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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오른 ‘중국 위협론’의 실체

깨어나는 거룡 (巨龍)? 미국의 ‘중국 때리기’?

  • 금희연 서울시립대 교수·중국정치 hykeum@uos.ac.kr

다시 떠오른 ‘중국 위협론’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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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장들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화 및 정치 및 외교대국으로 등장하게 됨으로써 미국과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변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강조했다. 1999년에는 중국의 미국 내 정치자금 제공사건이, 2002년에는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문제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대중국 봉쇄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사건이 다시 위협론을 들썩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들 위협론은, 대개 몇 가지 역사적 경험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위협의 내용이나 개념도 달라진다. 첫째는 중화사상에 기초한 중국의 민족주의와 민족중심적 행태가 패권적 대외정책을 야기한다는 이른바 민족주의적 위협론이다. ‘대한민족주의(大漢民族主義)’를 추구하는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통해 국제정치의 중심국가로 부상해 21세기를 ‘치욕의 역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세기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중국의 의도와 기도는 군사적 팽창주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 역시, 유교문화에 기초한 중국의 민족주의와 가치체계는 기독교나 이슬람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서방세계 가치체계와 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둘째는 군사적 위협론이다. 중국이야말로 전형적인 패권 추구 국가이며, 기존 패권국가의 현상유지에 도전하는 위험한 국가라는 것이다.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정확한 내역이 불투명한 중국 국방비의 규모와 지출이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방아쇠 노릇을 한다. 지난해 12월29일 발간된 ‘중국국방백서(2006年中國的國防)’는 2006년 국방비가 2838억위안으로 전년대비 14.87%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장언주(姜恩柱) 전국인민대표회의 대변인이 밝힌 2007년 국방비 예산은 3509억위안으로 지난해에 비해 17.8% 증액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국방비 발표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5월 ‘중국 군사력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의 국방비가 공식 발표보다 2~3배 많은 700억~100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셋째는 중국경제 위협론이다. 여기에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부상과 저력에 관한 위기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1978년 이래 중국은 연평균 9%에 달하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현재는 외환보유고 1위를 독주하고 있으며 구매력 수준으로 계산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의 12조달러에 근접하는 10조달러로 세계 3위에 해당한다. 중국이 경제대국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 발전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시각은 단순히 중국의 저력을 경계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고성장이 초래할 전지구적 재앙이나 부작용과도 연관이 있다. 14억에 가까운 인구, 고성장 유지에 필요한 식량과 에너지 확보, 개발과 성장 우선전략으로 인한 환경 및 생태 파괴 등은 서구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위협론을 야기한다. 이른바 인구 위협론, 에너지 위협론, 식량 위협론, 환경 위협론, 자원 위협론이 그것이다. 향후 중국이 만들어내고, 중국이 직면할 이러한 문제들이 세계의 수요와 공급체계를 교란시켜 궁극적으로 새로운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마지막으로 서구 국제정치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세력전이(勢力轉移) 이론에 입각한 위험론이 있다. 중국의 외교정책과 전략이라는 정치적 잠재력이 향후 중국을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시킬 것이라는 게 그 골자다.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의 오갠스키 교수는 힘에 기초한 위계적인 국제질서와 국가간 세력의 불균형이 오히려 국제평화와 안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강대국이 이미 지배국이 돼 있는 상황에 불만을 느끼는 국가들은 점차 자국의 힘을 축적해 서서히 강대국 반열에 진입하려고 애쓰는데, 이 과정에서 국가간 갈등의 빈도와 강도가 커진다는 것이다. 오갠스키의 세력전이 이론을 현재의 미중 간 갈등에 적용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즉 중국은 자국의 증가된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국제적 발언권과 역할을 요구하지만, 미국을 위시한 기존 강대국은 중국과의 이익 균점에 인색하거나 반대한다는 것. 결국 중국은 부득불 자국의 힘을 키울 필요성을 느끼게 되므로 미국에 대항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국은 분명 힘의 증대와 확대에 있어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WTO 가입이나 베이징올림픽 유치처럼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과 협조를 받아야 했던 중국은 이미 독자적인 영향권과 세력권을 형성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이는 각 분야에서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세력전이 이론에 따르면 중국의 급성장과 외교력 강화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성숙단계에 있는 지배국인 미국과 성장단계에 있는 불만족 국가인 중국 사이에 국력이 비슷해지는 시점에서 갈등이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무력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력전이 이론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모두 자원과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지배국 영국과 급속히 성장하는 불만족 국가 독일의 갈등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독일이 내부 문제 해결을 빌미로 영국의 세력권에 도전함으로써 전쟁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 사이에도 전쟁의 위협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현실적 힘의 증가에 민족주의적 의도가 합쳐져 중국은 평화와 협력보다는 현상파괴와 갈등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게 위협론자들의 주장이다.

‘위협론’의 허와 실

여기까지만 듣고 보면 중국과 미국은 조만간 세계대전의 숙명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론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기우론’은 말 그대로 중국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위협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우선 중국의 위협이 ‘가상적인 것’이라는 점을 잊고 있으며, 중국의 미래를 과거에만 투영해 예측하거나 현재의 현상을 지나치게 과장함으로써 중국의 실상과 의도를 왜곡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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