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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칩 미술가 순례 6

‘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 정연두

꿈이 현실, 가짜가 진짜 되는 행복한 위트

  • 정준모 미술비평가,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curatorjj@naver.com

‘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 정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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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 정연두

Evergreen Tower, 2001, Multi-Side Projection, 32 Family Portraits.

우선 어린이들의 드로잉을 바탕으로 연기할 청소년을 모집했다. 작업을 함께 할 학생들을 모을 셈으로 전단지를 돌려 60명의 고등학생을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소품과 세트들을 직접 제작하고 장소를 섭외했다. 의상은 전문 디자이너들과 함께 만들 생각이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시간과 돈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상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도움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그가 직접 재봉틀을 밟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좌우가 다른 옷소매와 각기 크기가 다른 단추 등 아이들의 거침없는 상상력과 꿈을 좇기에는 버거운 것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의 지시에 충실하게 따랐으며, 아이들 그림 특유의 비례를 무시하는 태도를 존중해서 그림에 나타난 비례에 따라 세트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는 매우 원시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그들의 꿈을 영화 속 사진 스틸처럼 드라마틱한 사진으로 구현한다. 때로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인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공주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사람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의 상상력이 언젠가 TV광고에서 본 듯 조금은 상투적인 판타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아이들의 상상력 빈곤을 감지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 그림에 자신의 생각을 보태 재구성해낸 작가의 감수성이 더 순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그것마저 계산에 넣었을 수도 있다.

‘원더랜드’는 컴퓨터그래픽 도움 없이 몽타주 기법을 사용하면서 완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이를 사진으로 담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판타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간혹 관객과 평자들이 그 사이에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못하고 멍하니 서 있게 된다. 혹시 작가는 아이들의 그림을 빌려 자신의 어릴 적 판타지를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 게 아닐까 하는 의도적인 냄새가 나기도 한다.

‘원더랜드’는 진화를 계속해서 ‘로케이션’(Locations, 2007)에 이른다. 종래의 작업이 허구의 세계 또는 꿈과 판타지의 충실한 재현에 포인트를 뒀다면 ‘로케이션’은 실재하는 존재들이 허구적 장치들을 보조한다. 그래서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보인다.



그의 ‘로케이션’은 허구적 장치들이 더 생생한 실재처럼 자리를 잡는다. 이제 가짜가 진짜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은 격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가능한 것은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판타지가 있는 사진, 가상의 이미지와 현실의 이미지가 교차하는 초현실주의적인 사진을 만들겠다는 그의 원칙 덕분이다. 조금은 무모하지만 나름 나날이 발달한 트릭기술이 경지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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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 미술비평가,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curatorj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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