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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인터뷰

한국죽음학회 최준식 교수의 사후세계 체험기

“그들은 강 저편에서 ‘돌아가라’는 계시를 들었다”

  • 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사진: 김형우 기자

한국죽음학회 최준식 교수의 사후세계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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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이탈, 터널체험

한국죽음학회 최준식 교수의 사후세계 체험기

최준식 교수는 “근사 체험자들이 혼수상태에서 목격한 장면들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며 근사 체험은 환각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6월4일 한국죽음학회 창립기념 학술회에서 근사 체험에 대한 논쟁적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근사 체험이라는 신비 체험을 학문의 영역으로 다룰 수 있습니까.

“근사 체험 연구는 19세기 말 스위스의 지질학자 알베르트 하임(1849~1937)이 시작했습니다. 알프스 등반 중 조난을 당한 그가 근사 체험을 한 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등반가, 군인 등의 사례를 모으기 시작한 거죠.

이후 1970년대 미국에서 근사 체험 연구 바람이 불었어요. 정신과 의사 레이먼드 무디는 당시 사망선고를 받고 살아난 사람들의 체험을 수집해 ‘삶 이후의 삶(Life After Life)’이라는 책을 펴내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후 죽음학의 대가인 엘리자베스 큐블러 로스가 근사 체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사후생’이란 책을 펴냈지요. 이렇게 비슷한 경험이 보고된 사례가 지금까지 수십 만 건에 이릅니다.

그들의 체험은 대부분 ‘영혼의 체외이탈→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터널 체험→저승 도착→빛과의 만남→지나온 생애에 대한 반성적 회고→장벽과의 만남→육체로의 회귀’라는 공통적 패턴을 갖고 있어요. 또 혼수상태에서 근사 체험을 한 사람들이 목격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가 많습니다.”



근사 체험자들은 죽음 뒤 세계의 형태를 도저히 형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혹자는 죽음 뒤의 세상을 묘사하는 일은 “3차원에서 통용되는 언어로 4차원 세계를 설명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근사 체험자들은 “저 세상은 너무도 아름다워 이승과 비교할 수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무디가 만난 한 근사 체험자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 일주일 동안이나 울었다고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저세상을 보고 난 후 이승에서 살기가 싫어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꽃밭을 보다

-근사 체험자들이 겪는 공통적 패턴의 경험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려주시죠.

“근사 체험의 첫 단계인 체외이탈은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 자신의 몸이나 주변 사람들을 허공에서 바라보는 겁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에서 부상당한 미국 병사들이 이 체험을 많이 한 걸로 보고됐어요.

신기한 것은 이들이 영혼의 상태에서 단순히 전장(戰場)을 내려다본 것이 아니라, 그 상태로 미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 모친이나 아내를 만났다고 주장한다는 겁니다. 이 주장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게, 부상병들이 영혼의 상태로 집을 방문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묘사했다는 거예요. 영혼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거든요.

몸을 빠져나온 영혼은 캄캄한 어둠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른바 ‘터널 체험’이라는 거죠. 터널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옮겨가는 과정이에요. 영혼이 터널을 지나면 매우 밝고 영롱한, 새로운 세계에 도착해요. 저승 문턱에 다다른 거죠. 정신의학자 로스도 체외이탈 체험에서 ‘아름다운 꽃밭을 봤다’고 합니다.

다음 단계는 영적인 안내자인 따뜻한 빛과의 만남이에요. 많은 근사 체험자가 이 빛의 존재와 만나며 안온한 사랑을 느꼈다고 고백합니다. 이 빛은 인간의 형상을 띠기도 해요. 부처, 예수, 마리아, 보살, 먼저 죽은 조상의 모습으로 다채롭게 나타났습니다.

빛의 존재를 만난 영혼은 자신의 삶을 회고하게 됩니다. 아주 짧은 시간 삶의 단편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거예요. ‘라이프 리뷰(life review)’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인생의 지혜를 얻는 거죠.

이승과 저승이 완전히 갈리는 단계가 바로 ‘장벽과의 만남’입니다. 강이나 사막, 바다 앞에서 영혼이 ‘아직 이곳에 올 때가 아니다’는 통지를 받는 지점이죠. 통지를 받은 영혼은 다시 육체로 돌아오게 됩니다.”

“돌아가라!” 외치던 할머니

1991년 일본 NHK의 ‘임사 체험’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나카하라 야스시씨의 경험담은 근사 체험 7단계와 거의 일치한다.

나카하라씨는 1988년 4월 급성 췌장염으로 쓰러져 두 달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의 영혼은 몸을 빠져나와 어둠의 터널을 통과했다. 이윽고 멈춰 선 곳은 분홍색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낯선 연못.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연못 저편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서 있었다. 그는 반가운 마음에 할머니가 있는 쪽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여기 오면 안 된다, 돌아가거라!”고 그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후 나카하라씨는 갑자기 의식을 회복했다.

-모든 근사 체험자가 이러한 단계를 겪는다고 일반화할 수 있습니까.

“근사 체험자가 모두 이 7단계를 경험하는 건 아니에요. 그중 두세 단계만 경험하는 사람도 있고, 누구나 위에서 설명한 순서대로 경험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자살 미수에 그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죽음을 체험한 뒤 아주 캄캄한 곳에서 아무도 자기를 돌보지 않는 듯한 강한 고립감이 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도 빛의 존재를 만나는 제4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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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사진: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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