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마찬가지다.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스토리가 풍부하다. B&G Company, 즉 크고(Big) 위대한(Great) 기업의 조건은 B&G다. 두 번째 B&G는 ‘뻥&구라’의 약자다. 크고 위대한 기업의 이니셜과 ‘뻥 앤 구라’의 이니셜이 같은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뻥 앤 구라’는 위대한 기업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요즘 위대한 글로벌 기업들, 예를 들어 GE나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들여다보자. 위기의 순간을 극복한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신상품 개발과정에 관한 신화, 직원들의 헌신 등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 광고로 부활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에 관한 이야기는 참 다양하다. 이젠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린 “해봤어?”와 같은 이야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삼성 이병철 회장, 포스코 박태준 회장에 대한 일화들은 그 기업과 관계없는 일반인에게조차 익숙하다.
낚시꾼들이 놓친 고기

낚시꾼들에게는 저마다 월척을 놓친 흥미로운 사연이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에 대해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것은 사는 재미가 더 이상 없다는 뜻이다. 모여 앉으면 누가 아파트 팔아서 돈 번 이야기나 주고받는 삶은 삶이 아니다. 자기가 찾은 작은 즐거움에 관해 가슴 벅차올라 이야기를 나누는 삶이 진짜다. 대통령이 어떻고, 국회의원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진짜 내 이야기가 아니다. 날씨 이야기만큼이나 허망한 이야기다.
낚시꾼들의 이야기는 늘 자기 이야기다. 그래서 참 즐겁다. 모여 앉으면 놓친 고기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놓친 고기는 언제나 팔뚝만하다. 그 찌의 움직임, 그리고 손끝으로 느껴지는 묵직함에 대한 자세한 서술. 그리나 모두 다 끌고 와서는 눈앞에서 놓쳤다고 한다. 그 팔뚝만한 놈을. 그러곤 한 손으로 자신의 팔뚝을 잡아 표시하며 흔든다. 그러나 모두 다 안다. 그가 놓친 고기가 사실 손바닥만한 놈이었음을.
그럼에도 이 단순한 스토리 구조는 언제, 누가 해도 흥미롭다. 서로의 눈빛에는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낚시의 본질이다. 꼭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잡는 것만 낚시가 아니다. 낚시가 주는 정말 큰 즐거움은 놓친 고기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오늘 저녁도 많은 낚시꾼이 낚시 TV 앞에 앉아 그 이야기를 듣는다. 한 시간 내내 고기 한 마리 못 잡는 그 황당한 프로그램을.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창조적 행위의 조건이자 결과다.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모든 창조적 행위는 의미를 부여하려는 스토리텔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야기 구성의 원리를 이해하면 창조적 행위의 본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에서 그토록 목말라 하는 창조경영의 본질 또한 이 스토리 구성 과정을 이해하면 아주 간단해진다.
일단 단어의 의미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창조경영’이란 단어는 엄밀히 말해 그리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창조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인간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어떤 것을 만들어낼 수 없다. 엄밀히 말해 창조라는 단어보다 ‘창의’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의미상 정확하다. 그러나 언어의 프래그매틱스, 즉 화용론(話用論)적 관점에 따라 창조경영을 창의성의 개념으로 이해해도 그리 큰 문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