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호

자연섭생법 정립한 차성훈 오행생식원장

“결핵에는 고춧가루, 위장병엔 흑설탕… 五行 다스리면 건강이 따라와요”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입력2008-04-05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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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은 눈앞의 욕망에 급급해 육체와 마음을 되레 죽이고 있다. 허망한 것을 쫓느라 귀한 자기 생명을 죽이는 줄도 모른다.” 몸이 아플 땐 근처 약국부터 찾는다. 약을 먹고도 차도가 없으면 병원이나 한의원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여기 간단한 식습관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목화토금수’ 5행으로 구성된 인체는 역시 5행을 담은 음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
    자연섭생법 정립한 차성훈 오행생식원장
    우린 먹어야 산다. 뭘 먹는가. 그냥 어머니,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회사 근처 식당의 밥을 먹는다. 밥 속에 뭐가 있나. 칼로리가 있다. 그게 내 몸에 어떻게 작용하나. 배고프지 않게 하고 활동할 에너지를 준다. 다 맞는 말이지만 우린 여기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쌀 보리 같은 곡식, 사과 배 같은 과일, 시금치 오이 같은 채소, 쇠고기 닭고기 같은 육류, 잣 호도 같은 근과, 식초 참기름 같은 조미, 커피 홍차 같은 차가 누구에게나 똑같은 작용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오행이 다르니 거기 따라 오장육부의 크기와 이목구비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서양 영양학이 말하는 칼슘과 단백질 따위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고 똑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에게는 이롭고 누구에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밥을 먹어도 누구에겐 약이 되고 누구에겐 독이 된다면? 약이 되는 음식을 찾아서 먹기만 하면 따로 약 먹을 필요 없이 건강이 유지된다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만나러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섭생치유학’ 전 5권을 낸 오행생식원의 차성훈(車成焄·41) 원장, 그는 아직 싱그러운 청년이다. 한 분야를 오래 탐구하고 공부해온 사람의 진지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을 하고 있다. 쉽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밤 새워 계속됐다. 인체가 소우주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저 비유인줄 알았다. 그러나 차 원장이 펼쳐놓는 살림살이의 경개를 살펴보면 인체가 정확하게 우주를 축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주의 원리를 알면 자연 몸의 원리를 알게 되고 몸의 원리를 알게 되면 생명의 원리를 알게 된다. 병이 나는 것은 우주의 조화가 깨지는 것이고 치료는 그런 부조화를 바로 잡는는 것이다. 그럴 때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것은 약이 아니라 음식이란 것이 섭생치유의 요체다.

    자연섭생법을 안다는 건 우주와 대자연의 원리, 하늘과 땅의 원리, 사람의 생리와 병리의 원리, 나아가 생명의 원리를 모두 꿰뚫는 것이다. 너무 커서 간과하지만 우주의 원리란 실은 싱겁도록 간단하다. 인체는 우주를 이루는 성분과 똑같은 성분인 목화토금수로 구성되어 있고 흙에서 생산되는 음식 또한 목화토금수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자기에게 모자라는 것을 먹고 넘치는 것을 줄여 균형을 이루면 건강은 절로 찾아온다. 모두가 몸에 좋다고 하는 산삼, 녹용, 웅담을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에 부족한 오행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건강해진다.

    신맛은 목(木), 쓴맛은 화(火)



    그럼 나는 어떤 체질이고 내게 부족한 성분은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 다르니 정답을 당장 손에 쥐어줄 수야 없다. 그러나 조금만 공을 들이면 그걸 아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은 수천 종류에 달한다. 그걸 무슨 수로 일일이 오행으로 구분하겠는가. 자연은 오묘해서 절실하게 들여다보면 그 이치(질서)가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기준은 바로 맛이다. 신맛은 목(木)이고 쓴맛은 화(火)이고 단맛은 토(土)이고 매운맛은 금(金)이고 짠맛은 수(水)이고 떫은맛은 상화(相火)로 구분한다(상화는 나중에 따로 설명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수백 단계의 작용을 거쳐 배설된다. 그 작용이 잘 이뤄지게 하려면 우리 몸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섭생이란 바로 그 활성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일이라는 게 차 원장의 설명이다.

    “물질은 반드시 에너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에너지는 파장이라 인체에 일정한 영향을 미칩니다. 물질이 분화하는 과정에 에너지가 작용하는데 그게 내 몸의 파장과 일치하면 증폭되고 안 맞으면 깨져버리죠. 섭취하는 물질의 파장을 내 몸에맞게 해서 증폭시켜 주는 게 섭생의 원리입니다. 서양 영양학이란 물질 자체만 설명하지 물질의 활성도나 개개인의 차이를 설명하지는 못하지요.”

    그의 얘기는 아연 사람을 빨려들게 한다. 추상적인 우주원리를 놀이하듯 쉽게 풀어낸다.

    자연섭생법 정립한 차성훈 오행생식원장

    차성훈 원장은 “병이 나는 것은 인체 우주의 조화가 깨지는 것이고, 치료는 그런 부조화를 바로잡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역법은 시간의 주기를 정립한 거죠. 지구 공간의 기준은 천문입니다. 그 안에서 인간의 좌표가 정해져요. x축 y축 z축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습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기말을 하지만 결론은 한 가지입니다. 경우와 이치와 사리에 맞는 말을 듣고 이해하고 기억하고 체험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리입니다. 사람의 정신상태도 입체로 구성돼 있어요.

    심(心, 마음)아래 성(性)이 있고 그 성을 볼 줄 아는 것이 바로 견성(見性)입니다. 한번 보는 것을 득(得)이라 하고 두 번 보는 것을 달(達)이라 하고 더 자주할 때 통(通)이라고 하고 그 윗 단계를 각(覺)이라 합니다.”

    그에게 들은 말을 다 옮길 수 없는 것은 내 마음의 용량부족 탓이다. 부처의 마음이 진공과 묘유로 나뉜다는 풀이를 할 때, 개념을 쉽게 아는 것을 확(確)이라 하고 확이 거듭되는 것을 신(信)이라고 한다고 말할 때, 그 확과 신이 물러서지 않는 불퇴심을 만들며 학을 행해 습이 생겨야 비로소 학습이 된다고 설명할 때 나는 몹시 놀라고 기뻤지만 머잖아 그 감동을 아깝게도 흘려버리고 말았다. 그 불퇴심의 믿음이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게 자신감이며 자신감이 생길 때 인간은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건 불교적 진리라기보다 은유적인 시였다.

    섭생영양학과 오행생식 이론을 차성훈 원장이 돌연 홀로 만든 건 아니다. 스승이 있었다. 오행생식 이론을 집대성한 현성 김춘식 선생 문하에서 실기와 이론을 배웠다. 처음 현성 선생을 만난 인연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는 젊어서 결핵을 앓았다. 폐병이 깊어 혼자 집안에 틀어박혀 세상을 절망하는 중이었다. 결핵약을 오래 복용해 온 얼굴이 여드름 투성이였다. 얼굴이 하도 험악해 의사 지시대로 약을 먹을 수조차 없었다.

    “어느 날 누나 집에 굴러다니는 책을 한권 보게 됐어요. 그게 바로 현성 선생의 오행생식 요법이었는데 거기 이런 말이 쓰여 있는 겁니다. ‘결핵엔 고춧가루가 최고다. 결핵균은 지방에 싸여있는데 이 지방만 녹이면 결핵균은 절로 죽는다. 지방을 녹이는 데 특효는 고춧가루다. 그냥 먹기는 괴로우니 우유에 타서 먹으면 된다.’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시키는 대로 우유에 고춧가루를 타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날마다 그렇게 했다. 그리곤 결핵약을 끊었다. 1주일 후 기침과 각혈이 멎었다. 그리고 6개월 후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봤더니 결핵균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가 약도 안 먹었으면 ‘기적’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깜짝 놀랐다. 음식물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 책을 그는 열 번 넘게 읽어 달달 외웠다. 어떤 증세에 어떤 음식이 좋다는 걸 환하게 알아 친척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뭘 먹어보지, 일러줬다.

    “빨리 일하고 여든 살에 앓다 죽을래?”

    “음식은 책을 봐서 알겠는데 맥을 모르겠더라고요. 인체는 배꼽을 중심으로 상하를 음양, 좌우를 음양, 전면과 후면을 음양 등으로 구분한다고 선생님이 얘기하셨어요. ‘맥은 인영(목의 위경맥상에 있는 두 개의 줄)맥의 모양으로 양기의 대소를 측정하고 촌구(손목의 태연부위)맥의 모양으로 음기의 대소를 측정한다’라고 나와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군요. 맥을 배우러 선생을 찾아 갔지요.”

    그 무렵 현성 선생은 천안에서 오행생식원을 열어 제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찾아가 숙식을 같이했다. 맥 짚는 법뿐 아니라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법을 배웠다.

    “한번은 구덩이를 파느라고 삽질을 했어요. 내가 원래 뭔 일을 하면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거든요. 원래 덩치도 좋고 일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별 힘 들이지 않고 두어 시간 고개 한번 들지 않고 삽질을 했단 말이에요. 묵묵히 보고 있던 선생이 내게 신고 계시던 슬리퍼를 냅다 던지셔요. “넌 뭔 일을 그따위로 하느냐?” 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뭘 어쩌라고 싶어 “왜요?” 하고 선생을 봤더니 하시는 말씀이 “이놈아, 삽질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쉬엄쉬엄 허리를 펴가면서 천천히 해야 하는 거야. 니놈이 그렇게 빨리, 쉬지 않고 일하는 건 남보다 많이 일해서 빨리 출세하려는 생각이 바탕에 깔린 거다. 그게 다 욕심에서 나온 거니라.” 이러신단 말이에요.”

    그 말을 듣고 그는 정말 깜짝 놀랐다. “나 같으면 1/3로 천천히 일해서 적게 벌고 오래 살겠다. 빨리 일해서 여든 살에 앓다 죽을래? 천천히 일하면서 백여든 살까지 건강하게 살래?”그게 바로 우주의 리듬에 관한 얘기였다. 우주의 조화를 거스르지 않으면 인간은 병들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는데 욕심을 과하게 부리는 통에 하나뿐인 자신의 생명을 소모하고 망쳐버린다는 가르침을 그렇게 스승은 슬리퍼를 던지면서 가르쳤다.

    자연섭생법 정립한 차성훈 오행생식원장

    차 원장은 얼굴형을 기준으로 사람의 오행을 구분하고, 맛으로 음식의 오행을 구분한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필요한 음식을 처방한다.

    “사람들은 눈앞의 욕망에 급급해 자신의 육체와 마음을 되레 죽이고 있어요. 허망한 것을 쫓느라 귀한 자신의 생명을 죽이는 줄도 모르고 있어요. 선생님이 하신 말씀들은 날이 갈수록 새롭습니다. 전지전능하다는 것을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셨죠. ‘‘전지’란 다 안다는 건데 그거 간단한 거야. 아는 건 안다고 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것이 전지(全知)지. ‘전능’이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안하는 것이지. 그렇게 하면 못하는 게 뭐가 있겠느냐.’” 그런 스승의 말로 그는 껍질을 하나씩 깨나갔다. 섭생학뿐 아니라 양생학, 영양학, 해부학, 약리학, 본초학, 자연치유학, 동양학 중 동양오술(의학, 지학, 역학, 관상학, 명리학)을 시간 나면 들여다봤다. 악착같이 공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슬슬 넘기며 구경하는 방식이었다. 스승의 가르침이 그랬으니 서둘지도 욕심 부리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인체란 우주를 공부했다.

    “해부학 책을 한 10권 동시에 펼쳐놓고 들여다봐요. 신경계면 신경계, 혈관이면 혈관, 뇌면 뇌, 안구면 안구! 그렇게 내 몸을 슬슬 만지면서 익히는 거죠. 근육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이 근육은 구조가 이렇고 작용은 이렇고 관계가 이렇고를 알면 끝이지. 난 더 이상은 필요없거든요. 더 이상은 학문이지. 난 알고 싶은 거지 학문은 싫거든요.”

    스승 현성 선생은 인체의 신비를 해명하기 위해 별의 별 실험을 다했다. 별의 별 음식을 직접 먹어가며 맛과 약리작용을 분석했다. 심지어 치아를 다 뽑고 거기 자석을 심는 실험까지 했다.

    “인체에 약한 전자기가 흘러 N극과 S극을 조절하면 순환이 잘될 수 있다는 데 착안, 자기 몸을 실험도구로 삼았던 겁니다. 그게 잘못돼 콩팥이 터져서 돌아가셨어요.”

    ‘목3+금2+토1’

    스승에게 배운 수련법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마음속으로 머리에 커다랗게 글씨를 쓰는 수련인데 확철대오, 전지전능, 환골탈태 등의 글씨를 쓰는 중에 기이한 체험을 했다. “메트로놈이 탁탁 소리를 내면 골속에다 글씨를 한 획 한 획 쓰는 거죠. 그러다 새벽에 오줌 누러 나왔는데 전신에서 빛이 탁 터져 나오는 거였어요. 말할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어요.”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었다. 스승에게 말했더니 그게 바로 ‘몽중일여’라고 했다.

    현성 선생은 제기동 시장에서 한약방을 했는데 병을 약보다 음식으로 고치려시도했고 그게 효험 있다는 소문이 나자 제자들을 받아 자신의 오행생식요법을 가르치는 데 공을 들였다. 체질을 감별하는 것의 기본은 얼굴형이다. 길면 목형, 둥글면 토형, 사각이면 금형 역삼각형이면 화형, 삼각형이면 수형, 계란형이면 상화형이라는 것인데 물론 인간의 숱한 얼굴형이 정확히 6가지로 구분되는 게 아니니 ‘목3+금2+토1’ 식으로 나눌 수도 있다.

    그럴 때 그 형태를 기준으로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이 구별된다는 것이다. 음식의 오행은 맛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이미 현성 선생이 직접 실험을 해서 음식마다 오행을 구분해놓은 표가 있는데다 차 원장이 거기 추가해서 음식오행분류 목록집을 만들어냈다. 직관이 빼어난 사람 아니면 읽기 어려운 얼굴형을 컴퓨터로 정확하게 읽어내는 체질분류기도 이미 개발을 끝낸 상태다.

    그는 한때 전국을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가장 큰 관심은 사람이면서도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않고 떠돌던 때였다. 스승에게 맥 짚는 법과 호흡법과 천문의 원리와 인간의 생리와 음식의 오행과 마음수련의 전 과정을 남보다 빨리 흡수하고 학습했다. 얼굴형으로 체질을 읽는 법을 배운 후 북한산 입구나 신도림역 같은 사람 많은 곳에 나앉아 지나가는 군상의 얼굴을 관찰했다.

    저 사람은 ‘목형2+금형3’, 저 사람은 ‘토형1+화형3’ 같은 것을 읽고 또 읽었다. 도심에 있는 게 싫어 전국의 산이란 산은 다 돌아다녔다. “1000미터 넘는 산은 다 돌아다녔어요. 산에 가면 절에 가서 자고 시골에 가면 마을 이장집에 가서 맥 짚어주고 공잠 얻어가고 그랬지요. 먹는 건 생식했지요. 생식하면 적게 먹어도 힘이 나니까. 돈 없이 사는 법을 당시 깨우쳤어요.”

    젊은 날 5년을 그렇게 떠돌았다. 그렇게 떠돌다보니 어느 날 지세의 흐름이 확연히 보였다. 저 산 뒤엔 절이겠다 싶으면 절이 나오고 저 마을엔 인물이 났겠다 싶으면 반드시 그랬다. 나중 책을 보면 그게 신통하게도 딱딱 맞아떨어졌다. “산에 다니면서 단전호흡수련을 했어요. 혼자 다니니까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땅이 나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곳을 발견했어요.”

    “빚 갚을 테니 결혼하자”

    어떤 암자였는데 풍경에 빨려들어 하루 종일 먹지도 않고 시간도 의식 못하고 한자리에 붙박아 앉아있었다. 해가 져서 할 수 없이 거기서 잤다. 주지스님이 말했다. “여행하시는 분 같은데 이왕 온 곳이니 하루만 절을 해보지 않으시려우?” 밥을 주냐고 하니 준다고 했다. 절하는 게 뭐 어려워? 밥 주고 재워준다니 더 바랄 게 없지 하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절을 했다. 그게 3일로 일주일로 한 달로 6개월로 늘어났다. 목탁 치는 법과 염불하는 법을 다 배웠다. 승복을 입었되 머리는 깎지 않는 반승반속으로 꼬박 6개월을 다른 것 없이 죽어라고 절만 했다.

    나중 알고 보니 그곳이 바로 선운사 도솔암이었고 주지스님은 면벽하느라 엉덩이가 없어졌다는 정인스님이었다. “6개월이 지나자 정인스님이 이왕 절하기 시작한 거 천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묻대요. 천일이면 3년인데 날더러 중 되라는 소리잖아요? 그래서 물었어요. 난 목탁 치는 스님은 싫소. 세상을 한눈에 보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중이 되면 그런 공부를 할 수가 있습니까. 스님 대답이 ‘있지!’해요. ‘그럼 얼른 중 하겠소’ 했더니 중 되는 서류를 만들어오래요. 다음날 바로 서류를 떼러 산 아래로 달려내려 왔어요. 내 등 뒤에 대고 스님이 ‘걸림이 없으면 오너라’ 해요. 걸림은 무슨 걸림, 하면서 집에 왔더니 어머니가 앓아누워 계십디다. 막내아들이 연락두절이 됐으니 몸져누우신 겁니다.

    ‘어머니, 나 중 될래요’했더니 벌떡 일어나서 부엌에 나가 식칼을 가져오시더니 ‘날 죽이고 가라’고 하셔요. 한 달쯤 기다리다 다시 그 말을 꺼냈더니 이번에도 똑같은 반응이셔요. 세 번을 해보다가 포기했어요. 이게 바로 나의 걸림이구나 싶데요. 어머니가 나를 너무 꽉 잡는구나. 그러면 나의 인연은 산속이 아니라 세상속이구나 싶데요.”

    산에 가는 걸 포기했지만 여전히 그의 관심은 안 보이는 우주와 인간의 이치에 있었다. 단전호흡 수련을 하고 그런 단체의 지도자 노릇도 했다. 사회 속에 살려면 결혼을 해야겠는데 ‘누구하고 하지?’했을 때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단전호흡 단체에서 만난 사람으로 아토피가 심각했다.

    “지금의 연은 과거의 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심법으로 들어가면 과거연이 보이죠. 그 사람에게 내가 빚이 있더라고요.” 다짜고짜 전생 빚을 갚을 테니 결혼하자고 했다. 친한 사이라고 할 수도 없던 사람이었다. “2주 후에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럽시다’ 해요. 나는 벌써 잊어버리고 ‘뭘요?’ 했더니 기막혀 하면서 ‘전생 빚 갚는다고 했잖아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혼인했다. 혼인 후 아내의 아토피는 다 나았다. 알고 보니 아내도 동성동본 같은 차씨였는데 혼인날을 잡자 동성동본금혼법 위헌 판결이 나 혼인신고를 문제없이 할 수 있게 됐다.

    陰陽中 3원 우주론

    그의 우주론은 3원론이다. 이건 스승 현성 김춘호 선생의 철학으로 우주는 음양의 이원론이 아니라 음양중(陰陽中) 3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고 이런 삼태극 사상은 원래 우리 한족(韓族)의 근원학문이고 민족생활의 기본 사상이다. (나는 2006년 1월호 신동아 ‘이 사람의 삶’에서 만났던 삼원론 철학자 박재우 선생에게 똑같은 주장을 들은 적이 있다)

    “음양중은 삼신할머니, 삼태극, 삼성(三聖) 등으로 전래됐는데 우주의 변화, 생성, 소멸의 원리를 설명하는 기초요소예요. 수천년 동안 문자로 구두로 그림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음양 둘만 남아 정리, 인용되고 중은 사용하지 않거나 사고할 능력이 상실되어 ‘중용’ ‘적당히’같은 말 속에 얼버무리게 됐다고요. 선 아니면 악인가요? 흑 아니면 백인가요? 지구와 인간이 이렇게 오래 존속되어온 건 이원론적인 음·양이 아닌 음·양·중의 삼태극사상 때문입니다.

    달은 음이고 태양은 양이고 지구는 중이에요. +와 -와 0이 삼태극이고 그게 수학의 기본원리죠. 물질의 기본요소인 원자도 음전자와 양전자와 중성자로 이뤄져 있잖아요. 사람 역시 정신이 양이고 육체는 음이고 감정(마음)은 중이고 이렇게 정·기·신이 합해 인간을 이룹니다. 이 원리가 발전하여 세분돼 사상이 되고 오행이 되어 육기가 이루어집니다.”

    사상, 오행육기는 말로 하면 난삽하지만 그림을 그려보면 간단하다. 동서남북의 사상은 움직이지 않는 대지에 해당되는 하통지리(下通地理)의 근본원리이며 오행은 별들의 세계, 즉 천체의 운행법칙인 상통천문(上通天文)이고 인체의 생명유지를 위한 순환원리는 육기(六氣)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육기란 인체를 이루는 목·화·토·금·수 기운에 사람의 생명력을 관장하는 신진대사 기능이나 저항력, 초능력, 느낌, 감정 등을 포괄하는 상화(相火)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걸 중통인사(中通人事)라고 부른다.

    그는 진도 고군면이 고향이다. 산 하나 넘으면 바다가 보이는 동네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9남매의 막내였다. 아버지가 지병으로 오래 앓으셨다. 학교가 끝나면 아버지 병에 좋다는 민달팽이, 지렁이, 도마뱀 같은 걸 잡으러 다녔다. 비온 다음날 민달팽이가 많다는 것과 어느 골짝에 약초뿌리가 많은지를 환하게 꿰게 됐다. 식구들은 다 밭에 나가고 아픈 아버지와 어린 성훈이 둘만 남아있는 날이 많았다. 그게 소년에게 인간과 병과 자연과 죽음에 관해 은연중에 사색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소 몰고 다니면서 약초 캐고 동물 잡은 건 꽤 괜찮은 공부였던 것 같아요. 그때야 천방지축 아무것도 몰랐지요.”

    아버지는 이상하게 눈을 감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위한 씻김굼을 하는 날 형님들이 암만 감겨도 감기지 않던 아버지의 눈이 막내 성훈이 손을 대니 스르르 감겼다. 그게 웬일인지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머니는 만사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있으셨다. “ 난 아마 어머니를 닮은 것 같아요.” 그 어머니가 8년 전 척추가 갑자기 종이처럼 주저앉아버렸다. 일어설 수도 없게 됐다. 어머니를 위해 지금까지의 공부를 풀어낼 수 있어 좋았다. 막내아들의 처방으로 어머니는 아직까지 큰 고통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다.

    “이미 내려앉은 뼈는 어쩔 수가 없고 후속조치를 꾸준히 해드리는 거죠. 생식을 하셔요. 생식엔 세포를 활성화하는 물질이 들어있거든요. 곡식과 채소 속의 활성단백질은 45도에서 55도쯤의 열에 80% 이상 죽거나 변질돼버려요. 그게 변성되면 맛은 좋아지지만 세포를 활성화시키지는 못해요. 에너지원으로만 작용하는 거죠. 화식을 하면 100% 연소를 못해서 음식을 많이 먹게 되지만 생식을 하면 활성을 띠게 돼서 적게 먹어도 기운이 납니다.” 그의 생식 예찬론이다. 한때는 생식만 했고 지금은 하루 두 끼 중 한 끼를 생식한다.

    어느 날 자신이 배운 단전호흡이 잘못된 근육을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 호흡삼매에 들어가는 것을 늘 놓쳐 알아봤더니 배안에 엉뚱한 근육이 생겨있는 것이었다. “이 근을 없애는 게 새로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잠잘 때도 저절로 단전호흡이 되는 경지까지 이르렀는데 그 호흡법이 잘못된 거였어요.”

    그게 무슨 소린지 잘 알아들을 수 없다. 그렇지만 잘못된 근육만 없애면 그가 삼매에 이르고 각에 이르는 건 멀지 않아 보인다. 아내에게도 이미 말해뒀다 한다. 결국 다시 산으로 돌아가 하던 공부를 계속할 거라고. 지금은 인천에서 스승에게 배운 오행생식으로 사람들을 처방하고 치료하는 오행생식원을 운영하고 있고 머잖아 테라피와 유토피아를 합성해서 만든 대연테라토피아란 자연치유연구원을 문 열 예정이다. 1967년생이니 마흔을 갓 넘겼지만 차 원장의 눈은 보다 멀고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세속의 출세는 이미 그의 관심이 아니다. 진작에 스승에게 삽질하는 법을 배운 까닭이다. 차 원장의 인천 생식연구원엔 사람들이 줄을 잇지만 한 주에 이틀만 환자를 만날 뿐이고 나머지는 여전히 공부하는 데 쓰고 있다.

    오행에 맞는 음식

    “시대별로 국가별로 침 자리 명칭이 달라져왔지만 이름은 사실 큰 의미가 없어요. 경락의 원리만 알면 되는 거죠. 경락자리를 득하고 조절하는 원리를 득하면 끝이지 이름 외우는 건 난 안 하거든요. 침을 꽂아보면 다 알아요. 침으로 오장이 조절됐는지를 알아보는 게 바로 맥이에요. 효험이 생기면 우선 맥이 변하거든요.”

    한번은 위장병이 오래돼 도무지 밥을 못 먹는다는 처녀가 찾아왔다. 말라서 꼴이 말이 아니었고 물론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한다고 했다. “보하는 데는 밥이 제일인데 밥을 못 먹는다니…기질적으로 토에 문제가 있었어요. ‘토에는 단맛이 최곱니다. 흑설탕만 한 그릇씩 드시면 나을 겁니다. 부지런히 드셔요’ 했어요. 원래 방법은 간단해요. 복잡하고 어려우면 따라 하기 힘들어 어떻게 하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은 쉽고 간단하면 안 믿는다는 거지요. 그러니 괜히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 권위를 만들어야 믿는다고요. 그 처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사로 일주일 흑설탕만 먹었나 봐요. 그리고 ‘위장병이 싹 나았다. 토실토실 뺨에 살도 올랐다. 이렇게 간단한데 수십년 고생한 걸 생각하면 억울해 죽겠다’고 울면서 웃었어요. 비싸도 토종꿀 한 되 사고 원주 대추 사고 울릉도 호박하고 같이 푹 끓여서 먹으라고 시켰어요.”

    그런 식으로 자기 체질을 알아서 오행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으면 사람은 병 없이 살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한다.

    우주는 쉼 없이 변한다. 한순간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인간도 마찬가지고, 인간의 오장육부에서 생기는 병 또한 마찬가지다. 그 움직임을 따라 가지 못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고정된 척도로만 재려는 게 병 고치는 사람들의 문제라는 거다.

    “사람도 우주의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햇볕, 흙, 물, 공기에서 왔어요. 그걸 다스리는 이치는 간단해요. 지식을 많이 쌓는다고 건강한 게 아니고 병 잘 고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선생님이 늘 말씀하셨거든요. ‘대법은 쉽고 간단혀. 밥 먹는 거 누가 가르쳐줘서 알아? 숨 쉬는 거 누가 가르쳐줬냐고? 지식을 쌓으려 하지 말고 이치를 알아야 혀. 큰 줄기만 알면 잔 가지야 절로 좍 달려오지’라고 하셨어요.”

    심신을 치유하는 독성불

    의사에는 약으로 고치는 약의와 음식으로 고치는 식의와 마음으로 고치는 심의가 있다. 심의는 아마도 종교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고 석가나 예수 같은 성인이 크게 보면 의사라고 차 원장은 생각한다. 양생학과 마음수련 같은 것도 심의의 일종일 것이고 차 원장이 지향하는 것도 결국은 심의이니 불교공부에 깊이 빠져들고 종내에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도 놀라운 건 아니겠다.

    “나는 말하자면 교통순경입니다. 나한테 와서 나을 사람은 음식을 처방해주고 안될 사람은 병원이나 한의원으로 보냅니다. 섭생으로 모든 걸 고칠 수 있다고 큰 소리 치는 건 어리석어요. 양의, 한의, 식의(食醫)가 나름대로 다 존재가치가 있어요. 질병의 진행단계에 따라 어떤 방법이 좋을 지를 정해야죠. 수술할 환자를 섭생만 한다고 나을 것도 아니고 침이나 뜸으로 효험을 볼 환자를 다짜고짜 수술하는 것도 잘하는 게 아니에요.

    자연섭생법 정립한 차성훈 오행생식원장
    r김서령

    1956년 경북 안동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중앙중 교사, ‘매일경제’ 신문·‘샘이깊은물’ 객원기자

    월간 ‘동서문학’ 신인상

    저서 : ‘김서령의 가’‘여자전’


    어느 순간 산꼭대기에 올라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둘러보니 이리저리 길이 보이데요. 산꼭대기에 올라가는 것이 목적이지 가는 길은 뭐가 되든 상관없어요. 서로 자기만 옳은 길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보면 여기도 길이 있고 저기도 길이 있습니다. 어느 길로 가든 목적은 산꼭대기에 오르는 것 한 가지(병을 고치는 것) 아닙니까.”

    절에 있을 때 정인스님은 일쑤 탱화속의 어떤 사람을 가리키며 “이놈아.이게 바로 너다” 하셨다. 스님에게 직접은 못 묻고 스님 출타하셨을 때 다른 이에게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독성불이라고 했다. 독성불은 혼자서 깨친 사람이다. 당시 그림 속의 독성불을 혼자서 가만히 들여다봤다. 단전호흡에 익숙해지는 날 그는 다시 산으로 올라가 독성불이 될지도 모른다. 목부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연암축산전문대학을 나왔지만 인연의 힘으로 오행생식과 섭생영양을 공부한 차성훈 원장. 앞으로 갈 길이 무엇이든 그는 이미 우리 앞에 섭생치유학이란 방대한 책을 툭 던져놓았다. 그리고 여전히 쉼 없이 공부한다. 그가 어디에 있든 결국은 사람들의 심신을 치유하는 의사로, 밝고 깊은 눈으로 우주와 인간을 꿰뚫는 각자(覺者)로 내공이 깊어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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