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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왜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두려워하나

유훈통치 망령 사로잡힌 김정일은 남북철도 못 잇는다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北은 왜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두려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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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왜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두려워하나

TKR에 대한 남북 노선도 차이

일제는 동해안을 따라 부산에서 원산(안변)을 잇는 동해선을 계획했다. 그에 따라 1935년 부산에서 포항을 연결하는 ‘동해남부선’을 완성하고, 1937년에는 함경남도 원산(안변)에서 강원도 양양을 연결한 ‘동해북부선’을 완공했다. 이로써 ‘동해중부선’이라고 할 포항과 양양 사이가 남게 됐는데,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에 매몰된 일제는 동해중부선을 잇지 못하고 패망했다.

6·25전쟁 휴전협상 결과 한국은 동해북부선의 끝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북한과 연결돼 있는 동해북부선은 한국엔 무용지물이었다. 휴전선에 꼬리표처럼 달린 이 철도를 활용하려면 한국은 포항과 양양 사이를 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이렇다 할 산업이나 대도시가 없어 철도 연결은 전혀 경제성이 없었다.

한국은 반대의 선택을 했다. 유사시 남침한 북한군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비무장지대에서 양양까지의 동해북부선 철로를 걷어버린 것이다. 대신 영주에서 묵호(지금의 동해시)까지 들어와 있던 영동선을 강릉까지 연장했다. 그리고 산업물자 수송을 위해 묵호에서 그 남쪽에 있는 삼척까지 철도를 닦았다. 삼척에서 묵호를 거쳐 강릉까지 새로 철길을 닦은 것인데, 한국은 이 철도를 동해북부선으로 불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 노선은 과거에 놓기로 한 동해중부선의 일부로 봐야 한다.

따라서 부산에서 제진까지의 동해선을 완성하려면 한국은 포항과 삼척 사이, 강릉과 제진 사이에 철도를 새로 놓아야 한다. 그런데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는 중앙선을 따라 북상하다 영주에서 영동선으로 들어와 강릉까지 갈 수 있으므로 강릉과 제진만 이으면 아쉬운 대로 남북을 잇는 철도망을 구축할 수 있다.

1997년 정부는 강릉과 제진 간 철도를 놓는 경제적 비용을 조사했는데, 그때 산출된 금액이 1조8000여억원이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할 경우 지금은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로 환산하면 20억달러가 소요되는 것이다.



현재 건설교통부는 포항에서 삼척을 잇는 179㎞ 구간에 철도를 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2조원 안팎의 돈이 들어간다. 따라서 부산에서 제진을 잇는 동해선을 완성하는 데는 10년 세월에 4조원(40억달러)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소 비용 최대 효과’에 철저한 북한

자연과학에는 ‘법칙(law)’이 많지만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법칙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 하나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는 것’이 경제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자면 한국은 동해선을 이을 이유가 없다. 경부선과 경의선을 이용해 나진을 거쳐 TSR에 연결하는 것이 한국 처지에서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올리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TKR과 TSR을 이으면 한국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북한 정세가 불투명한 지금 TSR이 황금알을 낳을 거위가 된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하겠는가. 그렇다면 경부선과 경의선을 이용해 화물을 실어 나르다 이 노선으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물동량이 늘어났을 때 동해선을 잇는 게 한국으로서는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 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린다’는 경제의 원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북한도 TKR과 TSR을 이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것이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TSR과 연결되는 TKR을 만들려면 북한 철도를 대폭 개량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이 비용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데, 만일 누군가가 이를 대신해주겠다고 한다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린다’는 면에서 이 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군사분계선으로 끊어진 철도는 경의선과 경원선, 동해선 세 개다. 그런데 동해선은 완성되지 못한 것이라 당장은 TKR 노선이 될 수 없고, 경의선과 경원선만 TKR로 사용할 수 있다. 두 노선은 동해선에 비해 군사적인 밀집도가 높은 지역을 지난다는 특성이 있다. 경의선과 경원선 가운데 남북 양쪽에서 모두 현대화한 것은 경의선이다. 경의선 복원은 서울과 평양을 잇는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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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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