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호

무릎 질환 뿌리뽑는 ‘관절 잠망경’

  • 고재현 세정병원장(의학박사) www.arthro.co.kr(02-2696-5601)

    입력2007-06-04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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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릎 질환 뿌리뽑는 ‘관절 잠망경’
    ‘수사극이나 첩보영화를 보면 인질극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염탐할 때 내시경 카메라를 사용한다. 직경 1cm의 공간만 있다면 내시경은 관 앞에 달린 카메라를 실뱀처럼 꿈틀거리며 현장의 상황을 모니터로 전송한다.

    내시경이 먼저 이용된 곳은 의료계다. 방사선 진단장비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장기 또는 체강 내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개발한 게 바로 내시경 카메라. 위암 조기 검진에 사용되는 위 내시경과 아랫배 속 장기의 검진이나 수술에 사용하는 복강경은 널리 알려진 의료용 내시경이다.

    내시경의 발전으로 큰 빛을 본 인체기관 중 하나는 관절이다. 전체 인구의 15%가 앓고 있다는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 수술에도 내시경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관절에 사용한다 해서 ‘관절경’이라고 하는 이 내시경은 관절 속을 모니터로 확대해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CT나 MRI로도 발견되지 않는 부분까지 세밀하고 정확하게 진단한다. 특히 요즘 퇴행성이나 류머티스성 관절염에 관절경을 주로 이용하는 것은 진단이 정확할 뿐 아니라 수술시 절개 면적이 관절경이 들어가는 부분만큼(1~2cm)으로 축소된다는 점 때문이다. 째는 면적이 작아지는 만큼 출혈과 감염 위험이 줄어들어 안전성도 보장되고 수술 흉터와 후유증의 걱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특히 관절경은 인생 후반기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노인 환자들에게 효자 노릇을 한다. 무릎 연골이 다 닳아 퇴행성 관절염에 걸린 노인들 중에는 각종 성인병을 가지고 있거나 나이가 너무 많아 전신 마취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관절경 수술은 절개 면적이 작아 하반신 마취나 국부마취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한 까닭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다. 필자는 18년 전 국내 최초로 무릎 관절경 수술을 시작한 이래 1만 건의 수술을 했는데, 그동안 단 한 건의 실패사례도 경험하지 못했다. 수술이 워낙 간단하고 그 결과는 드라마틱하므로 한 동네 노인들이 단체로 수술을 받으러 온 적도 있다.

    관절경은 무릎뿐만 아니라 어깨, 팔꿈치, 손목, 발목 등 우리 몸의 모든 이음새 부분 수술에 사용되는데, 워낙 고난도 수술이라 경험이 많은 전문의에게 받는 게 좋다. 관절경은 또 축구, 농구, 스키, 등산 같은 과격한 운동이나 교통사고로 무릎의 십자인대가 파열되거나 연골판이 파열된 경우에도 사용된다. 파열된 인대
    무릎 질환 뿌리뽑는 ‘관절 잠망경’
    나 연골판을 이식하거나 이어 붙이는 데에도 관절경이 사용돼 수술 시간이 단축되고 후유증도 크게 줄었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가 계속되는 무릎과 발목 부상에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필드에 설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관절경 수술 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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