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막에 좌우로 긴 벙커가 그린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홀. 환상적인 코스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세 번째는 바람 세기의 차이다. 오전, 오후의 바람 세기가 다르며 북풍과 마파람, 옆바람의 세기도 차이가 크다. 마파람이 강하게 불 때는 세 클럽 크게 잡고, 북풍일 때는 그린을 오버하지 않도록 한두 클럽 짧게 잡는 것이 요령이다. 옆바람이 불 때 바람의 세기에 지나치게 신경 써 샷하면 자칫 해저드에 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항상 깃발의 나부낌과 나무 꼭대기의 흔들림을 보고 바람의 세기를 계산해 다음 샷을 해야 한다.
야생 칠면조 습격사건
마우나케아 코스에는 하와이 전체 6개 섬에 있는 골프장 130여 곳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공략하기 까다로운 시그너처 홀(Signature hole)이 있다. 바로 파3 210야드의 3번 홀이다. 이 홀의 티잉 그라운드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글자 그대로 절경이다. 그린 앞으로 용암이 빚어놓은 해안 절벽이 바다와 맞닿아 있고, 그곳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높은 파도가 철썩거리며 흰 포말을 뿜어낸다. 골프보다 자칫 경치에 정신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또 바다 위에는 이곳의 보호동물인 녹색거북 수십마리가 떼지어 떠다니며 헤엄치고, 티잉 그라운드 옆쪽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맑은 물속에서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유영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운 좋은 날엔 집채만한 고래가 쿵쿵 소리를 내며 묵직하게 점프하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북태평양을 배경으로 퍼트하는 골퍼.
온 그린을 시켜놓은 골퍼들은 칠면조가 공을 건드리거나 물고 달아나지 않을까 조바심 치기도 했지만, 골프를 치면서 느긋하게 거닐며 먹이를 찾는 칠면조 무리를 만난 것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사건’이었다.
이곳에선 야생 칠면조가 빨리 지나가라고 윽박지르는 행동이나 불만 섞인 괴성 또는 자극적인 휘파람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만약 골프장에 난입한 야생 동물에게 위해를 가할 경우에는 동물보호와 관련된 엄중한 처벌이 뒤따른다.
칠면조 외에도 인기척에 귀를 쫑긋 세우고 앞발을 들고 서 있는 흰 다람쥐와 사람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롭게 풀을 뜯는 토끼들을 볼 수 있다. 또 당나귀와 멧돼지도 집단 서식하고 있다.
‘태고의 성’ 간직한 야생의 필드
외국에는 이처럼 동물 친화적인 골프장이 많다. 동물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 또한 동물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그런 ‘태고의 성(性)’을 간직한 이 곳이 진정한 골프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필자는 야생동물이 마음껏 유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이곳 사람들의 마음에 존경과 한없는 부러움을 느꼈다.
한편 갯바위 위에 자란 흰줄기 유칼리 나무와 군데군데 소금을 담아놓은 듯한 벙커들, 카디널(홍관조)의 가냘픈 울음소리, 코끝을 찌르는 시원한 바다 향, 바다를 향해 드넓게 펼쳐진 녹색 페어웨이 등은 이 골프 코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그리고 해 질 무렵 서쪽 바다에 펼쳐지는 석양은 자연이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