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호

크라켄과 대왕오징어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7-07-04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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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켄과 대왕오징어

    2005년 12월 북태평양 심해에 사는 대왕오징어가 연구진의 카메라에 잡혔다.

    최근 개봉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3편에는 바다괴물 ‘크라켄(Kraken)’이 등장한다. 크라켄은 북유럽의 전설에 등장하는 거대한 바다괴물이다. 몸 둘레가 약 2.4km로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지고 배를 덮치거나 사람을 삼키며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한다. 영화에서는 마치 문어처럼 보이지만 전설에 따르면 크라켄은 거대한 바다 오징어, 즉 ‘대왕오징어(Giant Squid)’다. 머리가 여러 개이고 네모꼴의 머리마다 크고 긴 촉수가 달렸다.

    1870년에 출간된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에도 대왕오징어가 나온다. 고래보다 훨씬 크고 빠르며 번쩍번쩍 빛을 내는 대왕오징어는 네모선장의 잠수함을 공격한다. 2005년 소설가 박민규의 단편 ‘대왕오징어의 기습’에도 주인공이 어린 시절 ‘소년중앙’이라는 잡지에서 읽은 산더미만한 대왕오징어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크라켄 같은 대왕오징어는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

    크라켄같이 어마어마한 크기는 아니지만 심해(深海)에는 길이 10m가량의 ‘대왕오징어’라는 큰 오징어가 산다. 지금까지 보고된 가장 큰 대왕오징어는 길이 18m, 무게 1t이 넘는 것으로, 1800년대 말 뉴질랜드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현대에 들어서는 2001년 미국 과학자들이 몸길이 7m에 달하는 거대한 오징어를 목격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엔 일본 과학자들이 수심 900m에서 길이 8m의 살아 있는 대왕오징어 사진을 찍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1월 부산 해운대에서 길이 1m의 날개오징어가 발견됐다. 어린아이 키만한 이 오징어는 현재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표본으로 전시돼 있다.

    그런데 빛이 거의 없는 심해에 사는 대왕오징어는 어떻게 먹이를 잡아먹을까. 지난 2월 일본 연구팀은 그 비밀을 알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왕오징어는 사냥 대상에 빛을 발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대한 몸집에 걸맞지 않은 재빠른 동작으로 다리의 촉수에서 강력한 빛을 발사해 먹잇감을 꼼짝 못하게 한다는 것. 특히 대왕오징어의 빛은 깜깜한 심해를 밝히는 조명 장치 기능까지 갖고 있어 사냥감과의 거리를 계산하는 데도 유용하다. 이번에 연구팀이 발견한 대왕오징어는 열대지방의 대양에 서식하는 종(種)으로 알려졌으며, 가장 큰 것은 길이 2.4m에 몸무게가 64kg까지 나간다고 한다.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깊다. 인간이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과학자들 중에는 대왕오징어보다 몸집이 훨씬 큰 ‘초대왕오징어(Colossal Squid)’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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