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한국 등 아태지역을 담당하는 펜타곤 내 부서는 전세계 모든 지역을 통괄하는 국제안보국(ISA·International Security Affairs) 산하다. 그러나 차관보를 수장으로 하는 ISA의 업무가 이라크전 등으로 크게 증가하자 아태지역 업무만을 담당하는 ‘아태안보국(Asian · Pacific Security Affairs)’으로 독립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우선 펜타곤이 아태지역의 비중을 높게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조치지만, 더불어 롤리스 부차관의 승진이 갖는 함의도 만만치 않다. 럼스펠드 장관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돼 동반퇴진 관측까지 불러일으켰던 그가, 로버트 게이츠 신임 장관 체제에서 오히려 더 막강한 위상을 갖게 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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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군사회의의 뒤풀이자리. 군복과 양복을 갖춰 입은 양국 국방부 관료들이 한 한국식 주점에 모였다. 주종(酒種)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자신만만했던 한국측 인사들은 롤리스 부차관의 계속되는 ‘원샷’ 제의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그가 노래방 기계에서 고른 노래는 ‘눈물 젖은 두만강’. 이후에도 그는 1970~80년대 유행했던 한국 가요들을 그리 어색하지 않은 발음으로 연거푸 불러제쳤다. 밤늦도록 이어진 그의 ‘여흥문화’는 협상자리에서 보여준 차가운 태도와는 사뭇 달라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다.
‘평범한 한국 관료가 영어를 하는 수준’으로 한국말을 이해한다는 롤리스 부차관은 업무차 한국에 오면 반드시 용산에 있는 한 고깃집에서 삼겹살과 소주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사람 같은 정서를 과시하곤 한다는 것. 이렇게 보면 워싱턴의 유력 정보지 ‘넬슨리포트’가 2005년 6월 작성한 ‘주미한국대사관을 위한 특별보고서’에서 그를 ‘한국어에 능통한 대표적인 한국통’ 정도로 묘사한 것은 피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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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31일 ‘미국 스파이 논란’이라는 묘한 제목을 단 기사들이 줄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다. 이날 오후 경인TV의 신현덕 공동대표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인TV 최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미국에 한국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며 여기에는 그릇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해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낮추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주장한 것.
이후 신 대표는 백 회장이 국내외 정세를 분석한 문건을 신 대표에게 만들게 했으며, 자신은 그러한 문서를 서울 소공동에 있는 ‘유에스아시아그룹’ 한국사무실을 통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사무실의 등기상 대표가 롤리스 부차관이라는 사실. 1987년 롤리스 부차관이 민간인이던 시절 설립한 유에스아시아는 대만과 한국, 일본 등지에서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고, 2002년 롤리스 부차관이 국방부 부차관에 임명된 후에도 한국사무소의 등기상 대표를 바꾸지 않고 유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