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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외교관의 ‘한일관계 新패러다임’ 제언

日 국민성으론 반성 불가능, 대일 햇볕정책이 유일한 대안

  • 정연택 외교통상부 외교역량평가단 팀장 ytjeong91@mofat.go.kr

현직 외교관의 ‘한일관계 新패러다임’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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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외교관의 ‘한일관계 新패러다임’ 제언

원폭 피해자를 추모하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아마에의 ‘우치 집단의식’이 그 집단 내부에 머물러 있을 때 ‘소토(外)’는 무관심한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소토가 어떤 형태로든 우치에 작용하거나, 소토에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우치에 생겨 집단의식이 바깥으로 향할 때에는 우치와 소토 사이에 긴장관계가 생기게 된다.

소토가 우치에 대해 융화적인 자세를 보이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동화를 거부하거나 적대적인 경우 아마에는 배타적 감정, 우월감, 경멸감, 적의, 성냄 등의 집단 분위기로 변해 소토에 대해 공격적이 된다. 우치에 고양된 집단의식은 구성원의 객관적 판단력을 억제하기 때문에 소토를 공정하게 수용할 수 없게 되고, 이를 배제 또는 파괴하려 함으로써 우치의 집단의식은 더욱 강화된다.

일본의 패배로 전쟁이 종결된 이후 일본인은 다시 우치 집단사회 속에서 하루바삐 부흥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에게 전쟁에서 일어난 일들은 아득한, 무관심한 소토의 일처럼 되어버렸다. 강렬한 공격성으로 치달았던 집단의식이 평상시로 돌아와서는 폐쇄적인 우치 집단의식으로 이행했다.

대개 전쟁으로 인해 팽창했던 집단의식이 사라지면 전쟁에서 일어났던 자신의 행위가 집단의식인 ‘우리 감정’적인 것으로 희석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일로 각인된다. 여기서 심한 양심의 가책이 생긴다. 그러나 일본인은 집단의식에 대한 친화성이 강하기에 평상생활로 돌아오더라도 각각의 가정이나 직장에서 우치 집단에 몰입해 ‘우리 감정’을 주된 정서로 해서 살아간다. 따라서 과거의 일은 개인의 일로 각인되지 않고 막연하게 되어버린다. 우치 집단에 숨어 개인의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정신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흔히 과거를 ‘물에 흘려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인 특유의 ‘쉽게 잊어버림’의 원인은 일본인들이 일본적 집단의식에 늘상 침윤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들이 아시아에서 자행한 압박, 수탈, 잔학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기운이 자발적으로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여행 중에 당한 창피는 버리고 오면 된다’ 같은 속담에서도 이와 같은 일본적 집단의식의 무책임한 메커니즘이 관찰된다.



자연순응적 현실주의

일본의 자연은 부드러우면서도 때로는 큰 재해를 가져다준다. 지진, 태풍, 번개, 해일(쓰나미), 냉해, 한발 등 자연재해는 일본인에게 늘 두려운 존재였다. 그것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영향이 ‘자연에 순종하기만 하면 만사가 잘된다’는 가치관을 낳았다. 이런 생각이 집단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일본인의 삶의 원리인 것이다. 즉 ‘자연의 질서에 묵묵히 순종하다가 죽어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종교의식 같은 것이 되고 말았다. 이는 구체적으로 자신의 소속 집단에 대한 절대적 귀속위식으로 나타났으며, 신도는 그 중심사상이다. 이것이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지닌 민족을 형성케 했다.

이런 일본이기에 인위적인 재난도 자연재해처럼 보는 사고방식이 자라났다. 중요한 것은 그 쇼크로부터 하루바삐 벗어나서 파괴되고 잃어버린 것을 신속하게 되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자연재해와 같다고 생각해버리기에 인간적 반성이 없고, 결과적으로 역사적 측면에서 사고할 수 없게 된다.

흔히 일본인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 자세가 세계에서 제일 훌륭하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폐허와 대혼란을 눈 깜짝할 사이에 극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자연에 순종하는 삶’이라는 가치관은 그대로 일본인의 역사의식이 되어 나타났고, 타민족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규범이 되었다. 원래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한 신과 조상에 대한 숭배는 철저하게 현실주의로 변해 일본인의 의식을 지배했다.

일본인의 현실인식은 개인의 내면적 문제보다 현실사회를 향하고 있다. 일본인의 가장 큰 관심은 현재의 안정된 생활을 어떻게 보호할까,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하면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을까다. 따라서 어제까지의 태도나 입장은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무책임한 태도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어제의 제국주의자가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게 민주주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의 변화에 신속히 적응해가는 일본인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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