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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③

아이다운 몸 만들면 일은 곧 즐거움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아이다운 몸 만들면 일은 곧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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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운 몸 만들면 일은 곧 즐거움

식구가 함께 산에서 산나물을 뜯고 있다. 저마다 자기 길을 간다.

홍화꽃이 핀 밭고랑을 기어갈 때는 황홀하다. 노랑, 주황, 빨강이 어우러진 홍화꽃이 내 눈을 잡아끈다. 여름에는 곡식이 무성하게 자라 밭고랑에 엎드리면 그늘도 더 짙다. 뜨거운 햇볕이 싫어 한 고랑 일이 끝나면 일어서지도 않고 얼른 다른 고랑으로 몸을 숨긴다. 그야말로 곡식 숲에 들어온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가끔 네 발 짐승이 가진 본성이 살아나는 걸 느낀다. 네 발로 밭고랑을 기다가 풀이 적은 곳에서는 엉덩이를 들고 네 발로 달려본다. 얼마 못가 주저앉는다. 사람이 수만년 동안 직립보행을 하니 사람 허리가 땅이랑 수평이 안 되어 있다. 팔목은 단련이 안돼 몸무게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 무릎 꿇고 일하기는 팔목이랑 팔뚝 힘을 강하게 한다. 하체보다 상체가 약한 내게 알맞은 운동인지도 모르겠다.

무릎 꿇는 데 맛을 들이자 나중에는 아예 생활 속에서 이를 두루 응용하고 싶어졌다. 산골에 살다 보니 자연의 본성이 살아 있는 이들이 좋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어린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우리집에 오는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을 때면 무릎을 꿇는다. 아이들 눈높이에 내 눈이 있을 때 아이들은 쉽게 마음을 연다. 갓난아기를 볼 때는 좀 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는다. 아기의 맑은 영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인 셈이다.

몸 버릇 고치기

몸이 보내는 신호에 마음이 열리자 몸과 마음은 서로 관심을 갖는다. 혁명이 시작되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게 영구 혁명이다. 그런 점에서 몸 혁명은 영구 혁명이 아닐까.



한번은 아침을 먹는데 잇몸이 시큰시큰 했다. 아니, 이럴 수가! 무엇이 잘못된 걸까. 당장 내 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탈이 난 곳은 왼쪽 어금니 쪽이었다. 밥을 먹으며 찬찬히 내 몸짓을 있는 그대로 살폈다. 밥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왼쪽 어금니로 간다. 밥뿐만 아니다. 김치도 왼쪽으로, 딱딱한 멸치 반찬도 왼쪽으로. 멸치처럼 딱딱한 것일수록 왼쪽 어금니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나만 그런가.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은 오른쪽, 왼쪽 골고루 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씹는 버릇이 한쪽으로 굳어진 것이다. 게다가 양치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칫솔이 왼쪽보다 오른쪽으로 먼저 가는 게 아닌가. 힘든 일은 왼쪽 잇몸이 다 하고, 보살핌은 오른쪽 잇몸이 먼저니 탈이 날 수밖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무리하던 왼쪽 잇몸이 아픔을 호소하기 시작한 셈이다.

잇몸을 고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밥 한술 입에 넣을 때부터 씹어 삼킬 동안 씹는 데 집중해야 했다. 잠깐 딴 생각을 하거나 식구 사이 대화에 끼여들다 보면 금방 입안에 음식이 왼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럼, 아픈 잇몸이 신호를 보낸다.

이참에 잇몸을 제대로 고치고 싶다. 틈틈이 잇몸 운동을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입을 다물고, 어금니끼리 서로 부딪혀 침이 고이면 삼킨다. 혓바닥을 죽 뻗어 잇몸을 부드럽게 문질러준다.

웬만큼 잇몸에 힘이 붙자 잇몸 운동을 생활화했다. 날마다 의식적으로 잇몸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딱딱한 음식을 밥상머리에 두고 밥 먹기 전에 조금씩 씹었다. 생쌀을 조금씩 천천히 씹으며 잇몸과 대화했다. 이제는 말린 밤을 후식으로 한두 개씩 씹을 정도로 잇몸이 거의 정상을 회복했다. 얼추 6개월쯤 걸린 것 같다. 거실 한구석에 말린 밤, 해바라기씨 그리고 호박씨가 들어 있는 항아리 세 개가 있다. 호박씨와 해바라기씨를 먹으려면 딱딱한 껍데기를 앞니로 까야 한다. 씨앗은 앞니 잇몸 운동에 안성맞춤이다. 말린 밤은 어금니 쪽 잇몸 운동에 그만이다.

내 버릇을 알고 또 이를 고쳐가면서 점점 내 몸이 궁금해졌다. 지금 당장은 아픔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몸의 불균형이 또 있지 않을까. 내 몸놀림을 찬찬히 살펴보니 불균형이 뜻밖에도 심각한 수준이다. 단적인 게 오른손잡이. 삽질, 괭이질, 도끼질. 그 모두 오른손 중심이다. 그러니 어깨부터 삐딱하다. 어깨 관절을 돌려보면 오른쪽 관절이 부드럽지 못하다. 왼손은 운동신경이 둔하다. 오른손이 무리를 계속 해왔다면 왼손은 오른손을 주로 ‘보좌’해왔기에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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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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