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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노사모 발언’으로 확인된 ‘전략적 유연성 합의’ 난맥상

주변분쟁 개입 않는 건 한국군?주한미군? 청와대·외교부·워싱턴, ‘it’해석 따로따로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대통령 ‘노사모 발언’으로 확인된 ‘전략적 유연성 합의’ 난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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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보면 상황은 명확해진다. 1월 전략대화 공동성명에 등장하는 ‘it’의 주체가 누구냐는 것을 두고 외교부나 반 전 장관의 설명과 대통령의 인식이나 송민순 현 장관 설명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대명사의 해석을 두고 당시 외교부 수장과 청와대안보실장의 해석이 다른,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본질을 따져보지 못한

문제는 이 ‘it’이 한국군이냐 주한미군이냐가 사실상 이 공동성명의 핵심이라는 데 있다. 한국군이라면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주한미군이라면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it’의 해석에 따라 성명의 의미가 정반대로 달라지는 것이다.

벌써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지만, 성명이 나온 직후 그간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 문제의 위험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쏟아지면서 청와대와 외교부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2월초에는 외교부가 상부의 허가 없이 이를 허용하는 문서화 작업을 미국측과 추진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는 이를 사실상 묵인했다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사태가 크게 번졌다. 문서를 여당의원에게 제공한 혐의로 외교부에 파견 중이던 청와대 행정관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청와대의 발 빠른 대응과 징계처리로 관심이 ‘문서유출’에 집중되는 동안, 정작 ‘전략적 유연성 문제’ 자체는 논의 주제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이후에도 이 문제를 둘러싼 정부 내부의 혼선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 내에서는 저마다 해석이 다르지만 워싱턴의 입장은 한결같다는 사실. 미 국방부와 국무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 공동성명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꾸준히 밝혀왔다. 2006년 5월초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미 외교안보부처의 고위관계자는 “it은 분명히 한국군”이라며 선을 그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미국 당국자들의 견해도 흔들림이 없었다.

“다시 한번 확인해보라”

외교성명에 등장하는 대명사의 해석을 두고 한국 정부 내부의 해석이 엇갈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정부 관계자는 비공식 멘트임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해석을 들려주었다.

“it이 한국군이냐 미군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인정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대만과 중국 사이에 분쟁이 일어날 경우가 전제돼 있는데 사실상 그 가능성이 매우 낮을뿐더러, 실제로 일어난다면 이는 세계대전이다. 한국이 그에 연루될 것을 염려한다 해도 it이 한국이라면 연루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것이고, 주한미군이라면 아예 그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한국과 주한미군을 분리해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주체를 모호하게 놔둠으로써,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받았다고 해석하고 한국은 유사시에 이를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외교적 압박이 심각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 아닌가. 정부로서는 미국의 압박을 피하면서 최소한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는 ‘전략적 모호성’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게 전부일까. 당시 정부 내부에서 관련논의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설명은 사뭇 다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공동성명이 나오고 논란이 번진 3월 노 대통령은 새로 임명된 송민순 안보실장에게 공동성명이 규정하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 ‘장비와 기지’를 포함한 것인지 묻는다. 송 실장이 이에 대해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하자 대통령이 진노했다는 것. 그간 그렇게 보고받은 적이 없으므로 다시 한번 확인해보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노 대통령이 ‘장비와 기지’를 거론한 것은,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해 그간 제기된 우려의 핵심이 바로 그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허용할 경우 주한미군이 한반도 내에 있는 장비와 기지를 사용해 동북아 분쟁에 참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가 사실상 발진기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개념이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간 진행된 한미간의 관련논의 기록을 검토한 안보실 참모들은 미국측이 한 번도 유연성을 장비나 기지 문제와 연동해 설명한 적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1월의 공동성명을 들어 주한미군이 현재의 장비나 기지를 다른 지역 분쟁 개입에 이용하려 할 수는 없으리라는 것. 송민순 당시 안보실장은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사실상 전략적 유연성은 인정하지 않았다’는 자신의 인식을 재확인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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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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