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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심층 리포트

‘절망의 도시’ 자학 떨쳐낸 大邱

“빈 가슴 채웠으니 이제 주머니 채울 일만 남은 기라”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절망의 도시’ 자학 떨쳐낸 大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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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음식이 바뀐다

‘절망의 도시’ 자학 떨쳐낸 大邱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

점심을 먹고 인근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수성못은 원래 일제 강점기 인근 수성들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로, 수성들은 지금 대구 제일의 먹자골목과 모텔촌으로 탈바꿈했다. 일명 ‘토초세 건물’들이다. 땅 주인들이 토지초과이득세를 피하기 위해 가건물을 지어 식당에 세를 주면서 형성된 곳이지만, 토초세가 위헌 판결이 난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대구시가 공인하는 먹을거리 명소로 입지를 굳혔다. 카페촌이 줄지은 들안길은 수성들과 수성못을 경계짓는 옛길로 아직도 옛 명칭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먹자골목의 한 낙지전문점 주인은 “장사꾼이 언제 장사 잘된다고 하는 것 봤소? 여기도 맛 좋고 알려진 집은 잘되고 맛 없으면 망하는 거지”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대구에 일주일 머무르는 동안 이곳저곳에서 식사를 했는데, ‘짜고 맵기만한 대구 음식’이라는 말은 옛말이 돼 있었다. 지금 전주에 와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음식의 종류도 많고, 맛깔스럽고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막창집을 운영하는 P식당 이모씨는 “이제 대구 사람 혀도 ‘보리문둥이’ 소리 들을 때보다 엄청나게 까탈스럽다”고 했다.

먹자골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대구경북연구원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 김기춘(64·전직 교사)씨에게 앞서의 세 가지 질문을 던졌더니 흥분된 어조로 말을 쏟아냈다.

“이곳 수성들이 일제 때 대구 시인 이상화가 읊은 바로 그 ‘빼앗긴 들’ 아닙니까. 참말로 요즘 같아선 나라 빼앗긴 것보다 더 살기가 어렵네. 박정희 때는 진짜 먹고살 만했심더. 자신감도 있었고. 전두환 노태우는 물가라도 잡았지예. 그때까진 대구가 서울 부산 빼고는 최고였다 아입니까. YS가 섬유공장 다 망하게 하더니 삼성자동차 부산으로 빼앗아가고 쌍용 구지공단 엿 먹이더니, DJ는 달성 위천 국가공단 지정 말아먹고 저거 고향에 국도만 뻥뻥 뚫어줬잖는교. 삼성상용차는 부로(일부러) 그랬는지 저절로 그랬는지 부도내고 망해뿌리고….



노무현은 고마 말도 마입시다. 비싼 점심 먹은 거 소화 안 되니깐. 자기 친한 사람들은 잘못해도 다 풀어주고, 만날 저지레 하고 싸움질만 하니 참…. 그래도 박근혜,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쪼매 안 좋아지겠습니꺼. 인물로는 박근혜가 아버지 닮아 진짜 참하고 착한데, 이명박이 그래도 먹고사는 문제는 한 수 위에 있겠지예? 운하 그거 되기만 하면 대구 사람들 절반은 먹고살낀데. 우옛든간에(어떻든지) 대구는 지금 더 떨어질 데도 없습니더.”

GRDP가 뭐길래

대구에 머물며 취재를 다니면서 25명의 택시기사를 만났다. 시장 상인, 음식점 주인, 증권사 직원, 장애인, 대학생, 치과의사, 지방지 기자, 노숙자, 중소기업 사장, 각계각층의 사람 50여 명과 짧은 인터뷰를 하거나 술자리를 함께했다. 그 결과 대구지역 장·노년층의 많은 수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대한 향수를 조금씩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대구·경북 출신 정권이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30년 동안 대구지역에 많은 혜택을 베풀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그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근거 있는 대답을 하는 이는 드물다. 더불어 이들은 대구·경북이 정권을 놓친 이후부터 자신들이 서열 3위의 도시에서 ‘꼴찌의 도시’가 됐다면서 그 책임을 지난 15년간 정권을 잡은 정치권과 중앙정부, 지방 행정부로 돌렸다. 아직도 장유유서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대구의 특성상 장·노년층 민심은 대구지역 전체 민심을 지배한다.

우연인지 ‘꼴찌 도시’의 근거가 되고 있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 즉 GRDP가 전국 최하위로 급전직하한 시점도 부산·경남 출신의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1993년부터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가난한 도시와 부유한 도시, 시민의 소득 정도를 측정하는 잣대로 이 통계가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GRDP는 해당 지역 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합계를 가리키는 지표다. 따라서 지역 내 대규모 생산시설이나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많고 적은 것을 알아볼 때는 정확한 지표 기능을 하지만, 시민의 소득이나 삶의 질을 평가할 때는 무의미한 통계치다.

GRDP는 대기업이 밀집한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인근 지역과 국가 공단이 있는 곳이 절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대구의 GRDP는 16개 광역시도 중 10위를 유지했고, 대전광역시와 광주광역시보다 높았다(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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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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