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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山과 宮을 연결하라, ‘관아(官衙)’를 개방하라”

  •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건축학 dnkim@yurim.skku.ac.kr

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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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이 복원되고 세종로에는 광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시청광장을 조성하는 등 광화문-시청-숭례문을 서울의 얼굴로 만들려 한다. 그러나 세종로가 한국의 ‘국가상징거리’로 세계인에게 각인되기 위해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서울시에서 ‘도심 재창조 기본계획 총괄기획’을 책임지고 있는 김도년 교수가 ‘세종로 변신’ 구상을 밝혀왔다.
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세종로에 광화문광장이 들어서는 등 ‘광화문 제자리 찾기 사업’이 경복궁 복원과 함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여러 차례 추진되다가 번번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실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의 개발 일변도에서 도시 역사와 환경의 가치를 인식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점은 도시설계가로서 반가운 일이다. 큰 틀로 보면 국가의 정체성을 물리적으로 실현하는 중요한 사업이기에 그 가치와 의미를 더하는 측면에서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의 많은 도시가 랜드마크(landmark)를 가지고 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파리의 에펠탑 등이 그것이다. 건축물이 그 도시를 대표하고 또 도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대부분 건축물이다. 반면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로는 언뜻 떠오르는 게 없다.

서울에는 왜 서울을 상징하는, 나아가 한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없을까. 우리의 고귀한 자원에 대한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서울은 외국 도시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자연 조건을 갖췄다. 수려한 산이 도시를 감싸고, 남산처럼 도시 안에 산이 있기도 하다. 도시 한복판에는 한강이 굽이쳐 흐르고 청계천과 같이 크고 작은 샛강이 시내 곳곳을 지나가는 등 도시의 일상과 자연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서울의 상징과 얼굴

서울의 모태인 한양은 이렇듯 빼어난 자연 조건을 바탕으로 자연과 도시가 융합됐다. 당대 최고의 석학이 주도해 사상과 철학을 도시공간과 환경으로 전환시켜 놓았다. 그 결과 시대에 따라 역할과 위상의 부침은 있었으나 600년 이상 한반도의 수도 노릇을 해왔다.



최초의 한양 계획은 북악산과 경복궁, 종묘, 그리고 국가의 한길, 즉 현재의 세종로가 함께 있는 국심(國心)으로부터 출발한다. 서울의 근원과 상징은 하나의 건축물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경복궁과 북악산이 함께 있는 모습에서 나온다. 자연과 건물이 어우러진 북악산, 광화문, 경복궁은 단순한 랜드마크의 의미를 넘어서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정경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 정경을 제대로 보기 어려워졌다. 좋은 것이 있으되 체험할 길이 없다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세기, 경제성장과 근대화는 시대적 가치로서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에서 근대화한 도시는 서양 도시 환경, 특히 미국 대도시의 그것을 지향했다.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가 개발시대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모델 이미지로 작용했다. 고층건물, 넓은 도로, 그 위에 자동차가 가득 찬 광경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서구의 근대화를 숨가쁘게 쫓아가던 시절, 서울에서 가난을 벗어던진 대표적인 상징물은 삼일빌딩과 삼일고가도로였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도 그중 하나였고, 냉전시대 북한과의 경쟁의식으로 규모와 객석 숫자가 중요한 계획조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세종문화회관이 건립됐다. 그에 앞서 광화문 앞 한길(폭 51m)이 현재의 16차로(폭 100m)로 변모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으리라 여겨진다.

세종로에는 정부종합청사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그리고 세종주차장 뒤편으로 외교통상부가 있다. 행정복합도시 계획에 따라 앞으로 세종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담장으로 둘러쳐져 일반인이 들어가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안으로 들어간다 해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건조하고 차가운 공간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삼엄한 경계로 철옹성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국대사관은 정부청사 건물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정부청사들을 연결하기 위해 설치한 듯한 지하차도는 도시의 장애물로밖에 볼 수 없고 볼품마저 없어 그 주변은 청소차량 기지로 쓰이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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