당근을 넣어줘요. 말은 이제 당근을 먹어보려고 미친 듯이 뛰어. 7등까지 했어. 4등까지는 당근으로 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제부터는 당근도 건초와 별로 차이가 없게 느껴지는 거야.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비전입니다. ‘너 관중의 환호가 들리지 않아? 세 필만 제치면 환호가 너의 것이야. 너 믿니?’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꼴등에게 처음부터 비전은 무리입니다. 채찍과 당근으로 먼저 능력을 만들어준 다음 비전을 갖게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채찍을 든 겁니다. 처음에는 목검으로 때렸어요. 목검의 문제는 단위면적당 가해지는 힘이 커져서 아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소리가 나지 않아 맞는 아이는 아프지만 채찍을 맞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겐 공포감이 조성이 안 돼요. 그러던 차에 목검으로 학생을 때리다가 고소를 당했어요. 경찰서에서 목검을 압수당했고, 고소취하 조건으로 앞으로 목검으로 학생을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때 삽자루가 떠올랐습니다. 닿는 면적이 넓어서 덜 아픈 반면 엄청난 소리가 나기 때문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최고입니다. 그때 얻은 별명이 삽자루입니다. 학생들이 지어준 이름이에요. 남들은 무식하다고 하지만, 저는 제 이름보다도 이게 더 좋아요. 그래서 학원에서 한 번도 제 이름을 쓴 적이 없어요. 삽자루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학원강사를 오래 해서 그런지 답변에 거침이 없다. 목청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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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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