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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희숙의 에로티시즘 ⑪

女子, 섹스를 탐닉하다

女子, 섹스를 탐닉하다

女子, 섹스를 탐닉하다

‘두 여자친구’ 1894~1895년, 마분지에 유채, 63×83㎝, 알비 툴루즈 로트레크 미술관 소장

세상엔 수많은 사랑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남자와 여자 그리고 동성 간의 사랑으로 나눌 수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은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 떨면서 주변에 자랑하지만 동성 간의 사랑은 사회의 질타 때문에 감정을 공개하지 못한다.

사회가 공인하는 이성 간의 사랑이든, 숨어서 하는 동성 간의 사랑이든 기본은 섹스다. 섹스를 배제하면 사랑이 완성되지 않는다. 섹스를 빼놓은 동성 간의 사랑은 우정이라고 불러야 한다.

남성 간의 섹스는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해 비교적 많이 알려졌지만 레즈비언의 섹스는 아직도 독특하다. 포르노그래피엔 자주 등장하지만….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사랑을 소극적으로 표현하는 건 아니다. 여자도 남자의 상상 이상으로 섹스에 탐닉한다.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동성 간의 사랑도 서로의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는 법. 섹스가 급하면 감흥이 없다. 사랑의 첫 단계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이다. 사랑의 기쁨을 준비하는 여자를 그린 작품이 로트레크의 ‘두 여자친구’다.

두 여자가 침대에 누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옷을 허리춤까지 끌어내린 채 가슴을 드러낸 여성을 셔츠 입은 여성이 애정 어린 눈으로 들여다본다.

女子, 섹스를 탐닉하다

‘주피터와 칼리스토’ 1613년, 나무에 유채, 126×184㎝, 카셀 시립미술관 소장

이 작품에서 셔츠는 남성 역할을 암시하며 허벅지 사이의 손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는 걸 나타낸다.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는 사창가에서 살면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남자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기보다는 매춘부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 여성의 시선을 통해 동성 간의 애욕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서의 사랑을 나타내고자 했다.

섹스가 일방적이면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다. 섹스의 쾌락에 빠지려면 서로의 몸을 알아야 한다.

레즈비언이 서로의 몸을 알아가는 과정을 묘사한 작품이 루벤스의 ‘주피터와 칼리스토’다. 이 작품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디아나와 칼리스토가 바로 레즈비언이다.

수렵의 여신 디아나는 남성에 대한 불신으로 님프들에게 늘 순결을 강조했다. 님프들은 남자들과 사랑할 수 없었고 디아나는 님프들 중 가장 아름다운 칼리스토를 사모했다. 칼리스토를 사랑한 또 다른 이가 주피터. 주피터는 디아나에게 열정을 바치는 칼리스토에게 접근하려고 계책을 세운다. 디아나로 변신해 디아나가 사냥을 나간 뒤 칼리스토에게 다가가는 것.

女子, 섹스를 탐닉하다

‘두 소녀’ 1946년, 나무에 유채, 84×75㎝, 런던 브룩갤러리 소장

숲 속에서 두 여자가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옷을 입은 여자는 오른손으로 벌거벗은 여자의 얼굴을 받치고 왼손으로는 여자의 목을 쓰다듬는다. 멀리 독수리가 두 여자를 지켜보고 있다.

이 작품에서 독수리와 화면 왼쪽 화살통은 주피터를 상징하는 것으로 벌거벗은 여자를 애무하는 여자가 주피터라는 걸 나타낸다. 주피터의 손길에 순종하는 칼리스토의 자세는 섹스를 허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는 디아나로 변한 주피터가 칼리스토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묘사했다. 이 작품은 디아나와 칼리스토를 소재로 한 그림 중 가장 특이한 것으로 손꼽힌다.

애정을 확인하면 섹스는 거침없이 완성된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섹스를 탐닉하는 레즈비언을 그린 작품이 델보의 ‘두 소녀’다. 이 작품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몸을 섞는 소녀들을 통해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의 삶을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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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1866년, 캔버스에 유채, 135×200㎝, 파리 프티팔레 미술관 소장

금발 소녀가 벌거벗은 채 흑발 소녀의 허벅지 위에 앉아 몸을 더듬는다. 흑발 소녀의 애무에 자극받은 금발 소녀는 황홀감을 느낀다. 눈 감은 금발 소녀는 욕망을, 눈을 동그랗게 뜬 흑발 소녀는 불안을 상징한다.

폴 델보(1897~1995)의 이 작품에서 벽에 붙은 광고는 흑발 소녀의 불안을 강조한다. 배경은 현실을 의미하며 공개된 장소에서의 섹스는 현실의 강압에서 벗어난 꿈의 세계를 나타낸다.

섹스가 그저 섹스로 끝나면 허무하지만 섹스가 사랑일 때는 기쁨이 흥건하다. 섹스를 끝낸 뒤 행복한 나른함을 즐기는 여자를 그린 작품이 쿠르베의 ‘잠’이다. 이 작품은 당대 상류층 여자들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女子, 섹스를 탐닉하다
박희숙

동덕여대 미술학부 졸업

성신여대 조형대학원 졸업

강릉대학교 강사 역임

개인전 8회

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클림트’‘명화 속의 삶과 욕망’ 등


잠든 두 다리가 엉켜 있다. 흐트러진 머리와 장신구는 두 여자의 사랑이 끝났음을 나타낸다.

미술컬렉터 칼릴 베이의 주문을 받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는 1866년 이 작품을 제작했다. 쿠르베는 베이의 사치스러운 취향에 맞추고자 탁자 위에 이국적 소품을 배치했으며, 여자들의 도발적인 자세를 화폭에 담았다.

신동아 2009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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