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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287일 대권 도전’ 비화

폭탄주 들이켠 정운찬 “나, 대통령 한번 해보고 싶어!”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정운찬 ‘287일 대권 도전’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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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287일 대권 도전’ 비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4월 4일 광주 전남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총장까지 지냈지만 수업을 충실히 준비하는 자세는 훌륭하다. 그러나 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 정 총장이 이번 대선에 출마하려면 교수직은 내놓아야 한다.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낙선하면 어떤가. 국민의 지지를 받은 자산은 남는다. 출마선언하면 국회의원 몇십명은 정 총장에게 올 것이다. 이들과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해 국고지원으로 선거 치르면 된다. 대선 몇 달 뒤 치러지는 2008년 4월 총선 때 정 총장은 자신의 정당 후보들을 위해 다시 전국을 누비게 될 것이다. 그렇게 정치권에 뿌리를 내리면 된다. 그러면 5년 뒤인 2012년 대선에서는 꿈을 이룰 수도 있다.

만일 정 총장이 출마선언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그렇게 군불을 지피다가 이제와 포기하면 주변의 시선이나 대우가 예전 같지는 않을 거다. 정 총장의 교수 정년은 이제 5년 남았다. 남은 5년을 노교수로 그렇게 보내는 것과, 아니면 남자답게 큰 꿈에 한번 도전해 정치지도자로 우뚝 서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

‘교수 그만두면 수입은…’

정운찬은 이날 폭탄주 등을 많이 마셨다. 그는 지인들의 논리에 설득이 되는 듯했다. “나, 대통령 한번 해보고 싶다”면서 대통령직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그러나 현실적 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출마하기로 하면 사무실도 내야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시드 머니’도 일정 정도 필요하다.

정운찬은 총장 재임 4년 동안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1500억원을 모금했다. 그는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특유의 CEO적 면모, 인간적 친화력을 보여줬다. 서울대 교직원들은 정운찬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 그는 “기금 모금 때문에 기업인들과 특급 호텔을 자주 찾다보니 어느덧 이런 상류문화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지인은 “이제는 신림동 시장에서 대학생들과도 어울리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정운찬은 본인의 재산을 불리는 재테크에는 밝지 않았다. 그는 출퇴근 거리가 멀어 수서에서 방배동으로 이사 오면서 대출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중형 승용차는 부인이 주로 타고, 본인은 택시나 지하철을 이용한다. 한 지인은 “정 총장의 경우 방배동 집말고는 이렇다 할 재산이 없다. 한번은 그의 통장 잔액을 확인해봤는데 1억원 남짓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교수직을 그만두면 생활비는 어떻게…’ ‘승용차도 새로 사고 수행비서도 둬야 할 텐데…’라는 현실적 고민이 그의 주변엔 없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운찬이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을 만나 “돈이 없다”고 하소연했고 정 고문이 “돈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일제히 보도됐다. 정 고문이 대화 내용을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공개했고, 한 의원이 이를 한 언론에 얘기한 것이 계기였다. 정운찬과 정 고문 측은 “그런 말 오간 적 없다”고 했지만 정운찬은 곤욕을 치렀다. 한나라당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된 바 있는 정대철 고문과 돈 문제를 상의하다니…정 전 총장은 짝퉁 정치인”이라고 공격했다. 돈 문제는 그의 발목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정운찬의 ‘비전’은 요약하면 ‘일류국가론’이다. 이를 위해 민주화, 산업화 이념 대신 ‘경제와 교육의 글로벌화’를 내세웠다. 경제 생산성과 교육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내용이다. 경제와 교육은 어필하는 이슈다. 자신의 이력을 바탕으로 나온 비전이므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는 “교수들이 현실을 모른다지만 이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문제를 더 멀리 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발로였다.

“30군데 강연하면 되겠지”

정운찬은 강연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는 “30군데 정도 강연하면 어렵지 않게 지지율이 5%대에 이를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부지런히 전국을 돌며 강연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07년 4월2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정운찬은 0.5%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손학규(6.0%), 정동영(3.0%) 보다 처지는 결과였다. 정운찬은 대선 출마 선언을 위한 ‘목표 지지율’을 3%로 낮췄지만 이마저 쉽지 않았다. 4월30일 동아일보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2.2%였다. 그는 실망감을 비쳤다. 그러나 지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여권 주자들은 인지율은 높지만 지지율은 낮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인지율이 낮다. 지지율이 오를 여지가 많다. 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따르면 호남에선 ‘새 인물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56.5%나 됐다. 그가 출마 선언을 하고 여권 세력이 결집되면 달라진다.”

한 언론인은 “정 전 총장은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연을 하기 때문에 할 말이 제한된다. 그 말이 그 말이므로 적극적으로 기사화하기 어렵다. 처음 몇 번 정 전 총장의 지방 강연에 따라다니다 관두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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