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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손목 위에 얹은 지성, 안목 그리고 우주

時計

  • 남훈 ‘란스미어’ 브랜드 매니저 alann@naver.com

남자 손목 위에 얹은 지성, 안목 그리고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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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에게 시계는 ‘눈치 보지 않고 찰 수 있는’ 유일한 액세서리이며, 안목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이자 자기를 표현하는 거울이다. 훌륭한 시계에는 수백 년을 이어온 장인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스타일을 아는 남성에게 ‘시계=시간을 확인하는 기계’라는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당신은 이제, 손목 위에 놓인 당신의 ‘분신’을 훑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짜릿하지 않은가?
액세서리는 슈트나 구두, 드레스셔츠 같은 의복 그 자체는 아니다. 남자의 복식을 구성하는 많은 아이템 중에서 액세서리의 목적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남자의 전체적인 룩(look)이 한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촉매 역할을 하는 데 있다.

물론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희귀한 악어가죽 벨트, 아일랜드산 리넨 포켓스퀘어(pocket square), 순은으로 만든 무광택 커프링크스(cufflinks), 혹은 독일산 오토매틱 시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액세서리는 싸고 평범한 것부터 고상하고 세련된 것까지 그야말로 다양한데, 중요한 것은 각각의 품목이 슈트나 재킷 같은 남성의 복식에 어울리도록 매치하는 고유의 방식이다.

즉, 특정한 액세서리를 아무리 애지중지한다고 할지라도 그 액세서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옷차림에 당당한 태도, 조화로운 취향, 어쩌면 예기치 않은 유머 같은 것을 더해주는 데서 그 의미를 가진다. 요즘 럭셔리 비즈니스계에서 가장 출중한 매출 신장률을 보이는, 그리하여 스타일에 관해 새 화두로 떠오른 시계도 이런 전제를 바탕에 두고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비단 여성들만 갖고 싶어하는 물건의 리스트가 차고 넘치는 것은 아니다. 남자의 시선을 흡입하고, 그들의 관심을 압축해 소유욕을 폭발시키고, 은행 잔고를 마르게 하는 물건들은 시대마다 달랐지만 분명히 있었다. 유수한 명성을 가진 만년필도 있었고, 이름 높은 브랜드의 구두도 그랬으며, 최근에는 숙련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클래식 슈트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선진국의 트렌드와 국내 트렌드 간의 시간차를 어느 정도 감안한다면, 미래에 이 나라 남자들을 하염없이 충동질할 물건은 시계임에 틀림없다. 시계는 독특한 자기표현을 넘어서 남자가 바라보는 작은 우주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 손목시계의 탄생

남자가 주얼리를 착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저항감은 여전히 작지 않다. 하지만 시계는 그런 위험 없이 남자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감식력을 시험하면서 오브제에 대한 취향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다. 자동차가 ‘힘’과 ‘열정’을 상징한다면 시계는 ‘지성’과 ‘예술적 안목’을 보여준다는 것이 남성들의 오랜 믿음이다.

지난 시절에는 남자들이 의도적으로 시계를 무시한 적도 있었다. 전 국민이 휴대하는 이동전화로도 시간을 확인하기엔 충분하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시계 대용으로 삼는 것은 휴대전화 마케팅 담당자의 아이디어는 될지 몰라도 온전한 스타일을 생각하는 남자에게는 어불성설이다. 시계는 남자의 손목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남자 손목 위에 얹은  지성, 안목  그리고 우주

VACHERON CONSTANTIN -Malte `Tonneau Chronograph

진정한 신사는 시간의 흐름에 연연하지 않는 법이고, 남자가 시간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품위 없는 일이며, 따라서 시계를 저속한 물건으로 여기던 빅토리아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던 시절, 실용적인 주머니 시계가 한때 사회적 성공의 상징이 되기도 했지만, 당시의 주머니 시계는 군인들이 참호에서 꺼내 보기엔 정말 불편한 도구였다. 전에는 여자의 장식품으로 여겨지던 손목시계를 남자가 차기 시작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역사적으로 특별한 목적을 위한 최초의 손목시계는 루이 까르띠에(파리에 보석판매회사이자 시계 브랜드인 까르띠에를 세웠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브라질 출신의 친구이자 비행사인 산토스-듀몽을 위해 디자인했다는 시계가 바로 그것이다.

그 후 손목시계에 획기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에 상관없이 영원히 지속되는 아름다움, 그리고 예술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클래식 복식이라고 할 때, 클래식 슈트를 입는 남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시계는 브라운 혹은 블랙 가죽 스트랩 시계다. 그것도 전자시계가 아니라 아날로그, 배터리를 사용하는 쿼츠(quartz)가 아니라 태엽으로 감는 오토매틱이어야 한다. 여성 시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보석이라면, 남성시계에서 중요한 것은 기계의 정교함이다. 이것은 슈트로 치면 소재에 해당할 만큼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남성시계 소비자들은 유명한 주얼리나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보다 시계 하나만 만들어온 스위스의 장인 브랜드를 선호한다. 세계 최초의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을 비롯해 ‘브레게(Breguet)’ ‘파텍 필립(Patek Phillippe)’ ‘아 랑게 운트 죄네(A.Lange & Soehne)’ 가 클래식하면서도 정교한 4대 브랜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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