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일본지식채널 외

  • 담당·구미화 기자

    입력2008-02-04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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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지식채널 _ 조양욱 지음

    일본지식채널 외
    사쿠라, 긴자, 간바루, 이지메…. 108개의 키워드로 일본의 생활·문화·전통·정치·역사·언어 문학을 헤집어본다. ‘국민일보’ 도쿄 특파원을 역임하고 현재 일본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낱말풀이에 그치지 않고 그 단어에 내재된 사회·문화적 현상을 아우르며 설명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기모노’를 키워드로 다룬 장에서 “일본인들은 곧잘 ‘감춤의 미학’ ‘걸어 다니는 미술관’이라며 자화자찬”하지만 기모노의 진짜 특징은 허리에 친친 감는 오비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일본학자는 배면미(背面美)를 연출하고 안산장명(安産長命) 효과를 낸다고 격찬하지만, 저자가 보기엔 “동장단각(胴長短脚)의 작달막한 체구를 둘로 나누어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려는 눈가림의 미학”이라고 비꼰다. 백과사전식 설명 나열이 아니라, 저자의 비평이 녹아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이치로’는 뭐라 설명해놓았을까. “본시 이치로는 흔해빠진 일본 남자의 이름이다. 그것도 거의 어김없이 큰아들에게 붙여진다. 당연히 둘째는 지로요 셋째가 있다면 사부로이리라.” 비딱하게 시작하는 듯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해부터 신들린 듯 방망이를 휘두른 이치로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하지만 저자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의 위정자들이 2007년 이치로에게 국민영예상을 주려고 했으나 이치로 스스로 “너무 젊다”며 고사했는데, 국가대표도 아니며 남의 나라에서 활동하는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파악한 이치로의 빠른 두뇌회전의 결과였다고 해석한다. 각각의 키워드를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고 일본 발음 그대로 적용해 일본어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유용할 듯하다. 예담/344쪽/1만2000원

    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 _ 최성욱 지음



    미국 포틀랜드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야후코리아 뉴스팀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개인적으로 미국을 참 좋아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훌륭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인정하는 그는, 그러나 “미국을 알아갈수록 미국이란 나라가 당초 생각했던 것만큼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인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의식을 갖고, 대학원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한 미국의 ‘속살’을 담고 있다. 돈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정치, 부자들의 공공연한 탈세와 이권 추구,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인종차별, 엄청난 살인율과 빈부격차, 마약과 비만, 가족의 해체, 국민 건강을 책임지지 못하는 의료보험 등. 이래도 미국이 세계 일류 국가냐고 따져 묻는 듯하다. 미래를소유한사람들/358쪽/1만2000원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_ 오명철 지음

    신문을 읽고 나면 어떤 글이 기억에 남는가. 현재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날이 선 칼럼이나 힘이 빳빳하게 들어간 사설이 자리 잡은 지면에 ‘과감히’ 정감 어린 글을 내보냄으로써 독자의 머리와 가슴에 이름을 새겼다. 40대 후반에 가족이 아닌 애견과 사랑에 빠진 선배, 결혼 축의금 대신 신문사 부국장 이름을 단 화환을 부탁하는 지인, 내 집 마련을 앞두고 잔금 치를 걱정을 하는 사위에게 고이 간직해온 보물을 선뜻 내주는 장모 등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를 진솔하게 꺼내 보임으로써 그 어떤 현학적인 칼럼보다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세상의 부조리와 사람의 잘못을 따지고 비판하기보다는 삶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 미소 짓게”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레/204쪽/9800원

    만남 _ 서경식·김상봉 대담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교수와 김상봉 전남대 교수의 대담집. 각각 외부와 내부의 시선으로 형식적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새로운 과제들을 성찰한다. 5·18, 6·10 등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짚어나가면서 비정규직·통일·교육 문제 등 현실의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20세기 세계사와 연결시킨다. “정규직화된, 중심에 포섭된 사람들에게는 계속해서 역사를 상기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만이 사람들의 양심에 대한 거의 유일한 자극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민족이 식민주의라는 차별과 억압의 역사를 품고 있는 중요한 기억의 단위이며, 그 상처에 대한 기억이 다른 차별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공감의 원천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돌베개/464쪽/1만7000원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 _ 에리히 프롬 지음, 최재봉 옮김

    사회심리학의 거장 에리히 프롬의 마르크스 개론서.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이 마르크스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 사상계를 지배하고 있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무지하고 왜곡된 인상을 지워버려야”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체제가 ‘마르크스주의적’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소련의 국가자본주의와 중국의 전체주의를 마르크스주의 및 사회주의와 동일시”하는 미국 사상계를 전면 비판한다. 에리히 프롬은 마르크스주의자와 휴머니스트를 동일시한다. 그는 마르크스가 창시한 사회주의의 본질이 개인과 전체가 서로의 발전과 행복을 돕는 체제이며,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에 목적을 두고 있음을 강조한다. 에코의서재/239쪽/1만2000원

    엘리자베스 1세 _ 앨리슨 위어 지음, 하연희 옮김

    카이사르 _ 에이드리언 골즈워디 지음, 백석윤 옮김

    아메리칸 시저 맥아더 평전(전 2권) _ 윌리엄 맨체스터 지음, 박광호 옮김

    일본지식채널 외
    다른 나라의 지도자였으나 우리나라에서도 그 리더십으로 추앙받는 세 인물의 전기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다. 먼저 ‘엘리자베스 1세’는 유럽의 변방이던 영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엘리자베스 여왕의 전기다. 세 살 때 어머니 앤 불린을 단두대에서 잃고 스물두 살엔 사형수가 되어 런던탑에 갇히는 시련을 겪은 엘리자베스. 스물다섯 살에 왕위에 오른 그녀가 평생 결혼하지 않고 반역의 화살을 용케 피해가며 45년간 영국을 통치한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또 한 명의 ‘극적인 삶’을 살다 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저자는 그의 삶이 ‘이보다 더 극적인 삶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전사학자(戰史學者)답게 갈리아전쟁을 비롯한 전쟁 서술에 많은 공을 들였다. 풍부한 사료 검토를 통해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브루투스, 너마저”는 실제로 사료에 기록된 바는 아니며, 카이사르의 여성편력이 당시 로마 사회에서 ‘독보적’이었음을 밝히는 내용도 있다.

    맥아더 평전은 맥아더의 출생과 성장, 그를 둘러싼 우정과 적의를 담았다.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저자의 목소리를 최소화하고 인용문을 많이 넣어 판단을 독자 몫으로 남긴다. 루비박스/796쪽/2만9000원, 루비박스/864쪽/2만4900원, 미래사/1권 632쪽, 2권 664쪽/각 3만원

    과학, 인문학 그리고 대학 _ 김영식 지음

    “대학에서 전공을 정할 때, 문과나 이과로 구분함으로써 학생들 공부의 폭을 좁혀버리고 있다. …따라서 ‘문과인’과 ‘이과인’으로 구분된 사람들은 상대 쪽에 속하는 분야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이는 상대에 대한 심한 무지를 낳게 되고, 이런 무지는 서로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진다. 우리 사회 전체를 두고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호 무지와 편견이 과학기술을 일반 문화로부터 더욱 심하게 유리되게 했다는 점이다.” 1977년부터 서울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1년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로 전과(轉科)한 독특한 이력의 저자가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쓰고, 대학 문제를 예리하게 짚은 10편의 글을 묶었다. 생각의나무/232쪽/1만1000원

    코뮨주의 선언 _ 고병권·이진경 외 지음

    ‘코뮨주의’를 정치적·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이념 지향을 체계적으로 밝힌 책. 인문학 실천·연구 공간 ‘수유+너머’의 10년에 이르는 집합적 연구와 실험의 이론적 결산이기도 하다. 국문학자 고미숙과 함께 처음 ‘수유+너머’를 만든 저자들은 코뮨을 ‘국가에 포획되거나 자본에 사로잡히기를 거부하며, 자유로운 개인들의 개성과 차이가 존중되는 공동의 삶’으로 정의한다. 특권적인 아카데미즘에 대항해 스스로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대중지성의 결실을 추구한 ‘수유+너머’를 통해 ‘코뮨주의’를 실천해온 저자들은 적대와 추방의 정치를 넘어서 어떻게 우정의 정치, 구성의 정치가 가능한지, 코뮨주의적 주체를 어떻게 설정하며, 코뮨주의 산물로서의 감응과 정서가 어떤 것인지 탐구한다. 교양인/400쪽/1만8000원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 _ 케네스 벤디너 지음, 남경태 옮김

    “이 책의 목적은 대단히 다양한 음식 회화를 두루 소개하고, 그 전체 계보를 파악하는 데 있다.” 위스콘신 밀워키 대학의 예술사 교수인 저자는 초기 르네상스 이후 유럽과 미국의 음식 그림들을 연구하면서, 음식 회화 그 자체를 하나의 장르로 분류한다. 그림 속 작은 음식에도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 있다고 보는 저자는 브뢰헬, 렘브란트, 샤르댕, 마네, 워홀을 비롯한 많은 화가의 작품들을 다루는데, 다만 예술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그림에 등장하는 잔치, 과일, 식기, 죽은 짐승 등의 근저에 놓인 무의식에 초점을 맞춘다. 그림을 통해 음식의 재료를 구입하고, 요리하고, 먹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추적하며, 그 시대의 식습관은 물론 종교적·의학적 믿음까지 연관지어 살펴본다. 예담/324쪽/1만8000원

    허준영의 폴리스 스토리 _ 허준영 지음

    이른바 ‘시위 농민 사망사건’으로 청와대의 사퇴 압력을 받고 2005년 12월30일 ‘눈물의 퇴임식’을 치른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자서전. 경찰이 되겠다는 유년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른셋의 나이에 외교관에서 경찰로 변신한 그는 자서전에서도 경찰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강조했다. 21년의 경찰생활에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와 더불어 경찰 지망생들에게 “폼 잡으려고 경찰 선택하지 마라” “지휘관이 되려면 ‘제너럴리스트’가 돼라”고 조언한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발탁됐으며, 결국 청와대에 의해 경찰을 떠나게 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참여정부 386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장·차관과의 약속도 쉽게 깨는’ 행동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고. 중앙일보시사미디어/370쪽/1만2000원

    코튼로드 _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일본지식채널 외
    ‘목화의 도시에서 발견한 세계화의 비밀’이란 부제가 눈길을 끈다. 프랑스학술원의 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저자는 말리, 미국,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이집트, 중국 등 목화와 관련된 여섯 나라를 직접 살피고 또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목화를 둘러싸고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해간다. 왜 하필 목화인가. 저자는 “면화는 석유가 아니다. 하지만 국가 간의 힘겨루기에 이용된다는 면에서는 석유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프랑스 기업의 주도하에 목화를 생산하고는 있으나 의류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아프리카 말리, 전체 인구의 2%만이 목화 생산에 종사하는데도 전세계 목화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강대국 미국, 상품성 뛰어난 목화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 변형에 힘을 쏟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하지만 여전히 가난하기만 한 브라질 노동자, 목화 생산국으로서의 영광을 회복하고 싶어하는 이집트, 사회주의 체제에서 벗어났으나 여전히 목화 수확에 인력을 강제 동원하고, 자유 교역엔 소극적인 우즈베키스탄, 한 도시 전체가 면양말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앞 다퉈 자본주의 물결에 뛰어드는 중국….

    저자는 우즈베키스탄의 인구 동원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말리의 가족 중심 농업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각에 혼란스러워한다. 또 중국의 노동환경과 임금에 당혹해하면서 한편으로 프랑스 목화 산업을 염려한다. ‘세계화’가 전 지구인을 모두 잘살게 할 것인지에 의문을 나타내며, 세계화 앞에 다층적이고도 다면적인 문제가 수없이 노정되어 있음을 드러내 보인다. 황금가지/320쪽/1만3000원

    사라진 신들과의 교신을 위하여 _ 정재서 지음

    ‘동아시아 이미지의 계보학’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신화학자이자 중국문학자인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가 쓴 동아시아 신화 비평서다. 저자는 동아시아 신화를 작품으로 체현한 한국과 중국, 서구의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그 원전이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책은 기원전 3~4세기경 무당 계층에 의해 성립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집 ‘산해경’에 대한 접근으로 시작된다. 서양의 신화가 서사 체계적 이야기라면, 동양의 신화는 이미지의 연속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 도연명과 황지우가 각각 어떻게 읽어냈는지 살펴본다. 이밖에 루쉰과 이문열, 황순원과 서머싯 몸, 가오싱젠과 최인훈 등을 비교한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할리우드 영화도 다룬다. 문학동네/304쪽/1만8000원

    사해사본의 진실 _ 마이클 베이전트·리처드 레이 지음, 김문호 옮김

    현존하는 구약성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는 사해사본의 일부 진본이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가운데 사해사본 발굴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추적한 책이 번역돼 나왔다.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내용을 담은 ‘성혈과 성배’의 두 작가가 쓴 책이다. 책은 1947년 사해 연안 쿰란 지역에서 우연히 발견된 사해문서가 수십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들은 사해사본이 그리스도교의 기원에 관해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로마가톨릭교회 성직자들이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고 추정한다. 저자들은 사해사본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예수의 동생 야고보와 바울 사이에 벌어진 갈등과 투쟁에 주목한다. 예담/436쪽/1만5000원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_ 유정식 지음

    경영학의 구루(guru) 피터 드러커는 법학,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 전 분야에 걸쳐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쳤다.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을 보면,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그 분야에서만 특출한 게 아니라 폭넓은 분야에서 왕성하게 지적 활동을 했다. 최근 ‘통섭’이란 단어가 주목받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 책은 과학과 경영학의 ‘교류’가 낳은 결과물이다.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현재는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하는 저자는 과학의 원리들과 과학적 가설들로부터 경영학적 의미를 추출한다. 또한 기업 경영에 있어 우리가 지금 믿고 있는 가치가 옳은 것인지, 과학이란 거울로 경영을 투영해 볼 때 유용한 경영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지 탐구한다. 위즈덤하우스/388쪽/1만5000원

    와인 가이드 _ 김준철 지음

    와인이 대형마트의 한 코너를 차지하는 건,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일 터. 일부 직장인에겐 와인이 ‘스트레스’로까지 작용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 책은 국내 유명 와인 ‘마주앙’의 개발 주역이었으며, 현재는 소믈리에로 와인 수입회사와 와인 교육기관을 운영 중인 저자가 국내에 수입된 대부분의 와인을 큼직한 사진과 함께 구체적으로, 그러면서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레드와인(274종)과 화이트와인(69종), 스위트와인(11종), 스파클링 와인(31종), 강화·로제 와인(7종)을 가격대별로 분류해 생산지, 포도품종, 맛, 가격, 잘 어울리는 음식까지 일러준다. 점잖은 자리에서 무심코 받아먹은 와인의 정체가 궁금할 때, 와인을 선물하려는데 정보가 부족할 때 유용할 듯. 중앙북스/488쪽/1만8000원

    레 바캉스 가이드북 컬렉션(전 13권)

    일본지식채널 외
    여행 레저 포털사이트 lesvacances.co.kr을 운영하는 여행 미디어 기업 (주)레 바캉스가 펴낸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프라하’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스위스’ ‘런던’ ‘영국’ ‘파리’ ‘프랑스’ ‘로마’ ‘이탈리아’ ‘스페인’ ‘이스탄불’ ‘이집트’ ‘독일’까지 한국인의 선호도가 높은 유럽의 여러 나라와 도시를 각기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번역서가 아닌 한국인이 만든 본격 여행 안내서란 점이 특징.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 관심사를 토대로 명소를 선정해 소개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기존의 번역서들이 성당과 성벽 같은 유럽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관광지를 부각했다면, 레 바캉스는 한국인에게 유럽 여행은 평생에 한번 가볼까 말까 하는 길지 않은 여행이란 점을 충분히 감안해 관광명소와 볼거리, 즐길거리를 골랐다는 것.

    ‘런던’ ‘파리’ ‘로마’ ‘프라하’ 편은 400여쪽에 온전히 한 도시를 소개하고 있어 단순한 여행안내서 이상의 가치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가 직접 돌아보고 만든 구역별 지도 몇 명소, 숙박시설, 음식점은 물론 역사와 건축, 축제, 각종 문화예술 정보를 담고 있다. 프랑스 8대학 문학박사 출신으로 현재 국내 대학에서 프랑스 미술의 이해, 프랑스 역사와 문학, 유럽 문화 산책 등을 강의하는 정장진씨가 문화 예술 관련 원고를 집필했다.

    레 바캉스 웹사이트를 통해 여러 박물관의 도면과 유명 작품이 전시된 위치를 확인하고, 작품별 설명도 읽어볼 수 있으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레 바캉스/각 400쪽 내외/각 1만5000원

    만보객 책 속을 거닐다 _ 장석주 지음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출판칼럼니스트로도 활약 중인 저자의 세 번째 서평집. 김훈의 ‘남한산성’, 박완서의 ‘호미’ 같은 최근작에서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카프카의 ‘변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독서편력을 과시한다. 나름의 제목을 가진 책들로부터 ‘전위’ ‘공허’ ‘죽음’ ‘고통’ ‘청춘’ ‘일상’ 등 인생의 다양한 관심사를 끄집어낸다. “책은 밥이자 참을 수 없는 유혹”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세 끼 밥 챙겨 먹듯 책을 읽고 써왔다. “책의 매혹은 최소 경비로 필요한 모든 것을 그 안에서 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책읽기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청정한 취미요, 행복한 삶의 기술이다.”라고 저자가 독자를 유혹하기 위해 맛깔스럽게 풀어쓴 북리뷰를 맛보고 책읽기에 중독되면 어떨까. 예담/400쪽/1만5000원

    나의 자서전 _ 찰리 채플린 지음, 이현 옮김

    “실망과 근심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절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탈출구는 철학이나 유머에 의지하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이 직접 쓴 자서전이 완역돼 나왔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빈민구호소를 전전하던 불행한 소년이 천재적인 희극배우이자 영화인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이 1000쪽 넘는 분량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의 일과 연기, 많은 이를 웃고 울게 만든 작품들이 내포한 깊은 의미, 또 그가 연루됐던 여러 재판과 미국을 향한 적대감까지 진솔하게 풀어냈다. 서머싯 몸, 아인슈타인, 윈스턴 처칠, 간디, 저우언라이 등 생전에 교분을 나눈 저명한 인사들에 대한 인물평과 일화도 흥미롭다. 김영사/1064쪽/3만2000원

    러시아 미술사 _ 이진숙 지음

    2월27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이 열리는 가운데 러시아 미술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러시아 국립 인문대학 미술사학부에서 말레비치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러시아 미술사 전공자다. 동양인에겐 서방이지만, 서유럽인에겐 동방인 러시아 특유의 분위기와 격변의 역사가 미술에 어떻게 반영돼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1917년 혁명 이전까지 그 전통이 유지된 ‘이콘화’, 근대적 미술교육제도가 정착되고 아카데미즘이 부침을 거듭한 ‘표트르 대제의 개혁’, 여러 도시로 이동해가며 전시회를 개최한 ‘이동파’, 세계 무대에 등장한 ‘예술세계파’와 ‘아방가르드’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여섯 개의 굵직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민음in/452쪽/2만2000원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_ 박경철 지음

    ‘시골의사’로 유명해진 박경철씨가 2년 만에 내놓은 에세이집.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이후 신문, 잡지 등에 기고한 글과 새로 쓴 몇 편의 글을 모은 것이다. 진료비를 깎아준 답례로 생닭을 선물한 노부부, 잠이라도 편히 자게 해달라며 진통제를 구하러 온 말기암 환자,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어 남자 어른은 모두 ‘아빠’라고 부르는 꼬마….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으면서도 일주일에 사흘은 경북 안동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며 ‘시골의사’ 소임을 다하는 그가, 자신보다 더 고단하고 치열한 삶을 사는 이웃에 대해 썼다. 직업의 특성상 누군가의 걱정거리를 들어야 하고, 때로는 희망을 주기보다 불행을 확신시켜야 하는 의사의 고민도 엿볼 수 있다. 리더스북/248쪽/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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