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겹살 1인분 4000원, 서울 대비 물가 60%, 집값 30~40% ● “나라 빼앗겼을 때보다 살기 더 어렵다” ● 다른 도시가 함께 겪는 어려움 과대포장? ● 대구를 ‘꼴찌 도시’로 만든 GRDP 통계는 허구 ● 이의근 전 경북지사 “경북에서 번 돈, 대구로 다 흘러간다” ● 정치 정서는 親한나라당 아닌 反노무현 ● “근혜가 예쁘고 청렴한데, 경제 생각하면 명박이고…” ● 살아나는 재래시장…“장사 안 된다는 말은 전라도식 엄살” ● 수천억 투자한 섬유는 ↓, ‘왕따’ 자동차 부품은 ↑ ● “이젠 정치권력 필요 없다” 자각 속에 자체 경쟁력 육성 ● 서울 외 지역 수능 성적 최상위, 서울대 입시 1위 ● 대구 파견근무 외지인 62% “대구에 살고 싶다” ● 정신적 터닝포인트 마련한 세계육상대회 |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진 대구의 인상은 해마다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찜통더위, 광역시도 중 가장 가난한 도시, 보수성과 폐쇄성, 유신정권과 5·6공의 정치적 토대, 대형 사고의 도시, 맵고 짜기만 한 음식, 유교 양반의 도시, 소비의 도시 등이다. 20여 년 전까지는 사과의 도시, 10년 전까지만 해도 섬유의 도시라는 닉네임이 붙었지만 이미 대구에는 사과 농가가 없고, 어렵사리 명맥을 유지해오던 대형 섬유업체들은 IMF 관리체제 이후 몰락했다.
최근의 대구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가 대구 달성군에 있고, 같은 당 경쟁자인 이명박 전 시장은 한반도 대운하 최대의 수혜지가 대구라고 밝혔다. 정치적 기반이 비슷한 ‘빅 2’에게 대구 민심(民心)의 향배는 이번 경선에서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전체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대구에서 질 경우 지역구에서 패배했다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숲의 도시
동대구역을 빠져나온 기자는 먼저 대구의 공기를 몸으로 느껴봤다. 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 낮은 습도의 신선함, 서울의 그것보다 훨씬 더 싱그럽다. 그날 그 시간대 기상청이 발표한 대구의 온도와 습도는 서울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과연 무엇이 그런 느낌을 자아내는 것일까. 아마도 동대구역 양편으로 펼쳐진 이국적 풍경의 공감각적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대구 최고의 ‘미인 도로’로 꼽히는 동대구로에는 수령(樹齡) 5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히말라야시다 숲이 왕복 12차선(폭 70m) 중간 중간에 조성돼 도로에 햇볕이 잘 들지 않을 정도다.
10여 년 전 대구시는 동대구로의 히말라야시다 숲 철거를 두고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시민들은 결국 교통의 편의보다 숲의 아름다움을 선택했다. 그만큼 대구 사람들은 나무를 아낀다. 대구에 몇 달간이라도 거주해본 사람이라면 대구 도심에 정말 나무가 많음을 실감했을 것이다. 대구시는 문희갑 시장이 재직하던 1996년부터 도심 나무 심기운동을 벌여 지난해 상반기까지 11년 동안 1042만 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었다. 그중 시민이 직접 심은 나무만도 471만 그루에 달한다.
범시민적 나무 심기 운동은 대구를 상징하는 혹서(酷暑)도 누그러뜨렸다고 한다. 35℃가 넘는 날이 1994년엔 43일에 달했지만 2000년엔 1일, 2001년과 2002년엔 5일, 2004년엔 8일, 2005년엔 6일로 급격하게 줄었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해에는 12일이 넘었으나 전국 평균치(13일)보다는 적었다. 이렇게 보면 대구는 더 이상 폭서의 도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