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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 엘리트 3인 인사의 속뜻

‘혁명 3세대’ 전면등장 임박, 그러나 ‘본격 교체’ 분석은 섣불러

  •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kdlee011@nate.com

북한 권력 엘리트 3인 인사의 속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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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주 경질, 장성택의 반격?

북한 권력 엘리트 3인 인사의 속뜻

5월1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왼쪽)이 최근 임명한 김격식 군총참모장과 함께 조선인민군 제1637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이러한 인사를 관통하는 흐름은 무엇이고 관전 포인트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이번 인사가 세대교체의 일환인지 여부다. 인구학적으로 볼 때 세대교체는 정책과 더불어 권력구조의 변화를 수반하는 주요한 동인(動因)이 되므로 폐쇄체제를 분석하는 이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세대를 가르는 연령차이는 대략 25년을 기준으로 하지만, 물리적인 나이보다 역사·상황적 맥락이 세대를 구분하는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되리라는 사실은 부연할 필요가 없다. 각 시대에 얽혀 있는 상황과 그에 따른 의식의 차이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에서의 ‘장정(長征)세대’, 우리의 ‘386세대’가 그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 세대는 아주 짧을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 일련의 요직 인사를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분석하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역사·상황적 측면을 중시하는 북한식 세대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혁명 1세대는 사회주의 혁명과 국가 건설이라는 상황을 반영하는 ‘빨치산 세대’로 분류된다. 2세대는 ‘전쟁과 전후복구 세대’, 3세대와 4세대는 이후 태어나서 자란 세대다.

이번 인사를 이런 기준에서 살펴보자. 우선 전임자와의 연령 차이를 보면, 김양건 부장(1942년생)은 전임자인 임동옥 부장(1936년생)과 여섯 살 차이다. 김격식 총참모장(1944년생)은 전임자인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1935년생)과 아홉 살 차이이고, 김영일 총리(1944년생)는 박봉주 전임 총리(1939년생)와 다섯 살 차이다. 이처럼 적게는 다섯 살에서 많게는 아홉 살에 이르는 나이차는 연령에 따른 세대교체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다음으로 역사·상황적 측면으로 본 북한식 기준으로 평가해도 결론은 대동소이하다. 혁명 1세대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대략 1920년대에 태어나 항일 빨치산 활동을 경험해야 한다. 반면 이번 인사의 교체 대상자와 신규 임명자들은 모두 혁명 2세대, 즉 전쟁 및 전후 복구세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이번 인사를 세대교체로 규정하는 일각의 분석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세대교체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둘째 관전 포인트인 ‘전임자들이 물러나게 된 배경’을 살펴보기로 하자. 전임자의 사임 배경은 후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됐는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은 기본사항이라는 사실을 전제한 것이다.

만일 전임자 교체가 경질에 해당할 경우 후임자의 선정은 능력에 대한 평가가 일차적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전임자를 승진시켰을 경우 후임자 선정은 전임자의 업무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공석을 메우는 인사는 관련 부문의 사업을 재개하거나 역점을 두려는 시도로 풀이할 수 있으므로 이에 걸맞은 후임자를 정하고자 할 것이다.

우선 박봉주 전임 총리의 경우는 경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총리는 1999년부터 경제회복과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고, 그 일환으로 2002년 이른바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그 성과는 미미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 박봉주 전 총리는 성과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박봉주 총리의 퇴역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박 전 총리는 2001년 경제시찰단원으로 함께 서울을 방문한 장성택 당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좋지 않은 일거수일투족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했고, 이때의 보고는 장성택이 2005년 이른바 ‘혁명화’ 과정을 거치며 권력 변방을 떠돌게 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봉주의 실각은 최근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재기한 장성택의 보복성 반격의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교 담당자가 대남관계 맡으면…

김영춘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맡게 된 것을 영전(榮轉)으로 볼 수 있을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방위원회가 ‘선군시대’의 실세 통치기구로 자리잡고 있음을 감안하면 영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조명록 차수가 총정치국장과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을 겸임해왔듯 필요하다면 김영춘 역시 총참모장직을 유지하면서 국방위 부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현재 투병 중인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역할을 점진적으로 대체하기 위한 사전포석의 일환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 원로에 대한 예우차원의 조치라는 해석이다. 두 가지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필자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김영춘 역시 적지 않은 고령인데다 중병설이 있고, 무엇보다 북한을 통치하는 것은 국방위원회라는 시스템이 아니라 국방위원장 한 사람이므로 조명록의 역할이나 임무를 김영춘이 승계해야 할 특별한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영춘의 경우는 경질이나 승진이 아닌 군 선후배 간의 정상적인 자리교체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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