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오행이 다르니 거기 따라 오장육부의 크기와 이목구비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서양 영양학이 말하는 칼슘과 단백질 따위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고 똑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에게는 이롭고 누구에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밥을 먹어도 누구에겐 약이 되고 누구에겐 독이 된다면? 약이 되는 음식을 찾아서 먹기만 하면 따로 약 먹을 필요 없이 건강이 유지된다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만나러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섭생치유학’ 전 5권을 낸 오행생식원의 차성훈(車成焄·41) 원장, 그는 아직 싱그러운 청년이다. 한 분야를 오래 탐구하고 공부해온 사람의 진지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을 하고 있다. 쉽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밤 새워 계속됐다. 인체가 소우주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저 비유인줄 알았다. 그러나 차 원장이 펼쳐놓는 살림살이의 경개를 살펴보면 인체가 정확하게 우주를 축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주의 원리를 알면 자연 몸의 원리를 알게 되고 몸의 원리를 알게 되면 생명의 원리를 알게 된다. 병이 나는 것은 우주의 조화가 깨지는 것이고 치료는 그런 부조화를 바로 잡는는 것이다. 그럴 때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것은 약이 아니라 음식이란 것이 섭생치유의 요체다.
자연섭생법을 안다는 건 우주와 대자연의 원리, 하늘과 땅의 원리, 사람의 생리와 병리의 원리, 나아가 생명의 원리를 모두 꿰뚫는 것이다. 너무 커서 간과하지만 우주의 원리란 실은 싱겁도록 간단하다. 인체는 우주를 이루는 성분과 똑같은 성분인 목화토금수로 구성되어 있고 흙에서 생산되는 음식 또한 목화토금수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자기에게 모자라는 것을 먹고 넘치는 것을 줄여 균형을 이루면 건강은 절로 찾아온다. 모두가 몸에 좋다고 하는 산삼, 녹용, 웅담을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에 부족한 오행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건강해진다.
신맛은 목(木), 쓴맛은 화(火)
그럼 나는 어떤 체질이고 내게 부족한 성분은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 다르니 정답을 당장 손에 쥐어줄 수야 없다. 그러나 조금만 공을 들이면 그걸 아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은 수천 종류에 달한다. 그걸 무슨 수로 일일이 오행으로 구분하겠는가. 자연은 오묘해서 절실하게 들여다보면 그 이치(질서)가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기준은 바로 맛이다. 신맛은 목(木)이고 쓴맛은 화(火)이고 단맛은 토(土)이고 매운맛은 금(金)이고 짠맛은 수(水)이고 떫은맛은 상화(相火)로 구분한다(상화는 나중에 따로 설명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수백 단계의 작용을 거쳐 배설된다. 그 작용이 잘 이뤄지게 하려면 우리 몸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섭생이란 바로 그 활성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일이라는 게 차 원장의 설명이다.
“물질은 반드시 에너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에너지는 파장이라 인체에 일정한 영향을 미칩니다. 물질이 분화하는 과정에 에너지가 작용하는데 그게 내 몸의 파장과 일치하면 증폭되고 안 맞으면 깨져버리죠. 섭취하는 물질의 파장을 내 몸에맞게 해서 증폭시켜 주는 게 섭생의 원리입니다. 서양 영양학이란 물질 자체만 설명하지 물질의 활성도나 개개인의 차이를 설명하지는 못하지요.”
그의 얘기는 아연 사람을 빨려들게 한다. 추상적인 우주원리를 놀이하듯 쉽게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