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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분석

“모스크바는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통일 희망”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이 바뀌고 있다!

  • 윤성학 CIS컨설팅 대표 yoonskh@chol.com

“모스크바는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통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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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6자회담에 나오기로 결정했다. 긴장 국면을 통해서는 얻어낼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 제재에 맞서 또 한번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미·일이 주도하는 제재를 피하고자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한은 핵실험 이후 국제 핵질서를 위반한 ‘피의자’의 지위가 아니라 동등한 핵 보유국 자격으로 6자회담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제 핵 폐기 대신 핵 군축을 회담 의제로 삼으려 한다.

중국이 북한 경제의 뇌관을 쥐고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 석유 소요량의 90%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는 중국은 북한에 추가 핵실험을 하지 말도록 엄중 경고했다. 중국은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대북 석유지원을 감축 중이며, 핵실험 직후 중국은행 등 네 개 시중은행에 대해 대북 금융업무 중단 조치를 취했다.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나오게 만든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동결을 해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대북 금융제재 부문의 양보를 통해 6자회담 재개의 길을 열어놓았다. 미국 언론들은 “결국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동결시킨 반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7~8개 핵탄두 분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게 했고 핵실험까지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미국 여론도 온건파인 라이스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북한에 줄 것이 없다’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정치적 도박을 감행하면서 중국과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를 ‘조커’처럼 사용한 듯 보인다. 북한은 핵실험 직후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북한을 제재할 경우 이 사태를 저지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감정적으로 골이 패어 있는 중국보다는 러시아에 기대 소나기를 피하자는 속셈으로 접근한 듯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아직 중국을 완전 대체할 카드는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북한에 제공할 자원이 적다. 러시아 경제가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연 6.5%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지만 북한을 지원할 만큼의 여력은 갖고 있지 못하다. 경제교류도 미미한 수준이다.

러시아는 6자회담 재개를 북핵 문제의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안으로 여기고 외무차관을 급파했다. 그러나 북한은 러시아 카드를 받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러시아의 체면을 살려준다고 해서 북한이 얻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 상황에서 러시아는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러시아는 군사적 수단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반대하고 다자간 대화로 해결하자는 원칙을 갖고 있다. 군사 차원에서는 중국과 협력해 미국 주도의 무력 제재를 억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동북아 안정에 불안 요인이 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1993~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러시아는 북한의 핵 개발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도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했다. 당시엔 북한과의 관계가 나빠진 상황이었다. 1994년 3월24일 러시아는 ‘8자회담’을 제안했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국력이 10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계속된 경제성장으로 2006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9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규모에서도 곧 한국, 브라질, 인도를 제치고 세계 10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푸틴 대통령의 활발한 외교정책으로 러시아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회복 중이다. 북한과의 관계도 크게 개선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되자 러시아는 로슈코프 외무차관을 평양에 보내 3개항의 일괄타결 방안을 제안했다. 그 핵심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합의를 준수하는 대가로 다자 차원의 안전보장과 인도적,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주변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문명의 충돌지역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만 시작하면 1년 안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북핵 문제가 근본적으로 북한의 안전을 담보하는 문제이기에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북에 대한 미국의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면 된다고 봤다. 그러나 이렇게 ‘쉬운 문제’를 클린턴 자신도 재임 8년 동안 풀지 못했다. 북미관계 정상화는 그 자체로 동북아에서 ‘미국 군사 패권의 종말’을 의미하며 미국 대외정책의 근간이 바뀌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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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 CIS컨설팅 대표 yoonsk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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