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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입 脫중동 시대, 불붙은 아프리카 쟁탈전

美 군사력 압도하는 中 외교력, ‘검은 황금’ 캐려거든 중국을 배워라

  •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치학박사 kimsphoto@hanmail.net

석유수입 脫중동 시대, 불붙은 아프리카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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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와 ‘블랙홀’

40~50년 뒤면 바닥이 날 ‘21세기 검은 황금’ 석유.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세계 각국은 전방위 로비전을 펼치는 중이다. 그 형태는 경제지원(차관 제공, 인프라 건설), 정치적 유착(순방외교, 독재와 인종청소 비난 자제), 뇌물 등 다양한 형태다. 지난날 유럽 나라들이 식민지를 놓고 다투던 시절에 견주어보면, 아프리카 석유 통제권을 둘러싼 21세기의 경쟁은 새로운 아프리카 쟁탈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경제전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인다.

전세계 석유 소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이 ‘석유에 중독됐다’는 비판을 받는 국가라면, 중국은 ‘세계 석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중국의 석유 소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3위는 일본).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로 꼽힌다. 2006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두 자리수인 10.7%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다. 그런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세는 단연 세계 1위다. 미국 에너지부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석유 소비 증가량의 40%를 중국이 차지했을 정도. 중국의 석유 수요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프리카 석유자원 확보전의 선두주자는 중국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더 많은 석유자원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왔다. 중국은 지금 앙골라, 수단, 콩고 등 아프리카 각국에서 자국 석유 소비량의 4분의 1 이상을 들여온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오로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서다.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교역량은 2000년 106억달러에서 2006년 550억달러로 6년 사이에 5배나 늘어났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2010년까지 1000억달러로 교역량을 늘릴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초 중국 국영 석유회사 CNOOC는 나이지리아 연해 유전지대의 이권 45%를 22억7000만달러에 사들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금 중국은 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인 수단, 나이지리아, 앙골라, 콩고, 알제리, 차드, 가봉, 적도 기니에서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아프리카 석유와 시장개척을 향한 중국의 열망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잇단 순방외교에서 잘 나타난다. 후 주석은 2007년 2월 8개국 순방을 비롯, 2003년 주석 자리에 오른 뒤 모두 3번에 걸쳐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아프리카에 다녀갈 때마다 후 주석은 무이자 차관 제공, 부채 탕감, 투자 증진 등의 선물을 내밀어 아프리카 국가들의 환심을 샀다. 2006년 11월엔 아프리카 48개국이 참석한 중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중국 베이징에서 열기도 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아프리카로부터 안정적이고 값싼 석유자원을 들여오겠다는 전략 아래 아프리카 공략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그 선언적 지침은 부시 행정부가 2002년에 작성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문서는 전세계 테러에 맞서 싸우고 미국의 에너지(석유) 안보를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서에 나오는, 아프리카에서의 ‘중국 위협론’을 들여다보자.

“중국은 아프리카의 전략적 맥락을 변화시켰다. 오늘날 아프리카 전역에서 중국은 (석유를 비롯한) 자연자원 자산에 대한 통제권(유전 탐사권과 개발권)을 확보하고 있고, 주요 건설공사 입찰에서 서구의 기업들을 따돌리고 있으며, 재정이 약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장기저리의 차관을 건네고 있다.”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곳곳에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에 석유를 수출하는 주요 나라는 나이지리아와 앙골라다. 미국의 석유 해외 수입량 가운데 10%를 나이지리아가, 4%를 앙골라가 차지한다. 특히 앙골라는 2010년에 이르면 지금보다 그 비중이 곱절로 커져 8%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은 23억달러를 들여 나이지리아 근해 아크포 일대의 석유 가스 이권의 45%를 사들였다. 중국이 앙골라, 나이지리아, 수단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들여오는 원유 비율은 30%에 달한다.

앞서가는 중국

수단 석유에 관한 한 중국이 선수를 쳤다. 수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가 중국이다. 그 규모는 40억달러에 이른다. 그 반대급부로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유정, 정유소, 송유관 등 수단의 석유 지분 상당량을 확보했다. 중국은 수단 석유를 더욱 많이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수단의 서부 다르푸르 지역은 지난 2003년 이래 인종청소로 20만명이 죽는 유혈사태가 벌어진 곳. 중국이 이 지역에 대한 유엔의 평화유지군 파병 결의안(2006년 8월)과 수단 정부를 겨냥한 제재안에 대해 매번 기권표(사실상의 거부권)를 던진 것도 그런 속사정에서다.

올해 1월 석유수출국기구의 12번째 새 회원국으로 등록한 앙골라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의 석유생산국이다. 오랫동안 내전에 시달려오다 21세기 들어와서야 겨우 평화를 찾은 앙골라의 석유 생산 잠재력은 실로 엄청나다. 앙골라 석유를 수입해가는 국가는 중국, 미국, 유럽과 남미의 국가들이다. 여기서도 미국과 중국의 암투는 치열하다. 선두주자는 중국. 2004년 중국은 앙골라에 20억달러의 저리 차관을 건넸다.

앙골라는 이 차관을 얻은 덕에 “경제구조를 신자유주의 노선에 맞게 재편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력을 물리칠 수 있었다. 20억달러 차관을 건네준 대가로 중국은 앙골라 근해의 해저유전 개발권을 얻어냈다. 앙골라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많은 석유를 중국에 대주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중국 국영에너지회사인 시노펙(Sinopec)은 2006년 앙골라 연안 두 곳의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22억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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