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캄보디아 전 국왕 시아누크(왼쪽)는 재임 중 각료들과의 농구시합에서 혼자 73득점을 기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스포츠계에서는 아직도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재임 중에 88서울올림픽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비록 동기는 불순했어도 프로야구, 프로축구, 민속씨름 등 프로 스포츠 창설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전 전대통령이 스포츠에 관심을 가진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스포츠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했다. 육군사관학교 축구부 창설 멤버로 주장이자 골키퍼였고, 테니스 실력도 “우리나라 군인 가운데 1인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을 만큼 뛰어났다.
그는 재임 중 각종 국제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한 스포츠맨, 예컨대 축구의 박종환, 프로복싱의 유명우·장정구 등을 수시로 청와대로 불러들여 독대한 뒤 두둑한 용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받는 사람이 예상한 액수에 ‘0’자가 하나 더 붙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가 주는 촌지의 액수는 컸다.
그런데 전 전대통령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나머지, 가령 프로복싱 세계타이틀 매치를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다가 경기가 벌어지는 체육관으로 전화를 걸어 코치에게 “얼굴만 노리지 말고 보디를 몇 대 친 뒤 가드가 내려오면 그때 올려치라고 해봐”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해 복싱인들로부터 ‘전 코치’로 불리기도 했다.
요즘 우리 국민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왜곡에 대해 너나할것없이 분노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의 정상회담 연기론이 나올 만큼 두 나라 사이엔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그런데 만약 한일간 국운을 건 한판 승부를 두 정상의 스포츠 대결로 가리자고 제안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1970년대 우간다의 이디 아민 대통령은 재임시절 흡사 떠벌이 알리처럼 독설을 퍼붓는가 하면 엉뚱한 언동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곤 했다. 아민은 이웃 나라인 탄자니아의 줄리어스 니에레레 대통령에게 두 나라의 국경분쟁을 권투시합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 우간다와 탄자니아는 국경선을 따라 흐르는 카제라 강을 놓고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민의 제안은 세계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에게 주심을 맡기고 두 나라 정상이 복싱으로 결판을 내자는 것이었다. 아민은 그러면서 “그 방법만이 두 나라 병사들의 귀중한 생명을 보호하는 평화적인 해결방안”이라고 토를 달았다.
한술 더 떠서 자신은 왕년의 우간다 헤비급 복싱 챔피언인 만큼 경기를 공평하게 하기 위해 자신은 한 손을 묶고 양 다리엔 무거운 짐을 달아맨 채 링에 오르겠다고 제의했다. 이렇듯 엉뚱한 제의는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그는 공보담당관에게 자신의 제의를 정식으로 공표하게 했다. 물론 이 황당한 제의는 탄자니아측에서 일언지하에 거절한 탓에 성사되지 않았다.
캄보디아 전 국왕 시아누크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캄보디아 농구·배구 국가대표를 지냈을 정도로 스포츠에 일가견이 있었다. 한번은 시아누크가 이끄는 정부 각료들이 두 팀으로 나눠 농구시합을 벌였는데, 그 소식이 신문 1면 머릿기사로 장식돼 화제가 됐다.
경기 결과는 158대 28로 시아누크팀의 승리. 시아누크는 혼자 73득점을 올렸다. 상대팀 소속 각료들은 시아누크가 공을 잡으면 피하기에 급급했고, 시아누크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유유히 골을 집어넣어 캄보디아 신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접대성 경기가 공식 경기로 인정됐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