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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코사 니시다 야스마루 회장&에넥스 박유재 회장

“사랑하라, 인간적으로 대하면 해결 못할 게 없다”

  • 권주리애 전기작가, 크리에이티브 이브 대표 evejurie@hanmail.net

일본 와코사 니시다 야스마루 회장&에넥스 박유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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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코사 니시다 야스마루 회장&에넥스 박유재 회장

박유재 회장(오른쪽)과 박진호 사장. 박 회장의 둘째아들인 박진호 사장은 2002년 에넥스 상무로 입사해 지난해 말 대표를 맡았다.

“니시다 야스마루 회장 말씀이, 첫 대면에서 제가 젊고 열정적이라 인상에 남았다고 하더군요.”

고가의 연마기는 기대만큼 값어치가 있었다. 품질이 급격하게 향상되고 생산성도 높아졌다. 때마침 여의도에 아파트를 대량으로 짓는 건설 붐이 일어났다. 박 회장은 그때를 회상하면서 “내게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행운은 미리 준비하는 자에게만 옵니다. 일본에서 연마기를 수입해놓았기에 건설 붐에 자신있게 동참할 수 있었던 거죠. 건설 붐을 타고 부엌가구를 대량 생산하고 품질도 높아지니 회사가 쭉쭉 성장했어요. 얼마나 기뻤던지 니시다 회장에게 인사하러 일본으로 건너갔어요. 와코사 덕분에 우리 회사가 잘되고 있다고, 정말 고맙다고 했죠. 나중에 니시다 회장이 회상하길, 그때 팔짝팔짝 뛰며 기뻐하던 제 모습이 가까운 동생을 보는 듯했다고 하더군요. 그 뒤로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1960년에 니시다 야스마루 회장이 설립한 일본 와코사는 프레스와 싱크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일본 싱크공장에서 사용하는 연마기의 90% 이상을 납품하고 있으며, 스테인리스 욕조 생산판매는 내수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박 회장과 니시다 회장의 국경을 초월한 우정은 몇 해 전 국내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당시 니시다 회장은 박 회장을 가리켜 “만나면 만날수록 좋아지는 사람이다. 학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닌데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을 두루 갖추고 늘 노력하는 진지한 사람”이라며 “서로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별이 안 되는 인간적인 친구”라고 표현했다.



사업상 인연을 맺은 니시다 회장은 박 회장이 어려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인생의 선배로서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 박 회장은 30여 년 전 새벽의 일을 잊지 못한다.

“40대 초반일 때일 겁니다. 사는 게 도무지 재미가 없었어요. 당시 대기업 축에 들던 국제상사가 ‘거북표싱크’를 만들어 부엌가구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죠. ‘이제 우리 오리표싱크는 죽었구나, 무슨 수로 대기업의 자본 공세를 감당하나’ 걱정이 태산이었어요.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지다시피 했죠. 머리 싸매고 앉아 먹어대기만 하니 체중이 팍팍 늘어 85kg을 넘어섰고요. 고민 끝에 마침 한국에 머물고 있던 니시다 회장을 찾아가 새벽 2시에 사우나실에서 알몸으로 고백했어요. ‘세상 살기가 싫다’고.”

그런데 눈을 감은 채 잠자코 얘기를 듣고 있던 니시다 회장의 입에선 뜻밖에도 “사랑하라”는 말이 새어나왔다.

“니시다 회장 자신도 그런 생각을 종종 한 적이 있다면서, 가까운 사람부터 사랑하라고 하더군요. 저한테 가장 가까운 사람은 가족이고, 다음은 회사 직원들과 대리점 사장들이죠. 우선 체중을 석 달 만에 11kg 줄이고, 가족한테 마음을 쏟았어요. 사업한다고 밖으로 뛰어다니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거든요. 가족에게 마음을 쓰니까 가족들이 기뻐하고, 그 모습을 보니 저도 기뻐졌어요. 회사에선 회의 때면 재떨이를 내던지곤 하던 버릇을 없애고, 직원들에게 부드럽고 상냥하게 대했죠. 금세 회사 분위기가 환해졌어요.”

중소기업은 지프, 대기업은 세단

가족과 직원들에게 베푼 사랑이 부메랑처럼 박 회장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다. 박 회장은 그 뒤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며 손을 잡고 식사를 함께하자고 권했다.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전까지는 바쁘다는 핑계로, 또 좀 성공했다는 이유로 종종 친구를 그냥 지나치곤 한 게 사실이었다. 마음을 고쳐 먹으니 거리에서 아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사랑은 눈이 밝아지게도 하나 봐요. 거리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다음에 또 만날 약속을 잡고, 정을 주면서 친하게 지냈죠. 나중에는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지더군요.”

니시다 회장은 대기업과의 경쟁에 대한 박 회장의 염려도 말끔히 씻어냈다. 니시다 회장의 조언이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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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리애 전기작가, 크리에이티브 이브 대표 evejur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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