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 확대 필수
자원 고갈과 이로 인한 인류 발전의 한계에 대한 논의는 이미 18세기에도 있었다. 1798년 맬서스(Malthus)는 ‘인구론’에서 식량 공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결국 인류는 전쟁과 기아에 휩싸일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후 세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식량 증산이 인구 증가를 앞지르면서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이는 바로 식량 생산과 관련된 기술과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었다.
또한 산업화 사회에 들어선 1970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Limits to the Growth)’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원과 환경의 제약으로 인류는 더 이상 경제성장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제 에너지시장은 제1차 석유파동 전야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었으며, 유럽 등 선진국은 화석연료의 대량 사용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에 직면해 있었다. 인류는 환경과 경제성장을 조화시키는 ‘지속 가능한 성장(Sustainable Development)’ 정책을 도입해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에너지 가격 급등과 지구온난화는 과거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진폭으로 다가오고 있다.
저자는 화석에너지의 고갈과 지구온난화 때문에 신·재생에너지(New and Renewable Energy)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화석에너지의 고갈은 먼 미래의 일이며, 석유생산의 정점(소위 Oil Peak) 역시 상당기간 이후에 발생할 일이지만, 에너지사용으로 인한 지구환경의 악화가 인류의 발전에 더 큰 제약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것이 바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고 나아가 21세기의 새로운 에너지 디자인을 창출해야 하는 주된 이유다.
기후변화협약으로 선진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며, 이는 또다시 개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사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자가 밝혔듯이 에너지 효율 향상이 ‘반등효과(Rebound Effect)’로 인해 궁극적으로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기후변화협약이 화석에너지의 비중을 줄이기는 하겠지만 실제로 에너지 사용이 감소할지는 불투명하다. 에너지 사용에 대한 인류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에너지 사용량의 궁극적인 감소는 미지수로 남는다. 화석에너지의 고갈 시점 역시 인류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자원 확보 위한 ‘총성 없는 전쟁’
한편 에너지 자원, 석유 자원은 중요한 전략물자이므로, 이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뜬 서구 선진국들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중동에서 일어났던 전쟁들, 1980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2001년 미국 9·11 테러 등은 ‘자원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 자원 생산국과 소비국의 힘겨루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고유가에 따른 각국의 자원 확보 노력을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하듯이 그로 인한 긴장 고조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73년 중동전 뒤 일어난 제1차 석유파동은 ‘자원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산업 국유화로 발생했다. 불과 반 년도 안 되는 사이에 국제유가가 4배까지 폭등했으며, 세계 각국은 석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 기간에 제2차 세계대전 후 고성장을 구가하던 미국, 유럽, 일본 등 서구 선진국들은 마이너스 경제성장과 물가 급등을 경험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OPEC의 영향력이 다소 약화되었으나, 석유 수요 증가로 2000년 이후 다시금 그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다. 최근 다수의 산유국이 석유자원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중동지역의 정정(政情)불안이 겹치면서 21세기 초반의 석유시장에는 마치 1970년대 초반 석유파동 직전과 같은 위기감이 나돌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해외자원 개발과 원자력의 부활을, 중국과 인도는 에너지 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연구경험을 살려 현대 에너지의 총람이라 할 정도로 광범한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수록하고 있어 어려운 감도 있다. 그러나 일반인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와 자료를 곁들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0년간의 에너지와 경제, 에너지와 환경, 에너지 전망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에너지 문제를 다루고 이로부터 미래적 안목을 제시하는 것이 흥미롭다. 즉 지역적인 문제( 농촌지역의 소규모 바이오가스 생성의 효율)와 세계적인 문제(연소로 인한 대규모 생물·화학적 순환구조가 받는 피해), 기술적인 문제(특정 에너지의 생산과 전환공정의 상세 분석)와 사회적 문제(에너지 사용과 삶의 질 관계), 그리고 역사의 기술부터 장기 예측까지 망라돼 있다. 에너지를 화두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인류의 미래를 살피는 일에 요긴한 지침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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