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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의 ‘창의 서울’ 실험 1년

1만6000개 ‘행복 과제’에 도전하는 스타 공무원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서울시청의 ‘창의 서울’ 실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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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웃음바다

서울시청의 ‘창의 서울’ 실험 1년

서울대공원 돌고래 조련사가 돌고래를 타고 물살을 가르고 있다. 이 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며 많은 격려를 받았다.

발표 자료를 보니 ‘횡단전개 가능성’이란 낯선 용어가 눈에 띈다. 횡단전개는 이 아이디어를 다른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는지, 서울말고 전국으로 확대할 수도 있는지 가능성을 탐색하자는 뜻이란다. 이렇듯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는다.

발표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이어서 심사 결과 발표 시간이다. 심사위원들의 손이 기기를 향하고 있다. 일제히 누른다. 모두 침을 꿀꺽 삼킨 듯 조용하고 엄숙하다. 그러나 얼굴은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표정이다.

25명 심사위원의 무기명 투표, 그것은 대중의 지혜를 확인하는 걸 뜻한다. 전문가부터 비전문가까지 평가하다 보면 그게 서울시민이 평균적으로 반응하는 정도가 된다. 이윽고 결과가 나오고, 모두 함성을 지른다. 와, 박수!

2번 선수는 도시계획국 이항구 시설계획과장. 학교 신축과 증축의 행정과정을 과감하게 통폐합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이 과장은 발표가 끝난 뒤 학부모 심사위원으로부터 집중적인 질문세례를 받았다. 그만큼 가려운 데를 긁어줬다는 이야기다. 그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3번 선수는 내부 직원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겠다며 상수도사업본부 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욱 교육홍보과장. 내부 고객의 행복도가 높아지면 이런 좋은 기운이 외부 고객에게 끼쳐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심사위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날 발표회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 선수는 건설안전본부 백무경 총무부장이다. 도로관리사업소에서 보관하고 있는 건설장비와 건설자재 등을 불우이웃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발표 솜씨가 뛰어나 장내를 온통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말 한마디라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게 공무원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발표대회가 형식적인 이벤트로 끝나지 않은 이유도 이런 열정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 많아서다. 내용도 창의적으로, 발표도 창의적으로 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렇듯 할 말이 많았을 텐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행정국의 박영래씨는 ‘교통요금, 이젠 소득공제 받자’는 내용을 발표했다. 제목만 보고도 대충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지만, 직접 발표 내용을 들어보니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는 교통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달라는 민원을 자주 듣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청 업무가 아니라 국세청 업무. 따라서 해결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런 민원은 사실 그의 민원이기도 했다. 그도 교통카드를 쓰는 소비자였으니.

‘오늘의 히어로’

창의서울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그는 해결 방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문제점 파악. 국세청이 교통카드 사용요금을 현금영수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음을 알았다. 1회 교통요금이 5000원 미만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또 교통카드는 상품권에 해당돼 현금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교통카드를 발급, 충전하는 지하철역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려면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1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지하철이 적자운영으로 시달린다는 데 그런 비용까지 들일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박씨는 고민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국세청에 대법원 판례 및 법률자문 자료를 제출해 소득공제 근거를 마련했다. 또 한국스마트카드 홈페이지에 주민번호를 입력해 인증을 거친 뒤, 교통카드 고유번호를 등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교통카드 소비자는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교통카드번호를 한 번만 입력하면 됐다.

이렇게 되면 지하철 매표창구에서 별도의 현금영수증을 발급할 필요가 없다. 한국스마트카드에 개인별 사용내역이 저장되고, 이 업체가 국세청에 사용내역을 제출하면 소비자는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민이 약 300억원의 연말 세금 환급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이날의 ‘히어로’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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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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