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같이 보안 선서…정보요원의 보안의식은 생명 ● ‘조직을 배신하지 않는다’가 정보요원 첫째 덕목 ● 흑색, 백색, 회색으로 갈라질 요원들 ● 신새벽 지리산 정상에서 외치는 ‘충성서약’ ● 음지맨들의 건배사 “남북통일의 밑거름이 되기 위하여…” ● 공수교육과 해양교육을 하는 이유? ‘자기애를 죽여라’ ● 고스톱에서 화장술까지, 막걸리에서 와인까지 ● 국정원은 국정원장도 감시한다 ● 국정원 4대 학맥은 고려대·서울대·연세대·한국외대 ● 성공한 공작은 묻히고, 실패한 공작은 드러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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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라 ‘충성 서약’을 하는 국정원 신임요원들.
애초 국정원 측은 백무동에서 바로 장터목으로 오를 것을 권유했다. 신임요원들은 젊어서 2박3일간 종주할 수 있으나, 기자는 ‘연로’해 힘들 터니 장터목 대피소에서 하룻밤만 자는 1박2일의 산행을 권한 것이다. 지리산 종주의 백미는 노고단에서 장터목까지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을 밟는 것이다. 장터목으로 바로 올라가라면 이것을 포기하라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면 ‘산꾼’이 아니다.
더욱이 종주를 하지 못하면 신임요원들과 교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기자생활보다 더 오래 한 것이 등산이다”라고 우긴 끝에 노고단 합류를 허가받았다.
신임요원 30%가 여성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을 땐 신임요원들이 저녁 준비를 마침 다음이었다. 땀을 식힐 겨를도 없이 맛있는 ‘산(山)밥’과 ‘산찌개’가 차려졌다. 도대체 어떤 젊은이들이 국정원에 들어갈까. 밥을 먹으며 힐끔힐끔 살펴봤지만, 이렇다 할 특색을 발견하지 못했다. 눈에 띄는 것은 여성의 비율이 예상보다 높다는 정도였다.
여성들의 경쟁력이 참으로 대단한 시대다. ‘동아일보’ 등 중앙언론사 입사시험에서 최종 면접에 올라오는 여성의 비율은 70%에 육박한다. 국정원은 여성들이 좋아하지 않는 수사관을 많이 뽑기에 그나마 여성 합격자가 적은 편이라고 한다.
대자연의 품에 안긴 ‘풋내기 스파이’들은 들떠 있었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빠, 빨리 와~.” 기자가 대학 다닐 땐 여학생이 남자선배를 ‘형’이라고 불렀는데, 요즘 여대생들은 ‘오빠’를 부활시켰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횟수도 잦아졌다. 완전히 MT 분위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보안을 위해 대학연합 등산단체 이름으로 대피소를 예약했다고 한다.
국정원 신임요원들은 ‘훈육관(訓育官)’의 통제를 받는다. 훈육관은 신임요원 교육에 있어 절대적인 존재인데, 그에 대해서는 뒤에서 상술하기로 한다. 저녁 8시가 넘자 추위와 함께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왔다. 별이 총총한 것이 내일 날씨는 좋을 듯했다. 신임들은 헤드랜턴을 켜놓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빛이 돌아다녀 어디에선가 ‘남녀상열지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8시30분, 훈육관이 이들을 집합시켰다. 그제야 이들이 여느 청년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웬만한 대학 산악회 이상으로 재빨리 모여들어 오(伍)와 열(列)을 맞췄다. 이들을 바닥에 앉힌 훈육관은 일장 연설을 한 뒤 기자를 불러 인사를 시켰다. 기자는 인사말을 길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