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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촛불의 나라

작가 이외수가 본 요즘 세상

“콘크리안들아, 어거지안들아 제발 잔머리 좀 그만 굴려라”

  • 이혜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작가 이외수가 본 요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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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욕망’을 버려라

작가 이외수가 본 요즘 세상

작가 이외수 부부. 그는 아내와 감성마을에서 남은 생을 살려 한다.

“사병들한테는 ‘군대가 너희를 보석처럼 만들어준다’고 말해요. 의미 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군대가 의욕 넘치는 곳이 될 수 있거든요. 보석이 되려면 세 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희소성, 두 번째로 아름다움, 세 번째로 외부의 충격이나 변화에 견디는 단단함. 그런데 우리는 흔해 빠지지 않은 존재이자 누구나 효도하고 싶고 남 도와주고 싶어 하니 이미 두 조건은 충족된 거 아닌가요. 그러니 나머지 조건만 더 갖추면 되는 거죠.”

무언가 꽉 짜인 규율과 강요된 일상에 대해서는 대놓고 욕을 퍼부을 것 같은 그가 “군대도 잘 견딘 사람들한테는 추억이 된다”고 했다.

“지가 생각해도 지가 자랑스럽거든!(웃음) 그러니 어떤 시련을 당해도 ‘내가 군대도 견뎠는데…’ 하면서 견디면 돼요. 고통, 절망, 난관…극복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나도 내 군대 생활을 떠올리며 견딘 적 많아요.”

그는 “복무 중 푸에블로호 납북사건(1968년)으로 제대가 무기한 연장돼 무진장 애를 먹었다”고 했다. 또 “잘 견디는 비결은 욕망이 아닌 소망을 추구하는 거”라 했다. 그의 책 ‘감성사전’은 ‘욕망은 자신만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망은 자신과 타인이 함께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의했다. 최근 출간된 베스트셀러 ‘하악하악’에서 욕망은 반드시 내다 버려야 할 그 무엇이다.



‘인생이라는 여행길은 멀고도 험난하니, 그대 배낭 속을 한번 들여다보라. 욕망은 그대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소망은 그대 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 법. 젊었을 때부터 배낭 속에 들어 있는 잡다한 욕망들을 모조리 내던져 버리고 오로지 소망을 담은 큰 그릇 하나만을 간직하지 않으면 그대는 한 고개를 넘기도 전에 주저앉고 말리라.’

욕망 얘기를 하다 보니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대통령의 욕망으로 주제가 흘러갔다.

“대운하로 누구는 돈 벌어 욕망을 채울 수 있겠지만 그게 어디 성공일까요? 물고기들은 불행해지고 자연에 미치는 악영향도 클 텐데…. 정 하고 싶다면 면밀한 검토를 하고 상당시간 연구를 선행해서 함께 공존하고 함께 진화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정부의 대운하사업은 물질중독에 빠져 국민의 영혼을 갉아먹는 마약과 같은 사업인 셈이다.

“모든 생명체에는 정(精·물질), 기(氣·기운), 신(神·영혼)이 고루 발달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은 기, 신이 약해졌을 뿐 아니라 정에 사로잡혀 있어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데도 지름신이 내려 그냥 질러버리잖아요. 충족이 안 돼 너도나도 중독에 빠지는 겁니다.”

그래서 그는 “균형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소망을 찾는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산에는 소나무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요소가 있어요. 그것을 알고 사는 인생과 그렇지 못한 인생에는 차이가 있죠. 산에 사는 나무랑 바위를 의식하지 않고 살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백수여, 소망의 끈을 놓지 마라 ”

이외수는 백수 중의 백수다. 또 백수의 위상을 한층 높인 사람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후배인 백수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날다 타조’ 중에서). 백수이던 기자도 그 글 덕분에 좌절하다가도 용기를 내곤 했다. 개집에서 자고, 라면 수프로 하루를 버티고, 냇가의 개구리를 잡아먹던 ‘백수 이외수’ 시절이 있었기에 ‘들개’와 같은 소설을 쓸 수 있었으리라. 그의 말대로 “해본 짓거리들이니 생생하게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뎠는지 물어봤다.

“그냥 그렇게 쓰러질 수는 없었어요. 누구나 잘되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전 그때까지 행복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행복할 때까지만 버텨보자고 했던 거예요. 술을 그렇게 퍼마신 것도 인생을 버티기 위해서였고요. 그러다 개집에서도 잔 거고. 잘사는 집 개집은 크기도 제법 크고 개도 순해요. 사람들이 잘해주니까. 그래서 오가다 친해둔 개한테 가서 한숨 재워달라 했죠.”

말을 잇는 그의 눈에 뭔가 맺혔다. 아니,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 그래서 한때 노숙자였던 그에게 옛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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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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