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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특산품 ⑥

우리 茶의 발원지를 찾아서 하동 화개 야생차

함박눈 벚꽃잎 群舞에 茶香은 더 짙어가고…

  • 글·사진: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우리 茶의 발원지를 찾아서 하동 화개 야생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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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茶의 발원지를 찾아서 하동 화개 야생차

화개골의 가파른 산비탈에 들어선 차밭에서 이른 아침부터 찻잎을 따는 사람들. 찻잎은 동틀 무렵부터 따기 시작해서 오전 중 작업을 끝낸다.

이처럼 차에 관한 역사가 유구한 화개골인데도, 차가 주민의 주요 수입원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마을 주변의 산비탈과 논밭이 죄다 차밭으로 뒤덮인 화개면 용강리에 사는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찻잎을 따서 목돈을 만진 지는 기껏해야 20년도 안 될 겁니다. 그전에도 찻잎을 따서 차로 끓여 먹고, 절 주변에서 팔기는 했지요. 그러나 그때는 차라는 것이 별로 돈이 안 될 때라 그냥 한 됫박 퍼주고 쌀이나 보리쌀로 바꿔다 먹고 그랬어요. 요즘 같으면 아마도 몇십만원 어치는 족히 되겠지만, 그때는 차가 그렇게 비싼 건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차의 상품성을 모르던 시절에도 차의 효능만은 익히 알고 있었던 듯하다. 이곳 주민들은 몸이 아플 적마다 커다란 솥이나 주전자에 찻잎·결명자·인동·돌배를 함께 넣고 푹 고아낸 물을 한 사발씩 들이켜곤 했다. 특히 감기 기운이 있거나 배앓이를 할 때에 그 물을 한 사발쯤 마신 뒤 푹 자고 나면 몸이 가뿐해졌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도 ‘고다(苦茶·작설차)의 성품은 조금 차갑지만 맛은 달고 쓰며 독이 없다. 기를 내리고 뱃속에 오래 쌓여 있던 음식을 소화시킨다. 또한 머리를 맑게 하고 오줌을 통하게 하며 소갈(당뇨병)을 낫게 한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니 화개골 주민의 경험방(經驗方)이 근거 없는 건 아닌 셈이다.

찻잎을 따서 팔게 된 뒤로 차밭을 가진 화개골 주민들의 소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특히 근래에 불어닥친 ‘참살이(웰빙) 열풍’을 타고 차 수요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 덕택에 차 재배면적뿐 아니라 제다공장, 찻집, 다기점, 도예업체 같은 차와 관련된 업소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늘푸른떨기나무(常綠灌木)’에 속하는 차나무는 습기가 많고 무덥지만 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고, 아침에는 햇볕이 잘 들고 낮에는 그늘이 지는 골짜기와 산비탈에서 잘 자라는 습성을 지녔다. 찻잎도 그늘과 햇살이 조화를 이루는 산골에서 채취한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낮에는 섬진강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그늘을 드리우고, 밤에는 지리산의 서늘한 기운이 엄습하는 화개골은 좋은 차가 생산될 만한 자연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밤이슬 머금은 찻잎이 최고

하지만 화개골의 산비탈에서 스스로 나고 자란 야생차라고 해서 모두 최상품의 차가 되는 건 아니다. 차는 제조법, 잎의 크기와 모양, 채취 시기에 따라 품질과 이름이 아주 다양하다.

먼저 제조법에 따라 크게 완전발효차인 홍차와 황차, 반발효차인 청차, 불발효차인 녹차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찻잎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참새 혓바닥처럼 가늘고 여린 작설차(雀舌茶), 매의 발톱처럼 억세고 야무진 모양의 응조차(鷹爪茶)로 나뉜다. 작설차는 다시 잎의 채취시기와 크기를 따져 세작(細雀)·중작(中雀)·대작(大雀)으로 구분된다. 채취 시기에 따라서도 이름이 달라져 청명차(4월5일경), 우전차(곡우 전), 곡우차(4월20일경), 입하차(5월6일경), 소만차(5월21일경), 망종차(6월6일경)로 부르기도 한다.

화개골에서는 대략 4월 중순∼5월 하순까지 40∼50일 동안 찻잎을 채취한다. 찻잎은 밤이슬을 흠뻑 머금은 것을 최고로 치기 때문에 동틀 무렵부터 따기 시작해서 오전 중에 작업을 끝내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에 날씨가 아주 흐리거나 비가 올 때는 따지 않는다.

찻잎 따기는 대략 곡우(양력 4월20일, 또는 21일) 사흘 전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무렵에 딴 찻잎이 최상품으로 대접받는 우전(雨前)이다. 그 다음으로는 세작·중작·대작을 각각 7∼10일 동안 채취하는데, 이동안 찻잎의 값은 하루가 다르게 뚝뚝 떨어진다. 즉 세작의 생잎은 1㎏당 4만∼5만원 가량을 받기도 하지만, 대작의 값은 1kg당 5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생잎을 제다공장에 파는 값이 그렇다는 말이다. 집에서 전통방식으로 직접 차를 만들어 팔면 공장에 넘기는 것보다 곱절 이상이나 더 이문이 남는다고 한다.

화개면 범왕리에 있는 해인산방(055-883-6256)의 김동관씨(44)가 가족과 함께 찻잎을 덖고 비비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제대로 된 차 한 통을 만들기 위해 쏟아붓는 노력과 정성이 실로 대단했다.

먼저 꼭두새벽부터 차밭에 나가 따온 찻잎 가운데 차 맛을 해치는 큰 잎이나 해묵은 잎, 줄기와 부스러기 등을 골라낸다. 그런 다음 미리 불을 피워 뜨겁게 달궈놓은 가마솥에 적당한 양의 찻잎을 넣고 계속 뒤적거리면서 빠른 시간 내에 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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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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