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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7

‘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上

다우와 리버모어를 잊어라! 럭비공 튈 방향이 보일지니…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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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모어는 당대 주식시장의 추세이론이로 정립된 다우 이론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 스스로도 처음에는 텔렉스를 통해 쏟아지는 주식시세를 보고 매매를 시작했지만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뒤부터는 지수를 참조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강세장에 들어섰을 때 개별주식을 공매도 하는 행위는 어리석은 일이며, 약세장에 들어섰을 때 개별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라고 했는데, 이 말은 곧 찰스 다우의 ‘두 개의 추세를 동시에 비교하면서 매매하라’는 이론과 일치한다. 이는 그가 시장 전체의 추세와 종목의 추세를 비교해 이 두 가지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매매하는 게 최선이라는 다우 이론을 그대로 따랐거나 최소한의 영향은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당시는 다우가 발표한 가격지수가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이로 인해 기술적 분석이라는 분석기법이 태동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리버모어의 성공은 다우 이론, 혹은 기술적 분석론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버모어는 수학적 통계를 중시했고, 기술적 분석에서 추세의 개념을 이해했다. 그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시세의 끝을 이루는 지점, 즉 고점 징후를 포착하는 데 동물적 감각을 발휘했다.

피라미딩과 추세저항

그가 말하는 고점 징후는 ‘가격이 최소 저항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반락하거나, 공매도한 주식을 다수의 투자자가 나눠서 살 때’다. 즉 대규모 자금을 가진 소수의 매집자 다량의 주식을 매도할 때, 이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의 수가 많다면(소액 투자자들이라면) 그 주식은 고점 신호라는 것이다. 이것은 후에 험프리 네일의 ‘상반사고 이론(contrarily thinking theory)’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반대로 가야 수지맞는다(It pays to be contrary)’라는 주식시장 영원불멸의 교훈은 어떻게 보면 리버모어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시장에서 리버모어의 승리를 가져온 또 다른 이유는 ‘피라미딩(pyramiding) 기법’이다. 그는 자금관리의 유용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는 늘 자금을 분할해서 투자했으며, 최소 투자분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 추가적인 포지션을 취하지 않았다. 그는 ‘포지션’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즉, 자산의 1/3을 100달러에서 사고, 이익이 나서 105달러가 되면 다시 1/3을 더 투자하고, 또 110달러가 되면 나머지 1/3을 투자하면서 평균 매수단가를 올린 것이다.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자가 늘 심리적 우위에 서게 된다는 점이다. 그는 늘 이렇게 투자함으로써 현재가가 평균 매수단가보다 위에 있도록 포지션을 관리했다. 전체 포지션의 이익이 일정 목표에 이르면 청산에 나섰지만, 반대로 가격이 평균 매수단가를 위협해도 미련 없이 보유 포지션을 포기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당신이 확실하게 먹을 수 있는 비스킷과, 누군가가 빼앗아 갈 수도 있는 빵이 있다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그의 피라미딩 기법은 투자자금 관리의 원칙이 되어 워런 버핏의 철학으로, 그리고 오늘날 파생상품 거래에서 자금관리의 교범으로 정립됐다.

또한 그는 추세저항의 원리를 스스로 체득했다. 당시 다른 기술적 분석가들이 추세에 대한 지지선의 개념을 정립한 상태였지만, 그는 그것을 ‘최소저항과 최대저항’의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즉 직전 고점들을 연결한 가상의 추세저항선을 최소 저항으로, 일정기간 최고점의 가격에 해당하는 지점을 최대저항으로 구분한 다음 최소저항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진다는 수준으로까지 생각을 넓혀갔다.

지금도 기술적 분석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저항선에 대한 개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를 ‘기술적 분석의 아버지’라 불러도 넘치지 않는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가격이 일정한 평균값을 중심으로 등락한다는 사실도 경험적으로 알았고, 그것이 후에 ‘가격 밴드 이론’의 출발점이 됐다. 그는 또 평균값(오늘날의 이동평균선)을 중심으로 등락폭이 좁은 상태에서 오랜 기간 가격이 공방을 벌이면, 그 범주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간파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좁은 박스권에 갇힌 주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할 것을 예단하고 투자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의 손실을 입는 것에 비하면 그의 안목은 탁월한 수준이었다.

그는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면 기다리고 인내했다. 그리고 주가가 박스권을 벗어나는 순간을 기다려 자금의 일부를 투자하고, 본격적인 추세로 이어지면 나머지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소위 ‘고점매수, 저점매도’의 원조였던 셈이다. 사람들은 가능하면 주식을 싸게 사려고 한다. 그래서 1만원에서 8000원 사이를 오르내리던 주가가 8000원을 바닥으로 9500원까지 오르면 더 견디지 못하고 매수에 나선다. 그는 그런 식의 투자를 경멸했다. 그는 “시장은 투자자에게 어떤 설명도 이유도 대지 않고, 그냥 자기가 가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시장을 이해하려 들거나, 혹은 자신의 생각을 시장에 끼워 맞추지 말라”고 했다.

선지자의 교훈

하지만 리버모어가 위대한 투자자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정작 자신이 깨우친 기술적 분석의 도구들로 시장을 판단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은행가들의 주머니에 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늘 살펴라”라고 했다. 그는 시장의 수급을 철저히 분석하고, 경제의 펀더멘털을 점검한 바탕 위에서 약세장과 강세장을 구분했다. 이렇게 분석한 판단을 근거로 공매도와 매수 여부를 결정했다. 그는 늘 영감을 강조했다. 주가 테이프를 바라보다 보면 확신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영감은 시장 주변요인에 대한 끝없는 탐색과 연구의 바탕 위에서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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