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호

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山과 宮을 연결하라, ‘관아(官衙)’를 개방하라”

  •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건축학 dnkim@yurim.skku.ac.kr

    입력2007-06-04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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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이 복원되고 세종로에는 광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시청광장을 조성하는 등 광화문-시청-숭례문을 서울의 얼굴로 만들려 한다. 그러나 세종로가 한국의 ‘국가상징거리’로 세계인에게 각인되기 위해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서울시에서 ‘도심 재창조 기본계획 총괄기획’을 책임지고 있는 김도년 교수가 ‘세종로 변신’ 구상을 밝혀왔다.
    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세종로에 광화문광장이 들어서는 등 ‘광화문 제자리 찾기 사업’이 경복궁 복원과 함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여러 차례 추진되다가 번번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실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의 개발 일변도에서 도시 역사와 환경의 가치를 인식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점은 도시설계가로서 반가운 일이다. 큰 틀로 보면 국가의 정체성을 물리적으로 실현하는 중요한 사업이기에 그 가치와 의미를 더하는 측면에서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의 많은 도시가 랜드마크(landmark)를 가지고 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파리의 에펠탑 등이 그것이다. 건축물이 그 도시를 대표하고 또 도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대부분 건축물이다. 반면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로는 언뜻 떠오르는 게 없다.

    서울에는 왜 서울을 상징하는, 나아가 한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없을까. 우리의 고귀한 자원에 대한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서울은 외국 도시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자연 조건을 갖췄다. 수려한 산이 도시를 감싸고, 남산처럼 도시 안에 산이 있기도 하다. 도시 한복판에는 한강이 굽이쳐 흐르고 청계천과 같이 크고 작은 샛강이 시내 곳곳을 지나가는 등 도시의 일상과 자연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서울의 상징과 얼굴

    서울의 모태인 한양은 이렇듯 빼어난 자연 조건을 바탕으로 자연과 도시가 융합됐다. 당대 최고의 석학이 주도해 사상과 철학을 도시공간과 환경으로 전환시켜 놓았다. 그 결과 시대에 따라 역할과 위상의 부침은 있었으나 600년 이상 한반도의 수도 노릇을 해왔다.



    최초의 한양 계획은 북악산과 경복궁, 종묘, 그리고 국가의 한길, 즉 현재의 세종로가 함께 있는 국심(國心)으로부터 출발한다. 서울의 근원과 상징은 하나의 건축물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경복궁과 북악산이 함께 있는 모습에서 나온다. 자연과 건물이 어우러진 북악산, 광화문, 경복궁은 단순한 랜드마크의 의미를 넘어서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정경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 정경을 제대로 보기 어려워졌다. 좋은 것이 있으되 체험할 길이 없다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세기, 경제성장과 근대화는 시대적 가치로서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에서 근대화한 도시는 서양 도시 환경, 특히 미국 대도시의 그것을 지향했다.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가 개발시대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모델 이미지로 작용했다. 고층건물, 넓은 도로, 그 위에 자동차가 가득 찬 광경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서구의 근대화를 숨가쁘게 쫓아가던 시절, 서울에서 가난을 벗어던진 대표적인 상징물은 삼일빌딩과 삼일고가도로였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도 그중 하나였고, 냉전시대 북한과의 경쟁의식으로 규모와 객석 숫자가 중요한 계획조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세종문화회관이 건립됐다. 그에 앞서 광화문 앞 한길(폭 51m)이 현재의 16차로(폭 100m)로 변모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으리라 여겨진다.

    세종로에는 정부종합청사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그리고 세종주차장 뒤편으로 외교통상부가 있다. 행정복합도시 계획에 따라 앞으로 세종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담장으로 둘러쳐져 일반인이 들어가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안으로 들어간다 해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건조하고 차가운 공간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삼엄한 경계로 철옹성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국대사관은 정부청사 건물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정부청사들을 연결하기 위해 설치한 듯한 지하차도는 도시의 장애물로밖에 볼 수 없고 볼품마저 없어 그 주변은 청소차량 기지로 쓰이는 실정이다.

    가고 싶지 않은 세종로

    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2008년부터 바뀌는 세종로의 조감도와 설계도.

    그런 세종로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적고 세종로를 좋아하는 사람도 드물다. 세종로에 횡단보도가 설치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이래도 되나’ 하는 놀라움이 대부분이었다. 횡단보도가 설치되기 전, 이러한 가능성을 제공한 몇몇 행사가 있었다. 그 하나는 2002 월드컵 응원이었고 또 하나는 어느 해 ‘지구의 날’로 기억된다. ‘힘’으로 상징돼 가기 거북한 장소, 자동차를 위한 16차선 공간이 수많은 시민이 거닐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한 그 몇 시간이 우리가 잊고 있던 세종로 본연의 의미를 되살려준 계기라고 생각한다. 이곳이 세종로로 이름 지어진 이래 처음으로 공공장소 노릇을 제대로 한 게 아닌가 싶다.

    이 도시는 한양, 한성, 경성을 거쳐 서울로 이름이 변해왔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의, 서울의 한길로서 세종로의 위상은 그대로 지속됐다. 지금의 세종로는 그 형태는 다를지언정 과거 육조(六曹) 거리인 관아가(官衙街)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의 세종로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길은 아니더라도 백성이 다니는 데 그리 불편하거나 제한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폐쇄적이고 권위적이 되더니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도 세종로와 세종로변의 정부청사들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민선 지방자치 시대의 서울시도 ‘열린 서울’ ‘걷기 좋은 도시’라는 극히 당연한 정책목표를 표방했지만 세종로는 여전히 자동차 위주의 도로에 머물렀다.

    그러다 중앙청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이던 과거 조선총독부 건물이 단숨에 없어지게 됐다. 그 과정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어쨌든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북악과 광화문의 어우러짐은 도시 재생의 촉발제가 됐다.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는 경복궁 복원사업과 현재 진행 중인 광화문 제자리 찾기 사업의 추진을 가능케 했다.

    그간 진행돼온 문화재청의 광화문 복원사업과 현재의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개별 사업만으로만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이들 사업과 함께 그동안 논의돼온 세종로의 선형(線型) 조정과 세종로변 건물들의 향후 처리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계획과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이 사업을 서울과 국가의 상징을 재창조하기 위한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특히 한 시대에 계획된 모든 일을 다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임기 내 완성’과 같은 또 다른 가치가 개입돼 큰일을 그르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베를린의 정체성

    국가의 상징가로 조성과 관련된 좋은 사례는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독일 통일 후 ‘유럽의 수도’라는 기치를 들고 나선 베를린의 다차원적인 노력과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를린을 포함한 역사도시들이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도시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만들면서 생각한 원칙은, 도시에는 ‘변하지 않아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함께 사는 장소로서 도시의 중요성과 의미는 ‘변하지 않는 것’에 해당한다. 반면 사는 방법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설은 시대의 수요와 문명의 발달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한다. 다시 말해서 대화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 가치이지만, 대화의 방법과 수단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봉화(烽火), 파발(擺撥), 편지, 전화, 휴대전화, 인터넷 등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운터 덴 린덴 거리

    동독이 관할하던 동베를린은 과거 베를린이 자랑하던 바로크 고도(古都)의 면모가 대부분 사라지고 판상형 아파트와 넓은 차도가 가득한, 우리나라 도시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통일 후 수도를 베를린으로 옮긴 독일은 역사도시로서 베를린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과 새로운 도시기능 확충을 위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유럽의 수도로서 베를린을 재탄생시키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과거의 필지 모양을 건물에 반영토록 했다. 두 번째, 구시가지의 건물 높이를 33m로 제한했다. 이는 독일 통일 후 막대한 개발과 건축 수요가 있을지라도 역사도시의 문화적 정체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한 도시 환경의 수준이 도시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 단기적 수요에 대응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다차원적인 고려가 장기적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원칙 아래 동베를린 시대의 아파트와 생각 없이 과도하게 넓혀놓은 도로는 점차 옛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도시의 틀에 맞춰 조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랜 시간과 재원이 소요될지라도 베를린이 지향하는 도시의 모습으로 서서히 탈바꿈해갈 것이다.

    특히 베를린에는 ‘보리수나무 길’이라고 하는 국가 상징가로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이 있다. 세종로처럼 수도 기능과 역사문화 자원이 밀집된 지역으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활력 넘치는 길이다. 베를린은 이곳을 걷고 싶고 활력 있는 길로 만들기 위해 도시 관리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운터 덴 린덴의 가로변에 늘어선 건물들은 외양과 용도뿐 아니라 간판의 형태, 색채, 크기 등 세세한 사항까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서울의 품격

    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세종로 가운데 광화문광장이 조성된다.

    품격 높은 도시로 재탄생하고자 하는 베를린의 다양한 노력과 지속적인 관리는 새로운 부도심 개발에도 적용되고 있다. 변화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잘못 변해버린 구동독의 많은 건물과 장소를 다시 되돌려놓되, 원래 모습을 지켜야 할 것은 반드시 복원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역사적 건물과 장소의 의미를 발전적으로 활용해 창의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가령 비스마르크에 의해 지어지고 제2차 세계대전 때 대공습으로 파괴된 국회의사당을 수려한 건물로 재탄생시키고 늘 시민에게 개방하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보면, 서울을 수도로 정한 자연적, 지리적 여건과 도시를 만들어간 원칙의 중요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이 맨 먼저 할 일이다. 얼마만큼 제 모습을 되찾고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가 아닌 미래를 염두에 둔 통시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제에 의해 비뚤어진 세종로를 광화문과 경복궁의 방향과 맞추는 문제는 막대한 재원 소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바로잡는 것이 옳다면, 우리의 책무는 올바른 가치 설정과 방향 제시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여력이 없어 후대까지 미룰지라도 앞으로 제자리 찾기가 더 힘들지 않도록 더 이상의 훼손을 막을 도시관리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종묘 앞의 세운상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지금 큰 틀에서 본 원칙을 마련하지 않으면 또다시 정부종합청사 같은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세종로의 6개 차로를 줄여 30m 가까운 보행공간을 만드는 것은 이 시대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이지만,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 우리는 이 공간에서 북악산과 광화문 경복궁이 어우러진 서울의 본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맑은 하늘 아래 산과 궁(宮)이 어우러진 광경만으로도 서울의 품격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서울에 볼거리가 없다는 생각도 사라지리라고 본다.

    세종로변 건물들의 바람직한 형태도 명확히 그려서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라도 그 실현을 위해 일관성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짧게 잡아 정부종합청사부터 교보빌딩까지 보더라도 이 장소의 주연은 600년 동안 정해져 있었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자기과시적인 외양의 세종로변 건물들은 주연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조연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관아가의 장소적 기능과 의미를 고려하면 그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아쉽다. 그 일부는 계속 남는다고 하지만 앞으로 이 멋진 곳에 어울리는 도시 기능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장소가 담아야 할 기능은 여러 모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모두가 미래의 목적과 실현 의지를 공유하는 데 걸맞은 이름을 지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광장’이란 말은 적합하지도, 강렬하지도 않다.

    친근하고 활력 있는 한길

    현재 세종로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지나가거나 머무를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을 찾거나 모퉁이의 교보빌딩 서점에 들르거나 미국대사관에서 비자 받는 일을 제외하면 일반인은 세종로에 갈 이유가 거의 없다. 국가의 상징가로가 이 정도의 기능에 머무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세종로가 좋은 길이 되려면 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세종로로 향해야 한다. 사람이 모이고 다녀야 활력도 생긴다. 길의 분위기는 보도와 하늘과 건물이 결정하고, 길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건물의 용도, 특히 건물 1층의 용도가 좌우한다. 세종로에 있는 건물들의 태생이 세종로를 존중하며 지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세종로와 어울리지도 않는다. 또 아주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공간을 가진 건물도 없다.

    양쪽 10차선으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을 생각한다면 보행공간으로서 광화문광장은 마음 편한 곳이 아니다. 길 건너편의 따뜻한 공간적 배려가 없다면 물 한 잔 마시거나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기 힘들고 화장실 한 번 가기 어려운 씁쓸한 추억만 남길 수도 있다. 건물의 형태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려울지라도 길과 면한 1층의 용도와 모양을 가로와 친근하게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정부 건물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여러모로 세종로에 기여하지 못하는 정부종합청사 같은 정부 건물은 우선 주차장과 1층을 개방해 세종로의 가로환경과 소통하고 도시 보행환경 활성화에 기여하는 용도로 전환돼야 한다.

    또한 미국대사관 부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전을 대비해 시민에게 친근한 공간을 제공하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인근 KT 건물 1층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렇듯 첨단기업의 본사들이 1층을 고객과 시민에게 개방하고도 철통 같은 보안을 유지한다든지, 일본의 문부성 건물 1층에 상점이 들어선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보안과 통제를 이유로 내세워 도시와 격리시키는 시대 역행적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행정복합도시의 정부 건물 건축지침이 가로친화적인 연도형 건물로 건축하도록 돼 있는 것을 보면 정부의 생각도 많이 변한 것 같다. 광화문광장 조성과 연계해 정부청사 건물이 세종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변화한다면 그 상승효과가 높을 것이다. 변화가 이쯤 되면 미국대사관과 주변의 민간 건물에 뭔가 할 말이 있고 계획 참여를 권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광화문 앞에 만들어지는 마당의 형태가 교통처리를 위해 조정될 필요는 있는 듯하지만, 정부종합청사의 주차장을 활용하면 좀더 좋은 형태가 될 것이다. 관광과 교통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은데, 서울시도 문화관광부도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다. 좀더 살펴보니 광화문 앞에서 청사로 들어가는 이상한 형태의 U턴도 그렇고, 정부종합청사 때문에 건드리지 못하는 제약요소가 하나 둘이 아니다.

    또한 정부 청사들은 공통적으로 넓은 주차장이 세종로와 면해 있다. 정부종합청사 주차장과 외교통상부 앞 세종로 주차장을 합하면 청계천광장보다는 훨씬 크고 시청 앞 서울광장보다는 다소 작은 듯하다. 쓸모 있는 보행공간 확보가 아쉬운 세종로에 광화문광장 계획과 더불어 활용하면 소중한 도시공간이 될 수 있다. 광화문광장은 단순한 광장 만들기가 아니라 국가의 한길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시대를 연결하는 장소

    지금 서울에서 600년 고도의 면모는 경복궁과 광화문, 덕수궁과 창덕궁 등 궁궐과 종묘, 그리고 숭례문, 동대문의 점적(點的) 장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장소들이 도심에 집중돼 있는데도 그간 이들을 연결하는 데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도심의 길이 이러한 점적 장소들을 연결하는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게 해 ‘흐름의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세종로를 국가상징거리로 만들기 위한 제언
    김도년

    1963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졸업,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 석사, 서울대 박사(건축학)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설계 연구센터장,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마스터플랜 및 서울시 도심재창조 기본계획 총괄계획

    現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북악산과 경복궁과 광화문-세종로-숭례문과 함께 원구단과 덕수궁, 그리고 성균관과 창덕궁과 종묘와 남산이 연결된 역사도시의 네트워크와 현대도시가 어우러지게 가꾼다면 그동안 우리가 훼손한 서울을 다시금 재탄생시키는 방향이 될 것이다. 그 첫 번째가 경복궁 복원과 함께 광화문의 제자리 찾기와 광화문광장 조성이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그 과정도 훌륭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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