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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5

루머에 속고 테마에 멍든 당신, ‘스토리’ 중심에 누가 있는지 보라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루머에 속고 테마에 멍든 당신, ‘스토리’ 중심에 누가 있는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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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에 속고 테마에 멍든 당신, ‘스토리’ 중심에 누가 있는지 보라

최근 주식시장에서 강력한 테마로 등장한 태양광 사업. 과연 ‘테마’는 얼마나 힘을 발휘할까?

불과 일주일 전에 언론에 공개한 미국지사와의 인터넷 전화 시연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 당시 새롬기술은 인터넷 전화로 미국지사와 전화를 주고받는 장면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상하게 여긴 펀드매니저가 회사 임원을 만나 시연장에서 한 것처럼 미국지사와 전화연결을 해보라고 요청하자 그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새롬의 인터넷 전화는 상대 컴퓨터가 자리를 옮기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미국지사가 옆 건물로 이사를 갔는데, 그 건물의 인터넷망에는 방화벽이 있어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인터넷이 연결된 장소는 언제나 연결 가능하다는 이전의 홍보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인터넷 전화 회사가 자기네 회사 지사와도 전화 연결을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그게 새롬기술의 실체였다.

하지만 당시 새롬기술 주가는 그 회사가 2000년간 이익을 내야 비로소 그 회사 주식을 모두 살 수 있을 만큼 고평가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그 후에도 계속 상한가에 매수주문을 냈다. 테마주의 어두운 단면이다.

냉각캔과 만리장성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점이 사람들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지금 코스닥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새롬기술처럼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삼성전자나 NHN처럼 안 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가 이런 꿈이 이뤄질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하려 애를 쓰고, 그런 관점에서 테마주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통찰력과 예지력이 뛰어난 존재로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미래의 삼성전자나 NHN이 될 기업은 장래가 촉망되는 수백, 수천 개 기업 중 한두 개 정도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혼자 고민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마치 경마나 파친코를 하는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무작정 소문에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O, X’를 묻는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한쪽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 무작정 그쪽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처럼, 사람들은 다수의 쪽을 선택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 한다. 이것이 테마주의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테마들이 모두 선의의 목적을 공유한 사람 각각의 의견이 결집돼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중에는 사람들의 기대심을 자극해 자신이 미리 매집한 주식을 비싼 값에 팔아 치우려는 불순한 무리가 섞여 있다. 루머를 이용한 작전세력이다. ‘작전’은 개인만 하는 게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이런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특정 기관투자자가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집한 다음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해 비싼 값에 팔아넘기기도 한다. 소위 고래가 연못에서 탈출할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외국인도 있고 국내 기관투자자도 있다. 하지만 루머에 속고 테마에 멍드는 투자자는 모두 개인 투자자다.

지금껏 증권가에 회자되는 몇몇 ‘황당 테마주’를 살펴보자. 우리 증시에서 테마의 역사는 화려하다. 예컨대 ‘냉각캔’ 개발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모 기업의 경우를 보면 우리가 루머와 테마 사이에서 얼마나 혼란을 겪고 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냉각캔은 신기술이 아니다. 일반적인 이론으로도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콜라 한 캔의 가격을 1만원 이상으로 잡을 때 겨우 상업적 생산이 가능하다. 그만큼 캔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당시 사람들이 냉각캔 개발이라는 루머에 혹하지 않고, 이 점만 한번 짚어봤어도 큰 피해는 없었을 터이다.

테마주 생존율 1%

북방정책이 활발하게 펼쳐지던 노태우 정권 때는 ‘만리장성 테마’가 떴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만리장성 개·보수 사업에 참여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만리장성 공사에 참여할 인부들이 먹을 빵을 공급한다는 제빵회사의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고는 빵만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될 것이라며 유명 소화제를 생산하던 제약회사 주가가 난데없이 폭등했다. 또 인부들이 신을 고무신을 생산한다는 고무신 회사가, 인부들이 낄 장갑을 만든다는 장갑회사 주가가 수십 배씩 오르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됐다.

다시 생각해봐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런 루머성 테마에 열광하는 걸까. 바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기회의 크기는 곧 자본의 크기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가진 사람이 주식을 산다면 그는 연 수익률이 10%면 만족할 것이다. 1년에 10억원 수익이 난다면 썩 괜찮은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살 수 있는 주식은 늘 삼성전자, 포스코와 같은 초우량회사뿐이다. 그래서 자산가는 대박은 아니더라도 주식시장에서 늘 일정액을 챙겨가는 승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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